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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들풀
마루야마 나오토시 지음, 김창원 옮김, 타카모리 토시오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표지의 둥근 테두리안의 맛있는 들풀 그림을 두고 밖으로 봄색깔인 초록으로 가득한 책을 펼쳤습니다. 표지만 봐도 세밀화 그림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림을 그린 [타카모리 토시오님]이 어떤 분일까 궁금했습니다. 오랜 직장생활에서 저도 세밀화를 많이 그려봤고 종이일러스트도 많이 했던 저라 화보집을 보면 시간 날 때마다 다시 열어봐도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거금을 들인 세밀화 동물도감과 식물도감 시디롬 타이틀을 오래전 구입했기에 식물도감에는 푹 빠져있습니다.
표지를 열어 안쪽에는 맛있는 들풀을 얻을 수 있는 시기의 둥근 원도표가 그려져 있었고 다시 시작되는 타이틀과 둥근 원안에는 낙엽이 가득한 땅속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파란싹을 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 정원에서도 간 혹 있는 쑥을 떠올리면서 바구니를 손에 들고 나물을 캐는 아이들이 그려진 곳에는 글은 한 줄도 없었지만 멀리 보이는 상록수와 하얀 하늘이 아직은 차가워보였습니다. 하지만 봄이 왔나봅니다.
길가에서 볼 수 있는 들풀들이 있습니다. 쑥부쟁이. 토필, 자운영, 냉이, 머위의 새순, 미나리, 황새냉이, 개보리뺑이, 산파류, 산달래의 세밀화에는 냉이과에 속한 식물들의 잎이 거이 비슷한 모습이였고 개보리뺑이는 일반냉이나 황새냉이는 땅바닥에서 바로 줄기 없이 잎이 펼쳐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줄기가 가운데에서 올라오고 꽃이 생기는 것이였습니다. 황새냉이는 꽃줄기가 많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미나리꽃은 처음 봤습니다. 시장에 가보면 미나리 단을 보면 뿌리 쪽이 빨간색을 띄는 것이 더 맛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거든요. 산파류는 줄기로 보면 산달래랑 같아도 꽃은 많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더 예쁘고 화려한 짙은 분홍색도 있었습니다.
들과 산에서 만나는 들풀에는 고비나 고사리처럼 줄기 끝이 둥글게 말려서 올려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파드득나물은 잎이 미나리잎처럼 보였습니다. 밀나물은 잎이 아주 반짝이고 있었고 살갈퀴는 잎이 시작되는 곳에 갈퀴모양의 작은 숨은 잎이 있어서 그런 이름을 붙였나봅니다. 큰황새냉이는 잎이 아주 넓었습니다. 원왕추리는 양파잎과 비슷했습니다. 초롱꽃과 왕원추리꽃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봄이 한창일 때 들풀들을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쑥은 자주 본 것이라 반가웠으며 메꽃은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면 나팔꽃과 너무 흡사했습니다. 잎은 모양이 나팔꽃보다 좁고 길었습니다. 모시대꽃이 정말 예쁘네요. 뚱딴지의 알뿌리를 보면 나중에 자라서 보여지는 꽃을 짐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꽃이 핀 모습에서는 너무 예쁜 작은 국화꽃 같은 노란꽃이였습니다. 잔대의 꽃은 아주 작은 초롱꽃이 달려있는 것 같았습니다. 봄이 한창일 때 풀들이 꽃을 만들고 있을 때 이때 먹을 수 있는 들풀로는 멍울풀, 청나래고사리, 바위취, 전호, 산마늘, 삽주, 섬쑥부쟁이, 물솜대 등이 있지만 바위취는 금방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주 잘 자라고 땅에 몸을 붙이면서 많이 번지는 식물이거든요. 우리집의 화분에서도 키웠었습니다. 전호는 미나리처럼 생겼습니다. 청나래고사리가 다 자란 모습은 자주 산에 오르면서 길가 언덕이 시작되는 곳에서 많이 본 것입니다. 용추계곡 옆으로도 많이있습니다. 바위취꽃은 하얀 날개를 가진 작은 요정들이 모여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산속이나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들풀로는 신선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쌈야채를 파는 곳에서도 볼 수 있고 갯방풍도 보았습니다. 묏미나리는 일반 미나리와 거의 모습이 같았습니다. 범의귀류꽃은 긴 솜털모양의 흰꽃이 잎은 없이 줄기에 덤성덤성 붙어져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들풀말고 먹을 수 있는 식물로 두릅나무를 보았습니다. 삶아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던 산두릅은 향기가 좋아서 입맛을 돋우어주지요. 등은 자주 먹는 가죽나무의 어린잎과 모양이 거의 같았고 아카시아나무는 자주 봐 왔던 것이라 다시 반가웠습니다. 뽕나무는 잎은 먹어보지 않았지만 오디는 따서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달콤하고 먹고 나면 잎 안이 검게 물들곤 했지요. 등꽃을 보니 자주 본 꽃이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는 들풀에서 민들레를 보았습니다. 쇠비름이나 개비름, 구기자나무와 토끼풀은 가끔씩 보았던 풀이지만 도감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야 풀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책을 모두 다 읽고 나서 만약 내가 이렇게 세밀화를 그린다면 어떻게 그릴까? 생각을 했습니다. 풀을 찾아서 캐고 사진을 찍고 인화를 해서 그 인화된 사진과 캔 나물과 같이 보면서 그림을 그릴 듯합니다. 캔 나물이 시들기 전에 그려야 할까요? 들풀냄새와 향긋한 먹어본 풀냄새들이 책을 넘기는 곳마다 가득합니다. 아직 나보다 더 들풀에 대해 모르는 아이들은 책을 보면서 “정말 잘 그렸어요. 엄마도 이만큼 그릴 수 있나요?” 하고 물어왔습니다. 일러스트를 그린 분의 그림을 다시보고 그리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하지만 직접 들풀을 캐고 보고 그리고 그리면 다르겠죠? 붓 끝에 향기가 베일 듯합니다.
책 마지막 코너에서는 찾아보기와 해설이 있었는데 그림 옆에 해설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관하여 자주 보게 될 책임은 틀림없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