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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된 할아버지 ㅣ 책읽는 가족 52
문영숙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2월
평점 :
표지를 보면서 할아버지를 씻기는 여자는 누굴까? 했습니다. 처음에는 손녀일까? 했는데 며느리였습니다. 큰딸 세은이가 태어나고 그해에 운명하신 시아버님이 생각납니다. 누구나 태어나 40년 정도 살고나면 그 살던 삶속에서 아픔도 슬픔도 안타까움도 있었으리라..
찬우는 초등학생인 나이에 생각이 깊었다. 항상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일을 하시게 하면 좋겠다고 이야길 한다. 그러나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옆에서 고생하는 건 엄마였다. 남이 자는 시간에 징을 치고 그러는 할아버지와 아빠와 엄마는 실랑이를 벌인다. 엄마는 지쳐서 집을 나가게 된다. 엄마가 집을 나가 아빠와 찬우는 회사도 결근하고 학교도 가지 못하고 만다. 언제나 할아버지에게 국을 드리고 생선가시를 발라서 드리고 항상 끼니때마다 새로 밥을 해서 따듯한 밥을 드렸던 엄마가 없던 날 모두는 라면을 먹게 된다. 엄마가 할아버지 통장을 가져갔다고 해서 찬우가 결국 찾았다. 할아버지는 또다시 통장을 숨기고는 엄마를 찾는다. 엄마의 빈자리는 너무도 컸다.
어려서 소꼽친구인 남편과 나는 결혼도 하기 전에 친정아빠가 유명을 달리하셨다. 그날 충격이셨을까? 시아버님께서 쓰러지셔서 뇌수술을 하였고 중환자실에서 나를 찾으셨다. 찾아간 그날 시아버님은 나의 손을 잡고는 울고 또 우셨다. 우리 결혼식 때 휄체어를 타시고 결혼식을 모두 마쳤던 시아버님은 몇 년 후 두 번째 뇌수술을 하고도 중환자실에서는 나만을 기억하셨고 유명을 달리하시던 날까지 나를 어릴 적 이름인 “미야”라고 부르셨다. 찬우엄마는 꼭 나 같았다. 이지를 청소해드리고 코털을 깎아드리고, 손톱을 깎아드릴 수 있는 것은 나 뿐 이였다.
책을 읽으면서 일주일에 동안 보여주는 특집 드라마 같았다. 가슴이 뭉클한 이야기였다. 찬우엄마가 힘들어할 때면 속이 상했다. 찬우할아버지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오줌을 누고 자는 잠자리에서 대변을 보고 만다. 할아버지를 씻기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이는 엄마를 보면서 찬우는 할아버지가 아기로 변한 것 같았다. 댐을 만든다고 수몰된 할아버지의 고향 고두실을 찾아간다. 댐 앞에서 할아버지는 언제 그랬다는 냥 치매도 없는 예전의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고 엄마는 그런 할아버지를 두고 오지 못하고 함께 다시 집으로 온다. 할아버지는 찬우의 증조할아버지 이야길 해 주셨다. 할아버지에게서 치매는 사라진 것일까?
동네로 나갔던 찬우할아버지는 사고가 나셔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어린애처럼 찬우와 가짜 종이돈으로 놀이를 하고 어느 날 하늘나라고 가셨다. 찬우가 초등6학년이 되어서의 일이다. 찬우 할아버지처럼 우리 아이들을 아껴주시는 시어머님께서 옆에 사신다. 나중에 아이들은 자기 할머니가 치매를 앓게 되면 어떻게 받아드릴까? 많은 며느리는 찬우엄마처럼 하지 못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며느리들은 찬우엄마처럼 하려고 노력은 할 듯하다.
책을 읽어서 배우는 게 정말 있다. 반성도 하게 되고 부끄러워질 때가 있고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찬우네 이야기는 대부분 속상했다. 안타까웠다. 동네사람들의 쑤군대는 소리가 싫었다. 자신들도 늙어서 어떤 욕을 먹으려고 남을 헐뜯고 흉보는 것일까.
소중한 것을 지켜야 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찬우아버지에게는 하나뿐인 아버지라 그 아버지를 돌봐주는 자신의 부인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찬우는 이다음에 자기의 부인도 지금의 엄마처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엄마가 고맙다고 느낀다. 가족애가 가득하고 슬픔이 많아도 행복이 보였다. 언젠가는 모셔야할 시어머님을 떠올리며 미리 마음을 준비해본다. 소중한 것과 아껴야할 것과 지켜야할 것들을 더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