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함의 힘 - 현경 마음 살림 에세이
현경 지음, 박방영 그림 / 샘터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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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현경은 현재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 교수로 있다. 이력을 읽어보면서 많이 부러웠다. 그리고 검색을 해보니 성이 정씨로 정현경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모습을 보니 언니같이 푸근함부터 다가온다.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는 현경교수는 불교 명상을 배우고 불교법사 자격까지 받았다. 지난 월간샘터 8월호에서 방송작가 양인자씨가 생각났다. 그분도 어려서 이모님이 불교에 입문시켜 승려로 만들려고 했다가 다시 수녀로 만들려고 했다. 이모님이 돌아가시고 기독교가 등장했다고 한다. 나의 시어머님은 불교에 마음을 두고 있지만 나와 나의 남편 그리고 두 딸은 아직까지 무교이다. 가끔 시어머님을 따라 절에 가게 되면 부처님 앞에 절을 하곤 했다. 현경교수에게 기독교와 불교가 같이있다고해도 이상한 게 하나 없었다. 책을 읽다보면 이해하게 된다. 

 

 

표지에 가득 꽃들이 그려져 있다. 기둥이 튼튼한 꽃들이 아니고 어찌 보면 틀꽃같고 야생화 같다. 자유로운 모습의 꽃들은 여러 꽃들이 서로 어우러져 함께 있다. 한들한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잠시 정지된 듯한 그림에서 제목에서처럼 '연약함'도 보인다. 그림을 그린 이는 세한대 서양화과 교수인 박방영씨다. 동양화가이며 박사인 박방영씨를 검색해보니 흰머리에 푸근한 모습이다.

 

 

들어가는 말에는 현경교수의 옥상정원이 소개된다. 나도 결혼 초에 옥탑방 앞 작은 화단에 텃밭을 가꾸었다. 지금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몇 개의 화분을 갖다놓고 키우지만 자주 화초들이 죽어서 난 화초 가꾸는 소질이 없나보다. 현경교수처럼 노래도 불러주고 기도도 해볼걸 그랬다. 아기 등나무 세 그루 중에 한그루가 어렵게 싹이 트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도 기뻤다.

 

 

글은 4묶음으로 묶어져 있고 제목이 있는 글은 모두 51개이다. 큰 제목이 있을 때마다 페이지 양쪽 가득 꽃 그림이 그려있다. 나비도 여 러색의 꽃들처럼 색상이 제각각이다. 동양화물감으로 화선지에 그린 것일까? 붓의 터치 옆이 약간 번지듯 부드럽다. 내 생각이 맞을 듯하다.

 

 

현경교수의 글은 자주 강연을 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자신이 그동안 누굴 만났던 이야기, 또 과거의 이야기 들을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적혀있다. 여든 살의 싱글여성인 '티라'는 깊은 숲 속에서 혼자 살아도 무섭지 않다고 한다. 계절마다 실크로드 탐사를 하면서 열심히 자원봉사를 한다고 한다. 내가 시작한 자원봉사일이 티라가 한 일에 얼마나 작은지 느끼면서 앞으로 좀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 나온 글과 앞으로 또 계속 나오는 현경교수의 글들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지나온 과거사를 이야기하듯 들려주면서 적어진 것인데 '봄 같은 남자, 체 게바라'의 이야기에는 일기를 옮겨둔 것처럼 경어는 없이 적었다. 현경교수는 학생들과 순례 여행을 하고 기도를 하고 노래를 하기도 한다. 만약 내가 후에 기독교인이 된다면 '순례여행'을 평생에 소원하게 될까?

 

사회 복지제도가 가장 잘되어 있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소개한다. 지구와 문명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찾는 일은 책 속에 자주 나온다. 고상하고 안정되고 합리적인, 그러나 행복하지 않은 북유럽인들은 많이 외롭다고 한다. 현경작가는 가장 멋진 나라로 '쿠바'를 꼽았다. 또 지구상에서 '하나님 왕국'에 가장 가까운 나라로 골랐다고 한다. 난 아직 외국이라면 태국 밖에 다녀온 곳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아직은 내가 있는 한국이 좋다. 오대산 월정사의 새벽을 다시 보고 싶고, 울진 성류굴도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의친왕의 딸인 조선의 마지막 프린세스 이 박사님의 이야기가 있다. 크기가 뉴욕의 맨해튼과 맞먹는 큰 토지를 사서 녹지로 묶어두고 훗날 그 지역의 아이들이 자연을 사랑하고 자기 나라의 환경을 잘 지켜가도록 할 거라고 한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목숨을 바쳐 가며 외쳤던 "사랑의 공동체"는 모든 지구상의 인간이 인종, 국적, 성별, 빈부 차에 상관없이 서로 존중하며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라고 했다. 이란의 신비주의 시인인 루미의 22대 손녀인 에씬이 현경교수에게 '귤렌아이 루미'라는 터키 이름을 지어 주면서 할아버지가 된 루미는 이 세상 모든 문제의 만병통치약은 사랑이라고 했다.

