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 모리사와 아키오는 작가 자신이다. 책에는 사진이 없어서 검색을 해봤다. 조금은 개구쟁이 같은 얼굴의 모리사와는 트위터와 블로그를 가지고 있다. 트위터에 팔로잉을 하고서 전혀 알 수 없는 일본어를 그림처럼 보고는 나왔다.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의 이수미씨의 번역된 모리사와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차례가 적혀있는 곳 다음에는 명언이 한 줄 인쇄되어 있다. 여기에 옮겨본다. 히스이 고타로가 누구인가 검색을 해봤다. 작가로 많은 책이 나와 있다.

 

최고의 인생은 ‘말’을 타고 ‘사슴’을 찾는 여행이다. -히스이 고타로

 

그렇게도 갖고 싶던 멀티플라이어를 사서 허리에 매달고 다녔지만 지나치게 편리한 도시에선 아무 쓸모없는 물건이라 한다. 맥가이버라는 이름의 여러 가지 도구가 있는 칼이 생각난다. 지하상가에 가면 언제든지 볼 수 있다. 멀티플라이어를 허리에 차고 고물이 되어가는 빨간 오토바이를 타고 많은 여행을 했다. 점점 책 속의 내용을 읽어가면서 ‘나도 남자였으면 좋았겠다.’ 는 생각을 했다. 여자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혼자 다니는 것도 위험하다.

 

주인공이 일본사람이라 그런지 음식재료를 사지를 않고 미나리나 물냉이 같은 봄나물을 마요네즈에 묻혀서 안주삼아 맥주를 실컷 마신다고 한다. 처음에는 산 것인가? 했는데 즉석에서 나물을 뜯어서 요리를 해먹는 것 같다. 대단해보였다. 난 술안주에 카나페나 샌드위치, 오징어를 구워서 뜯어먹을 때나 마요네즈를 사용하는 줄 알았다. 햄버거가게에서는 혼자서 햄버거 두 개에 포테이토와 오렌지주스를 먹는다. 먹성이 대단한 것 같다. 술은 낮이든 밤이든 아무 때나 마시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저녁에 식사 후에나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던가. 음주문화가 확실히 다르다.

 

또 모리사와는 아이스박스를 어떤 것을 가지고 다니는지 항상 아이스박스에서 맥주를 꺼내고 다른 술도 꺼낸다. 캠핑갈 때 아이스박스형 가방에 가득 맥주를 시원하게해서 넣어서 가지고 다니는 것일까? 책속에 사진이나 그림이 없어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확실히 맥주를 무척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은 행복을 정의했다. 행복은 ‘아름다운 강과, 푸른 하늘과, 노천탕과, 차가운 맥주’다. 하고 말한다. 책 표지 그대로를 글로 옮긴 대목 같다. 직접 노천탕을 만드는 모습을 글로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책을 읽은 혹 젊은이들이 우리나라 어느 강에서 모리사와처럼 노천탕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 아마 용기가 아닌 만용이라고 하지 않을 것 같다. 애인끼리는 고베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커플끼리 데이트 장소로 좋은 곳 같다.

 

오토바이나 차를 타고 가는 여행코스도 자세히 알려준다. 모리사와가 다니던 길을 다시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남들은 잘 모르는 그런 장소 말고 지명이 확실한 장소에서는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여행가이드인가? 시만토강에 나도 가보고 싶다. 어떤 할머니의 등장으로 시코쿠 지방에 88개의 유적이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작가가 또 여름방학에 대한 정의를 올렸다. 아래 담아본다.

 

64쪽-

무명처럼 보드라운 강바람.

그토록 동경하던 강의 물소리.

이게 바로 여름방학이다.

여기서 맥주 한잔 들이키지 않는 인생을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내가 봤을 때는 모리사와는 거의 술에 중독된 것 같아보였다. 위스키도 마시고 안주로는 산나물튀김도 해먹고 우리가 식당에서도 사먹는 회초밥처럼 해먹기도 하고 대부분 즉석에서 만들어먹는 안주는 때론 식사대용이다. 모리사와와 친구에게도 맥주 마시기 좋은 날씨가 있다. 아래에 그 글을 또 옮겨본다.

 

72쪽-

강 수면에 비친 푸른 하늘은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다.

시만토강은 오늘도 맥주 마시기에 딱 좋은 날씨다.

