엄마와 내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보낸 지난 여섯 달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이별의 시간이었다.
나 역시 언젠가는 주변과 이별할 것이 분명하지만,
그 이별이 지금처럼 조용하고 아름답길 바란다.
이제 그 이별의 과정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긴 세월 고생한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글이라 내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이 글을 쓰는 동안 다시 엄마를 생각 할 수 있어 너무도 기쁘다.
안녕, 우리를 먹여 살려준 큰 사람...잘가요.
언젠가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다가 우연치 않게 읽게된 정조 대왕의 행궁 행차에 대한 내용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왕의 행차라고 하면, 화려하고 떠들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왕의 행차가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먼 곳으로 갈 경우 왕의 행차라도 비용을 절약하고 최대한 간소하게 진행되었다.
정조는 수원으로 가다가 밥때가 되면, 근처 양반댁에 들러 요기를 하였다. 왕이라도 얻어먹는 수라라고 생각했던지, 찬을 3가지 이상 내오지 못하게 하였다. 왕을 시종하던 이들 역시 검소한 밥상을 받아 요기를 하였다. 누구도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없었고, 지나치게 화려하고 기름진 음식을 바라지도 않았다.
간혹 간단한 간식을 내어주었는데, 대부분 떡이나 강정, 혹은 엿과 같은 종류 였다. 정조를 호위하던 병사 가운데 한 명의 모습이 기록에 남아 있다. 행차 도중 비가 내려 왕은 가까운 지역의 양반 집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그때 양반 댁의 안 주인이 인절미를 병사 한 명당 2덩이씩 나누어 주었다. 인절미를 받아든 한 병사는 땀이 밴 목수건을 풀어 인절미를 조심스럽게 포장하고 다시 가슴 깊은 곳에 집어 넣었다. 옆의 병사가 물었다.
"이보게, 왜 먹지를 않고, 단단하게 잘 만들어진 인절미네, 맛있네.. 빨리 먹게"
"아니네, 내 이 좋은 걸 우리 아이에게 가져다 주려 하네...아들, 딸이 떡 먹어본 지 오래됬네."
"아이고, 나도 그 생각을 못했구만, 자네 어린 아들, 딸은 참 행복하겠구만..허허"
과거나 지금이나 부모의 자식 사랑은 변한 것이 없다. 내입에 맛난 것 들어가기 앞서 언제나 자식 생각을 먼저하는 것이 부모된 마음이다.
엄마가 처음 사준 바나나 생각에 눈물이 난다. 1978년 바나나 1개 가격이 500원일 때, 당시 삼양라면이 한 봉지 80원이었을 때, 엄마가 사준 바나나를 맛있게 먹는 나를 바라보던 엄마의 눈빛에 자식 사랑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마음이 깃들여 있었다는 것을 50년이 더 지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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