 

 

 

책속에는 가끔 여자를 말할 때, '그녀'라고 했다가 '그가' 이식으로 남자로 말해서 난 '다른 사람을 말하나?' 해서 앞부분을 다시 읽어보기도 했다. 오타가 맞는 것 같다. 불교에서는 탐진치(욕심, 화냄, 어리석음)의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인간 해방의 지름길이라 가르쳤고, 기독교에는 하늘의 뜻에 따라 사는 것이 구원의 길이라 말해왔다고 한다. 난 명상이나 긍정적인 생각이 행복과 평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경교수는 심리치료와 종교적인 수행과 사회운동과 행복을 찾기 위한 치유과정을 밟으면서 깨달은 한 가지는 행복하려면 가끔씩 찾아오는 불행을 귀한 손님으로 잘 대접해 보내줘야 한다는 것이란다. 책 속에 한 성불교의 스승의 가르침을 옮겨 적어본다.

116쪽-

"우리 영혼에 상처가 나 가슴에 구멍이 생길 때 그 구멍을 통해 빛이 들어옵니다."

 

현경교수가 책속에서 발견한 지혜를 옮겨 적은 부분이 있다. 모두 여덟 가지이고 글이 길어서 다 옮겨 적지는 못하지만 하나같이 따라 적어두고 가끔씩 읽고 싶은 글들이다. 몇 이야기는 중복되어 다시 나오기도 하지만 여기 지혜의 글 중에 여섯 번째의 '도(道)'중에서 가장 큰 도가 '냅도(내버려두는 도)'라고 말했다. '냅도' 이야기는 뒤에 덕담이야기에서 198쪽에 다시 소개되어있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극작가 '이브 엔슬러'는 현경교수가 가장 감동을 준 사람이라고 했다. 그녀는 공연 후 '브이데이(V-Day)'를 시작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기위한 세계적인 운동을 실천한다고 한다. 뒤 쪽에 다시 소개하는 이브 엔슬러는 사랑에는 꼭 정의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난 여기 책 속에서 부활절의 정의를 알게 되었다. 예수가 정말 부활절 주일에 부활하신 것이 아니라, 예수의 죽음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임을 기념하는 날을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정한 것이라고 한다. 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는 '신자유주의 경제'이다.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해 불안해한다고 한다. 신자유주의 경제가 많은 젊은이에게서 꿈과 패기를 앗아가 버렸다. 열심히 공부해도 직장을 구할 수 없고 돈을 벌 수 없어서 좌절에 빠진다고 한다. 그런데 졸업 후 농사짓는 일로 돌아가겠다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어제 난 TV속 한 프로그램에서 24세의 어린 농부이야기를 보았다. 친환경농사를 한다고 무단 노력을 하는 청년농부가 대견했다.

 

 

 

현경교수의 글에는 힘이 있다. 새로운 도전에 필요한 힘과 모두가 함께하려는 연결고리가 있고 개인의 욕심이 아닌 모두가 함께하는 미래를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또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밑거름이 되는 말들로 용기를 주고 응원하며 토닥여준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가슴이 후련하다. 잘된 결과의 이야기를 보면 신이 나기도했다. 노래를 불러도 후렴과 반복이 있듯이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법정스님의 짧은 말씀을 옮겨본다.

263쪽-

법정 스님께서는 '무소유란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가지지 말라는 것이다.' 라로 말씀하셨습니다.

나에게 불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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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 1 샘터 외국소설선 12
톰 에겔란 지음, 손화수 옮김 / 샘터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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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를 보면 전혀 알 수 없었다. 아직 2편이 더 있는 책이지만 1편만으로 400페이지나 된다. 책속에는 제대로 그림도 없고 제목처럼 암호가 몇 번 나올 뿐이라 시작이 무척 지루할 듯 했다.

 

 

작가는 ‘톰 에켈란(TOM EGELAND)’ 이다. 수염이 덥수룩한 사진을 보면 케이블 TV 속의 주인공 같이 보였다. 나에게 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 의 작가인 ‘댄 브라운’이 존경하는 인물이라니 대단한 사람은 맞는 것 같다. 

 

 

 

 

차례를 보면 제 1편이 총 5장으로 이뤄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편도 제목이 올려있는데 5장의 뒤편과 9장까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책은 꼭 2편이 궁금하더라. 영화 헝거게임도 3편의 책이 나와서는 지금까지 2편의 영화가 나왔고 곧 올해 안으로 3편의 영화가 나온다고 한다. 

 

 

실제 노스트라다무스의 모습인지 흑백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1503년에 태어난 분으로 모자를 쓴 모습을 보면 꼭 배를 타고 여행하는 상인의 모습처럼 보였다. 초상화 아래에는 거의 비문의 글이 적혀있다.

 

 

 

새로운 내용이 시작될 때마다 문서를 사진으로 찍은 인쇄페이지가 있다. 내용은 장소와 지역, 그리고 시간을 표시하면서 사건을 전개해준다. 여기에서 1인칭인 ‘나’라고 소개하는 사람은 ‘비외른 벨토’이다.