 

모리사와는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여행을 떠난다. 직장동료들이 사준 괴물인형은 튜브처럼 공기를 불어 넣어서 물속에 띄우고 놀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싫던 괴물인형에게 ‘갸오’라는 이름을 정해주고는 함께 물놀이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조용한 곳으로 강물에 의지하며 갸오를 타고 이동하다가 괴물인형을 보고 놀랄까봐 물아래로 억지로 넣고 남녀 한 쌍이 있는 곳을 몰래 지나는데 그만 들키고 만다. 난 이 부분에서 폭소가 터졌다. 눈물까지 나왔다. 거실에서 작은 탁자위에 책을 두고 읽다가 데굴데굴 구르며 웃으니까 둘째딸이 놀라서 공부하다가 뛰어나왔다. 괴물인형얼굴을 물속에 잠기게 해서 이동하다가 빵하고 튀어나온 것이다. 그 모습이 상상되어 웃다보니 배가 고프기까지 했다.

 

또 다른 여행이야기가 있다. 그동안 이야기는 30대의 이야기도 있고 20대 이야기도 있는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시점으로 갔다. 할인점에서 구입한 싸구려 텐트를 준비해서 첫 번째 노숙 여행을 떠난 것이다. 준비물이 부족하여 첫날 매트와 침낭도 없이 춥게 자고나서는 슈퍼마켓에서 박스를 얻어다가 매트로 이용한다. 이번에는 위스키가 아닌 정종을 데워 마셨다. 난 술은 전혀 마시지 못하는데 안주는 잘 만든다. 모리사와는 거의 즉석에서 안주도 해결하고 술도 못 마시는 게 없다. 술을 마시는 것에는 맥가이버 같다.

 

얕은 여울에 돌을 쌓아 천연냉장고도 만들어서 맥주를 넣어두고, 볶음우동도 만들어먹고, 사계절 내내 낚식를 즐기는 오토하마 항에서 바다낚시를 하면서도 낚시보다도 그저 느긋하게 맥주나 마시고 잡담이나 하면서 웃을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한다. 자유가 있는 것 같다.

 

다시 여름이야기는 이쿠라 해안의 백사장에서 시작된다. 행복한 모리사와는 행복한 기분을 글로 표현했다. 기분이 좋을 때 모리사와와 그의 친구들은 입이 좌우로 당겨지고 눈꼬리의 웃음 주름이 깊어지고 콧구멍을 벌렁거린다. 누가 봐서는 과시욕을 보이는 것 같다. 또다시 그림이 그려진다. 모리사와의 사진을 떠올리며 그의 모습이 안 봐도 그림으로 그려진다. 몇 년 전 나의 두 딸이 홍차회사 포토콘테스트 이벤트로 거짓 없이 둘이서 웃는 모습이 1등을 했다. 그때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173쪽-

바닷바람에 녹은 선오일의 달콤한 향기. 커다란 태양과 파도 소리, 차가운 맥주. 이것 말고 대체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가?

 

 

 

물가에서 물냉이를 뜯고 미나리와 파드득나물도 캐고 바위 그늘에서 새우를 어망으로 잡아서 물냉이를 마요네즈를 넣어 버무리고 미나리와 파드득나물을 튀기고 새우와 민물게도 그대로 튀겨서 소금을 살짝 뿌리고 사치스런 안주가 완성된다. 여기에서 ‘푸른 하늘 맥주’를 마신다고 한다. 자신만의 후다닥 레시피로 만든 안주와 마시는 맥주는 ‘푸른 하늘 맥주’가 된다. 몇 장 지나서 또 다른 안주 레시피가 나온다. 채소와 버섯을 씻어 손으로 찢어서 삼겹살과 함께 알루미늄 호일로 감싸고 호일 안에 버터를 한 조각씩 넣어서 모닥불에 구워 먹는다. 이 안주는 나중에 꼭 만들어 먹고 싶다. 그동안 소개한 즉석안주 중에서 가장 멋진 것 같다.

 

주인공은 자유여행을 즐겼다. 오토바이를 타고 자신의 자가용도 운전해서 그렇게 친구랑 함께 혹은 혼자서 가는 여행은 오랜 여행으로 노숙여행이 대부분이다. 언젠가 TV에서 CF로 나오던 ‘열심히 산 그대여 떠나라’ 하던 것처럼 모리사와는 자유로워보였다.

 

나도 자주 여행을 다닌다. 유명한 장소를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등산도 잘 못해서 거의 남편이 가까운 시외로 출장을 갈 때면 따라간다. 함께 맛있는 곳을 찾아 점심식사를 하고 때론 김밥을 직접 싸기도 하고 결혼 초에는 버너랑 라면, 코펠을 준비해서 가기도 했다. 남편의 직장 동료 중에 한 분도 오래전 부인이 한번 따라 갔는데 그 후 다시는 같이 안다닌다고 한다. 남편이 볼일 볼 동안 가까운 공원에서 사진을 찍거나 독서를 하는 나랑은 많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 모리사와는 여행을 하면서 독서도 즐긴다. 모리사와가 마지막 인사말에서 여행을 하면서 독서를 하라고 알려준다.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을 때 여행을 하라고 말한다. 나도 그 말에는 동감한다. 나도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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