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초등학교) 3학년 3월 말 아니면, 4월 초 였다. 아직 차가운 기운이 많이 남아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전날저녁 아빠는 또 엄마에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다. 가구와 그릇을 엎고 때려 부수며 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곤 잠에 골아떨어졌다. 엄마는 언제나처럼 방을 다시 깨끗하게 정리하면서 울었다. 그날은 그 정도가 조금 더 심해서 군내나는 김치통을 집어던져 온 방안에 김치내가 진동했다. 나는 그 모든 광경을 간간히 이불속에서 보았고, 소리는 모두 들었다. 우리는 저녁 8시만 넘으면 아빠가 술을 마시고 온다고 생각하고, 빨리 잠자리로 도망쳤다. 그때 아빠에게 술먹지말라고 말하고, 엄마를 보호해줄 생각을 못한 내가 너무도 부끄럽다. 그저 빨리 이불을 덮고 잠을 자는 척하는 것으로 나자신만을 보호하고자 햇다. 동생은 이제 초등학교 1학년으로 학교 가기 시작한지 한달이나 되었을 즈음이었다.


엄마는 다음날 아침 아침, 피곤한 몸으로 겨우 일어나 나의 도시락을 싸주었다. 아직도 방과 부엌에선 군내가 진동하고, 벽에는 김치국물이 군데군데 말라가도 있었다. 엄마는 그냥 밥을 김에 말아서 도시락에 넣어주었다. 그날 난 점심시간에 도시락 뚜껑을 여는 것이 너무도 창피했다. 나는 학교 점심시간이 싫었다. 소세지도 없고, 그 흔한 콩자반도 없는 반찬통이 너무도 싫었다. 그래서 매일 점심시간에 밖에서 놀다가 모두가 귀가한 뒤 교실에서 밥을 먹고 집에 갔다. 그런데 그날은 이 마저도 너무 창피했다. 김밥 속에 아무것도 없는 도시락을 친구들에게 들켜버렸다. 그때 친구가 '김밥에 왜 쏘세지가 없어, 닥꽝도 없고,'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쉬는시간에 모두 빼먹었다.'하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이 거짓이란 것을 아는 나는 내가 너무도 창피했다. 그날의 속빈김밥은 지금도 나에게는 트라우마다. 그날로 다시 돌아가면 당당했을 것이지만, 10살의 나는 속빈김밥이 너무도 창피했다. 지금도 가끔 속빈 김밥을 보면, 과거 어제 밤 엄마가 아빠의 술주정을 받으며 울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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