 

 

 

로렌조 모레티 교수는 중세 말기와 르네상스 시대의 필사본에 숨겨져 있던 메시지와 암호에 대해 강의를 시작한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서신을 소개하면서 그의 서신이 암호화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현자의 서’에 대한 이야기도 꺼낸다. 이는 잊힌 고대의 지식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날 계속해서 강의를 한다고 알리고 강의를 마쳤다.

 

알비노에서 태어난 비외론은 조금은 소심한 사람 같다. 강의를 마치고 로렌조 모레티교수와 그의 부인인 안젤리카가 비외론 앞에 나타난다. 그 중에 ‘디노 가르비’가 끼어들어 자신의 노스트라다무스를 이야기한다. 모레티 교수의 자료들이 도난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다음날 다시 모레티 교수의 강의가 시작되고 좀 있어서 무기를 든 아홉 명의 사나이는 모레티 교수를 납치한다. 태권도에 실력이 있는 안젤리카는 납치되지 않았지만 그의 어린 아들인 ‘실비오’가 납치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다.

  

안젤리카는 비외른에게 남편과 아들을 찾는데 도와달라고 한다. 함께 노스트라아무스의 편지 복사본을 찾으려고 우피치 도서관의 큐레이터인 ‘레기나 페라리’를 만나러갔지만 편지는 또 다시 사라지고 남치범들과 한패인지 비외른과 안젤리카를 데리고 가려다가 두 사람이 도망을 가려고 하니 전자총을 발사했다. 비외른과 안젤리카는 서로 연관된 사람들을 찾으러 다니고 납치된 모레티교수는 함께 납치된 아들을 위해서 암호를 풀려고 한다.

  

모레티교수와 아들 ‘실비오’를 납치한 사람들이 ‘비카리우스 필리 데이’ 이며, 데려간 곳이 ‘몬테카세토 수도원’이고 그곳에 있는 도서관이 ‘악마의 도서관’이란 것을 알게 된다. 노스트라다무스와 관계한 몇 사람들이 희생된다. 인간은 언약의 궤를 통해서 신과 의사소통을 할수 있다고 하면서 신을 찾기위해서 노스트라다무스의 서신의 암호를 해독하라고 한다.

 

모레티교수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를 보면서 알파벳숫자의 배열로 암호화 된 ‘에너그램’을 이용한 ‘비제네르 암호’라고 확인한다. 비외른과 안젤리카도 모레티교수와 연락하던 사람들과 도서관의 서기를 찾아다니면서 ‘에너그램’을 확인한다.

 

난 모레티교수와 어린아들인 실비오가 납치되어 있는 몬테카세토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비외른과 안젤리카가 살인자 누명을 쓰면서 모레티교수와 실비오를 찾으러 다니는 또 다른 곳에서의 사건들을 번갈아가면서 읽어야했다.

 

작가는 나오는 이들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 그래서 더 책속으로 파고들게 되는 것 같다. 비외른은 시골성당의 사제인 피에로 피티노를 만났다. 그는 로마교황청 고대문서관리를 했던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는 ‘비카리우스필리 데이’ 보고서 복사본을 받는다. 암호를 풀어가면서 ‘로렌티안 도서관의 사서’를 가리키는 로렌티안도서관의 관장인 ‘베르나르도 카치니’를 기억해낸다. 그는 로렌조의 친구라고 안젤리카가 소리친다. 그를 만난 비외른과 안젤리카는 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때문에 비밀을 밝힌다고 한다. 모레타교수를 데리고 간 추기경이 ‘드라코 리초’라고 알려준다. 카아사르의 보물, 또는 악마의 도서관을 찾아 세상과 비밀을 공유하겠다고 한다.

 

길고 긴 이야기와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을 까 했는데 벌써 다 읽었다. 책 속에 나오는 이들은 하나같이 이름이 길다. 다 외울 수 없었다. 하지만 ‘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가 세상의 멸망과 예수의 재현을 앞당기려는 이들로부터 세상을 구하고자 비밀을 밝혀야 하는 것 같다. 여기에서 그리스도교의 궁극적인 목적이 지구의 종말이라고 말한다. 정말일까? 제5장이 중간에서 끝이 나면서 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 1편이 끝났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 2편이 무척 궁금해진다.

 

영어도 잘 모르는 내가 암호로 나오는 글이 어려 나라의 언어가 섞여 있다는 것을 보았다. 암호를 같이 풀어보면 좋으련만 전혀 알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다시 나올 제 2편을 기대하면서 납치된 모레티교수와 실비오가 무사히 잘 구출되길 바란다. 또한 늦지 않게 암호가 풀려서 안젤리카도 만나고 모리티교수의 못 다한 강의도 다 끝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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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9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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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열매달이라고 적혀있다. 가을이 시작된 지금 표지도 가을을 알리는 일러스트로 가득하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의 시간이 내게 있는 것에 감사하며 첫 장을 넘겼다. 

 

 

샘터9월호의 차례가 있는 곳에서 반가운 모습을 보았다. [이달에 만난 사람]이란 제목위에는 이해인 수녀님의 모습이 있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나의 막내이모는 20년 전 즈음에 수녀가 되고 제주도에서 생활할 때 이해인 수녀님과 함께 했다는 것을 안다. 다음 장에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가 있는 그림책인 ‘밭의 노래’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달에 난 이 그림책 속의 그림을 따라 그리며 시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잠시 책 속의 작은 아이가 되었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룰 맡은 지 15주년이 되고 5주간의 휴가를 얻어서 집안동생 명재가 결혼해서 산다는 시칠리아로 떠났다. 집안 식구들이 모두 같은 동네에 산다고 한다. 음식을 먹어도 함께 모여 먹을 때가 많은 그곳에서 아버지들이 제철재료로 만들어내는 요리를 해서 먹고 문화를 즐기는 이야기가 적혀있다. 멸치젓이 싱싱해서 시이모님이 챙겨주셔서 얻어왔지만 거기서 먹던 그 맛이 아닌 것이 유감이라고 한다. 나도 동감하는 이야기다.

 

 

이해인 수녀님의 모습이 보인다. 시가 적힌 그림책인 ‘밭의 노래’를 들고 계신다. 수녀원에서 텃밭을 가꾼다고 한다. 아직은 텃밭이란 것도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에게 “밭의 노래” 시 그림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해인 수녀의 말씀을 옮겨본다.

15쪽 -

“무심히 먹는 채소 하나도 밭에서 자라며 오랜 산고 끝에 우리에게 온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흙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을 테니까요.” 

 

필사의 고수 안정자 씨는 올해 망구(望九), 81세인데 2012년 4월 24일 처음 펜을 들고 1년 9개월 만에 <태백산맥> 열권의 전권의 필사를 끝냈다고 한다. 얼마나 대단한가. ‘귀신’이란 별명도 생겼다고 한다. 안 씨에게 필사는 그저 재미있는 놀이라고 한다. 오래 전, 누구에게서 글씨를 자주 써야 예쁜 글씨체가 된다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도 필사를 해볼까?

 

 

 

[버스로 시티투어]에서는 전라남도 담양을 소개하고 있다. 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운행하는 광주5코스를 보면서 작년에 갔던 순천만과 낙양읍성이 생각났다. 시티투어를 하면 식당에서 할인도 해주는 것은 참 좋은 관계인 듯하다. 메타세쿼이아 길에 서 있는 두 여자의 뒷모습은 후에 울 두 딸의 모습이 되어 사진이 찍어지겠지? 여행은 건강을 함께 선물 받는 것 같다.

 

 

옥현순 할머니의 연잎밥을 보면서 작년 순천에서 먹은 연잎밥이 생각났다. 큰 한옥을 식당으로 사용하던 그곳의 여 사장님과 사진도 찍었지만 한옥집안에는 정자도 있고 사랑방은 차를 대접하는 곳으로 꾸며져 있었다. 서비스도 좋았고 맛도 좋았던 그곳은 전날 TV에서 소개했던 곳이라 찾아왔다고 하니 고마워하셨다. 월간샘터 속에 소개된 옥현순 할머니의 연잎밥을 나도 따라 만들 수 있을까? 사진을 봐서는 전혀 할머니 같지 않다. 너무 젊은 모습이다. 연잎밥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책 뒤쪽에 가면 자세한 연잎밥 조리법이 다시 나온다. 난 블로그 등에 소개한 레시피는 필요하면 담아가서 스크랩을 하는데 연잎밥 레시피는 어떻게 담아가지? 책 페이지 사이에 책갈피라도 꽂아두어야겠다.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에 이순신장군의 말씀이 옮겨져 있다. 얼마 전 가족모두가 영화관에서 본 ‘명량’에서 주인공 이순신장군이 하던 말이다. 영화를 감명 깊게 봤다. 좌우명은 명언이다. 명언은 따라 적어 봐도 좋다. 명언을 가훈으로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에겐 막걸리를 소개하는 책이 있다. 부록으로 말걸리에 어울리는 안주레시피 별책이 있다. 그 책의 작가가 ‘허시영’씨다. 술 평론가 ‘허시명’의 글이 있다. 제목은 ‘열지 못한 술 한병’이다. 진도 홍주 무형문화재인 ‘허화자’씨에게 ‘아짐’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난 술은 전혀 못 마시지만 남자 동기랑 나의 남편이 친구가 되던 몇 년 전 어느 날 함께 홍어삼합을 먹으며 홍주를 마시는 것을 본적이 있다. 홍주가 그렇게 맛있나보다. 허화자씨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허시영씨는 허아짐이라고 부르던 화자씨가 빚은 홍주를 차마 마시지 못하겠다고 한다. 무형문화재인 허화자씨를 소개하면서 진도 홍주를 만드는 레시피도 함께 소개되었다. 며칠 전 TV에서도 막내딸이 친정엄마랑 술을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과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한다고 생각되었다. 그만큼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결혼 전 직장을 그만두고 쉬던 때에 친정엄마는 세탁기를 새로 사 보냈다.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세탁기를 배달해주신 배달기사 아저씨는 급경사의 언덕빼기 끝자락까지 오느라 땀을 많이 흘렸지만 냉수 한 잔도 대접 못했다. 텅 빈 냉장고를 보면서 부모님이 걱정 안하시게 뭐라도 먹고 살라고 하며 한마디 더 하셨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원하던 직장에 취업했다는 글을 적은 김문정씨는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 전업주부라고 한다. 배달 기사 아저씨의 말을 공감하며 옮겨적어봅니다.

57쪽-

"에구, 난 물 잘 안 마셔요. 몸이 힘들면 이상하게 정신이 맑아지더라고, 정신이 힘들 때는 몸을 쓰면 되고."

 

 

야생화 자수 작가인 김종희씨의 '고려엉겅퀴'를 자수작품으로 볼 수 있었다. 나도 요즘 다시 십자수를 많이 하지만 요즘은 새롭게 생활자수라고 김종희씨처럼 자수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들을 보호하는 일을 하게 된 임의균은 디자이너이다. 미대생으로 포병시절에는 탱크 도색을 맡았다고 한다. 쉽게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로드킬' 프로젝트도 문명의 바퀴에 깔려 죽은 동물들이 남긴 흔적을 알리고자 시작한 것이다. 슬림워크의 '안녕, 4대강' 프로젝트도 포스터와 달력, 엽서 등으로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잊힐지 모르는 것들을 소중히 것들을 보호하고 그 마음을 알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기도 가평의 가평터미널에서 자라섬 방향으로 걸어서 3분 거리, '자라섬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한 글에서 부부 둘이서 게스트하우스를 꾸몄다. 외벽에 연주자들을 그렸고, 계단을 내려가면 재즈바 겸 카페가 있다. 양조장에서 직접 공수한 수재 맥주는 아마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이들에게 인기 있을 것 같다. 나도 만약 가평에 간다면 드럼 치는 주부 박경애씨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여러 이야기가 가득한 월간샘터이다. 좀 더 오랫동안 사진을 보며 글을 보는 곳도 있고 다음에 혹 길 가다가 만날 수 있을지 모를 책 속의 주인공들 얼굴을 기억하며 오랫동안 보았다. 내 사진이 언젠가는 월간샘터에 나올 그날을 손꼽아보면서 마지막장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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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의 노래 - 이해인 수녀가 들려주는
이해인 지음, 백지혜 그림 / 샘터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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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시인이 수녀인 것은 아주 늦게 알았다. 아마 남편을 처음 만나고 나서일거다. 나의 막내 이모가 수녀가 되어 이해인수녀님이 계신다는 제주도에 가 있을 때, 이모가 부러웠다. 지금은 이해인수녀는 부산에 계신다. 표지는 두터운 양장본으로 받자말자 펼쳤는데 잉!~~안쪽 표지가 접혀있다. 구겨져 있다. 조금은 속상했다. 며칠 전에도 책에 커피를 쏟았는데 이번에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또 우유를 쏟았다. 다행이 아주 조금만 우유 때문에 구겨졌던 부분이 조금 더 구겨졌다. 표지속의 아이가 내가 보고 있는 것도 모르고 당근과 이야기 하며 미소만 짓고 있다.

 

표지 그림을 처음 보니 백지혜화가가 한국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오랜 친구 중에 한 명이 동양화를 전공했다. 이제는 동양화를 한국화라 하는가? 부드러운 색채는 어떻게 보면 수채화, 담채화 같은데 칠에는 얼룩이 없이 깨끗하다. 중학교 미술선생님도 아마 동양화를 전공했는지 대구 수화랑에서 전시회를 열었을 때, 꽃이 가득한 곳에 환한 얼굴의 아이가 앉아있는 모습을 그린 것을 보았다. 난 그때 미술부 부장이었다. 그 전에 선배들이 미술실에서 동양화를 그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모두 내가 인문계에 들어가서 미술을 전공하여 화가가 될 줄 알았다. 난 후에 광고기획실에서 세밀화도 그리고 종이일러스트도 하고 로고디자인, 팜플렛, 펙키지디자인을 했다.

시는 동시이다. 긴 동시는 4편으로 나눠져 있고 원제목은 '밭노래'이다. 시의 내용은 나눠져 있고 시 내용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그림처럼 이해인 시인은 떠오르는 시상을 글로 표현했나보다. 그림과 시가 너무 잘 어울렸다. 난 어른이 되어 동시를 읽지만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고 엄마가 읽어줘도 좋을 것 같다. 난 시 그림책을 열 번도 넘게 읽었다. 그 속에 그림도 열 번 넘게 보았다.

 

 

 

 

오랜만에 색연필과 파스텔을 꺼냈다. 몇 달 전 잘 안 쓰는 크레파스를 많이 버리고 또 이웃에게 주었는데 색연필을 아직도 몇 세트나 책꽂이에 있다. 심이 종이로 된 색연필도 아직 몇 세트 있고, 심을 돌려서 빼내는 색연필도 몇 세트가 있다. 어느 재료를 사용할지 몰라서 깎아서 쓰는 색연필도 준비하고 끝이 뾰족하게 깎아서 그림을 그릴 준비를 했다. 책속의 백지혜 화가의 그림을 몇 컷 따라 그려보고 싶었다.  

 

 

 

 

 

 

 

가지와 호박, 배추, 당근, 고추, 파 등이 열려있는 밭 가운데 수레가 있고 그 속에 수확한 야채들이 가득하다. 커다란 그림의 배추, 무, 상추, 쑥갓을 보니 싱싱하고 푸르름에 고기라도 구워서 쌈을 싸먹고 싶어졌다. 아이에게 배추를 보여주면서 김치를 담근다고 알려줘야겠지? 나의 두 딸은 이제 고등학생이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장에 나오는 감자, 호박, 당근, 오이가 들어있는 바구니 옆에 호박이 달린 줄기가 노란 호박꽃을 달고 누워져있다. 난 호박꽃을 따라 그려보았다. 색연필로 그리니 좀 오래 걸렸다. 미리 샤프펜슬로 밑그림을 그렸다. 그림이 다 그려졌지만 어둡게 찍어진 사진을 수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동시를 또 읽었다. 그림을 또 보았다.

 

커다란 수박도 몇 개나 있다. 노란 참외는 싱싱했고 옥수수와 토마토도 수레에 가득 있다. 노란 옥수수 알갱이가 삐죽 보인다. 과일과 야채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아이들 이름이라고 한다. 별처럼 처음보는게 있다면 내가 이름을 지어보겠는데, 시 그림책 속의 아이들 이름은 내가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그저께는 수박을 먹는 복날이었다. 

 

비가 온 뒤에 주인공 여자 아이가 밭에 나왔다. 아직은 뒷모습만 보여주는데 아이는 어디를 보고 있는 것일까? 책을 다 읽지 않고는 알 수 없지만 미리 책을 보는 아이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겠다. 내 옆에 작고 어린 아이가 있다면 내가 재미있게 읽어줄 수 있는데, 또 책속의 아이가 어디에 가려는 것인지 물어볼 수 있을 건데, 아쉬웠다.

 

아이는 당근과 한참을 이야기했다. 아마 비온 뒤 흙이 묻은 당근을 도와주고 싶었나보다. 아이는 당근을 뽑아서 씻기고 자신의 책상으로 들고 간다. 책속의 글처럼 날마다 이야길 하려나보다. 밭이야기를 날마다 하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나라면 당근에게 왜 당근색이 오렌지색인지 물어볼 건데, 어쩌면 내 질문에는 답을 안 해줄 수도 있겠다. 책속의 밭에서 커가는 아이들은 주인공 아이에게만 답하는 것 같다.

 

 

 

 

비 온 뒤, 또 아이가 밭에 나갔다. 이번에는 가지를 보러 갔나보다. 가지에는 비가 온 뒤라 잎이며 가지에 물방울이 맺혀있다. 난 가지도 그려보고 분홍색 가지꽃도 그려보았다. 가지꽃을 아래에서 쳐다보면 꼭 하늘의 별처럼 생겼다. 밤에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을 가지꽃 모양으로 하면 어떨까? 아니면, 책상위의 조명등을 가지꽃모양으로 해도 멋질 것 같다. 가지를 그리는 내내 책장을 넘기지 않았다. 다 읽은 책을 열 번 즈음 읽었을 때이다.

 

 

 

 

참외꽃인가? 오이꽃인가? 넓은 잎을 보니 오이 같은데, 옆에는 넓은 잎 사이로 쑥갓 꽃이 줄기를 길게 하고 쑥쑥 자라있다. 아이는 상추의 흙을 고르며 밭을 가꾸고 있다. 일을 끝내고 벗어놓은 장화 옆으로 나비들이 날아왔다. 배추흰나비 같다. 하얀 감자꽃과 배추흰나비가 책안에 가득하다. 서로 색상도 비슷하다. 난 쑥갓꽃위에 배추흰나비를 두 마리 올려두고 그렸다. 밑그림을 그리면서 나비를 몇 번이나 지웠다가 그렸다. 책속의 푸른색을 보다가 잠시 졸았나보다. 감자꽃도 그리고 싶었는데 다음으로 미뤘다.

 

 

 

 

 

 

동시책 뒤편에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에 대한 소개 글이 있다. 마지막부분에는 이해인 수녀님과 그림을 그린 백지혜씨에 대한 소개가 있다. 책 뒤표지에는 바로 안에 소개한 이해인 수녀님의 글의 아랫부분이 옮겨져 있다. 2006년 7월 11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도종환시인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 그분의 시집인 ‘해인으로 가는 길’을 선물로 받던 그날,   그분은 꽃이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아도 시가 떠오른다고 했다.

 

이해인 수녀님도 수녀원에서 각자의 텃밭을 만들어 이름을 붙이고 돌본다고 했다. 밭을 돌볼 때면 책 속의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이 생겨나지 않을까? 어쩌면 이해인 수녀님께도 당근은 말을 걸었을 것 같다. 이해인 수녀님의 인사글 마지막부분을 옮겨본다.

 

밭은 우리를 겸손하게 하는 엄마의 마음을 지녔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꼭 한 번 새롭게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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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 모리사와 아키오는 작가 자신이다. 책에는 사진이 없어서 검색을 해봤다. 조금은 개구쟁이 같은 얼굴의 모리사와는 트위터와 블로그를 가지고 있다. 트위터에 팔로잉을 하고서 전혀 알 수 없는 일본어를 그림처럼 보고는 나왔다.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의 이수미씨의 번역된 모리사와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차례가 적혀있는 곳 다음에는 명언이 한 줄 인쇄되어 있다. 여기에 옮겨본다. 히스이 고타로가 누구인가 검색을 해봤다. 작가로 많은 책이 나와 있다.

 

최고의 인생은 ‘말’을 타고 ‘사슴’을 찾는 여행이다. -히스이 고타로

 

그렇게도 갖고 싶던 멀티플라이어를 사서 허리에 매달고 다녔지만 지나치게 편리한 도시에선 아무 쓸모없는 물건이라 한다. 맥가이버라는 이름의 여러 가지 도구가 있는 칼이 생각난다. 지하상가에 가면 언제든지 볼 수 있다. 멀티플라이어를 허리에 차고 고물이 되어가는 빨간 오토바이를 타고 많은 여행을 했다. 점점 책 속의 내용을 읽어가면서 ‘나도 남자였으면 좋았겠다.’ 는 생각을 했다. 여자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혼자 다니는 것도 위험하다.

 

주인공이 일본사람이라 그런지 음식재료를 사지를 않고 미나리나 물냉이 같은 봄나물을 마요네즈에 묻혀서 안주삼아 맥주를 실컷 마신다고 한다. 처음에는 산 것인가? 했는데 즉석에서 나물을 뜯어서 요리를 해먹는 것 같다. 대단해보였다. 난 술안주에 카나페나 샌드위치, 오징어를 구워서 뜯어먹을 때나 마요네즈를 사용하는 줄 알았다. 햄버거가게에서는 혼자서 햄버거 두 개에 포테이토와 오렌지주스를 먹는다. 먹성이 대단한 것 같다. 술은 낮이든 밤이든 아무 때나 마시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저녁에 식사 후에나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던가. 음주문화가 확실히 다르다.

 

또 모리사와는 아이스박스를 어떤 것을 가지고 다니는지 항상 아이스박스에서 맥주를 꺼내고 다른 술도 꺼낸다. 캠핑갈 때 아이스박스형 가방에 가득 맥주를 시원하게해서 넣어서 가지고 다니는 것일까? 책속에 사진이나 그림이 없어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확실히 맥주를 무척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은 행복을 정의했다. 행복은 ‘아름다운 강과, 푸른 하늘과, 노천탕과, 차가운 맥주’다. 하고 말한다. 책 표지 그대로를 글로 옮긴 대목 같다. 직접 노천탕을 만드는 모습을 글로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책을 읽은 혹 젊은이들이 우리나라 어느 강에서 모리사와처럼 노천탕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 아마 용기가 아닌 만용이라고 하지 않을 것 같다. 애인끼리는 고베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커플끼리 데이트 장소로 좋은 곳 같다.

 

오토바이나 차를 타고 가는 여행코스도 자세히 알려준다. 모리사와가 다니던 길을 다시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남들은 잘 모르는 그런 장소 말고 지명이 확실한 장소에서는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여행가이드인가? 시만토강에 나도 가보고 싶다. 어떤 할머니의 등장으로 시코쿠 지방에 88개의 유적이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작가가 또 여름방학에 대한 정의를 올렸다. 아래 담아본다.

 

64쪽-

무명처럼 보드라운 강바람.

그토록 동경하던 강의 물소리.

이게 바로 여름방학이다.

여기서 맥주 한잔 들이키지 않는 인생을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내가 봤을 때는 모리사와는 거의 술에 중독된 것 같아보였다. 위스키도 마시고 안주로는 산나물튀김도 해먹고 우리가 식당에서도 사먹는 회초밥처럼 해먹기도 하고 대부분 즉석에서 만들어먹는 안주는 때론 식사대용이다. 모리사와와 친구에게도 맥주 마시기 좋은 날씨가 있다. 아래에 그 글을 또 옮겨본다.

 

72쪽-

강 수면에 비친 푸른 하늘은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다.

시만토강은 오늘도 맥주 마시기에 딱 좋은 날씨다.

 

모리사와는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여행을 떠난다. 직장동료들이 사준 괴물인형은 튜브처럼 공기를 불어 넣어서 물속에 띄우고 놀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싫던 괴물인형에게 ‘갸오’라는 이름을 정해주고는 함께 물놀이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조용한 곳으로 강물에 의지하며 갸오를 타고 이동하다가 괴물인형을 보고 놀랄까봐 물아래로 억지로 넣고 남녀 한 쌍이 있는 곳을 몰래 지나는데 그만 들키고 만다. 난 이 부분에서 폭소가 터졌다. 눈물까지 나왔다. 거실에서 작은 탁자위에 책을 두고 읽다가 데굴데굴 구르며 웃으니까 둘째딸이 놀라서 공부하다가 뛰어나왔다. 괴물인형얼굴을 물속에 잠기게 해서 이동하다가 빵하고 튀어나온 것이다. 그 모습이 상상되어 웃다보니 배가 고프기까지 했다.

 

또 다른 여행이야기가 있다. 그동안 이야기는 30대의 이야기도 있고 20대 이야기도 있는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시점으로 갔다. 할인점에서 구입한 싸구려 텐트를 준비해서 첫 번째 노숙 여행을 떠난 것이다. 준비물이 부족하여 첫날 매트와 침낭도 없이 춥게 자고나서는 슈퍼마켓에서 박스를 얻어다가 매트로 이용한다. 이번에는 위스키가 아닌 정종을 데워 마셨다. 난 술은 전혀 마시지 못하는데 안주는 잘 만든다. 모리사와는 거의 즉석에서 안주도 해결하고 술도 못 마시는 게 없다. 술을 마시는 것에는 맥가이버 같다.

 

얕은 여울에 돌을 쌓아 천연냉장고도 만들어서 맥주를 넣어두고, 볶음우동도 만들어먹고, 사계절 내내 낚식를 즐기는 오토하마 항에서 바다낚시를 하면서도 낚시보다도 그저 느긋하게 맥주나 마시고 잡담이나 하면서 웃을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한다. 자유가 있는 것 같다.

 

다시 여름이야기는 이쿠라 해안의 백사장에서 시작된다. 행복한 모리사와는 행복한 기분을 글로 표현했다. 기분이 좋을 때 모리사와와 그의 친구들은 입이 좌우로 당겨지고 눈꼬리의 웃음 주름이 깊어지고 콧구멍을 벌렁거린다. 누가 봐서는 과시욕을 보이는 것 같다. 또다시 그림이 그려진다. 모리사와의 사진을 떠올리며 그의 모습이 안 봐도 그림으로 그려진다. 몇 년 전 나의 두 딸이 홍차회사 포토콘테스트 이벤트로 거짓 없이 둘이서 웃는 모습이 1등을 했다. 그때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173쪽-

바닷바람에 녹은 선오일의 달콤한 향기. 커다란 태양과 파도 소리, 차가운 맥주. 이것 말고 대체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가?

 

 

 

물가에서 물냉이를 뜯고 미나리와 파드득나물도 캐고 바위 그늘에서 새우를 어망으로 잡아서 물냉이를 마요네즈를 넣어 버무리고 미나리와 파드득나물을 튀기고 새우와 민물게도 그대로 튀겨서 소금을 살짝 뿌리고 사치스런 안주가 완성된다. 여기에서 ‘푸른 하늘 맥주’를 마신다고 한다. 자신만의 후다닥 레시피로 만든 안주와 마시는 맥주는 ‘푸른 하늘 맥주’가 된다. 몇 장 지나서 또 다른 안주 레시피가 나온다. 채소와 버섯을 씻어 손으로 찢어서 삼겹살과 함께 알루미늄 호일로 감싸고 호일 안에 버터를 한 조각씩 넣어서 모닥불에 구워 먹는다. 이 안주는 나중에 꼭 만들어 먹고 싶다. 그동안 소개한 즉석안주 중에서 가장 멋진 것 같다.

 

주인공은 자유여행을 즐겼다. 오토바이를 타고 자신의 자가용도 운전해서 그렇게 친구랑 함께 혹은 혼자서 가는 여행은 오랜 여행으로 노숙여행이 대부분이다. 언젠가 TV에서 CF로 나오던 ‘열심히 산 그대여 떠나라’ 하던 것처럼 모리사와는 자유로워보였다.

 

나도 자주 여행을 다닌다. 유명한 장소를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등산도 잘 못해서 거의 남편이 가까운 시외로 출장을 갈 때면 따라간다. 함께 맛있는 곳을 찾아 점심식사를 하고 때론 김밥을 직접 싸기도 하고 결혼 초에는 버너랑 라면, 코펠을 준비해서 가기도 했다. 남편의 직장 동료 중에 한 분도 오래전 부인이 한번 따라 갔는데 그 후 다시는 같이 안다닌다고 한다. 남편이 볼일 볼 동안 가까운 공원에서 사진을 찍거나 독서를 하는 나랑은 많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 모리사와는 여행을 하면서 독서도 즐긴다. 모리사와가 마지막 인사말에서 여행을 하면서 독서를 하라고 알려준다.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을 때 여행을 하라고 말한다. 나도 그 말에는 동감한다. 나도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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