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의 노래 - 이해인 수녀가 들려주는
이해인 지음, 백지혜 그림 / 샘터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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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시인이 수녀인 것은 아주 늦게 알았다. 아마 남편을 처음 만나고 나서일거다. 나의 막내 이모가 수녀가 되어 이해인수녀님이 계신다는 제주도에 가 있을 때, 이모가 부러웠다. 지금은 이해인수녀는 부산에 계신다. 표지는 두터운 양장본으로 받자말자 펼쳤는데 잉!~~안쪽 표지가 접혀있다. 구겨져 있다. 조금은 속상했다. 며칠 전에도 책에 커피를 쏟았는데 이번에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또 우유를 쏟았다. 다행이 아주 조금만 우유 때문에 구겨졌던 부분이 조금 더 구겨졌다. 표지속의 아이가 내가 보고 있는 것도 모르고 당근과 이야기 하며 미소만 짓고 있다.

 

표지 그림을 처음 보니 백지혜화가가 한국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오랜 친구 중에 한 명이 동양화를 전공했다. 이제는 동양화를 한국화라 하는가? 부드러운 색채는 어떻게 보면 수채화, 담채화 같은데 칠에는 얼룩이 없이 깨끗하다. 중학교 미술선생님도 아마 동양화를 전공했는지 대구 수화랑에서 전시회를 열었을 때, 꽃이 가득한 곳에 환한 얼굴의 아이가 앉아있는 모습을 그린 것을 보았다. 난 그때 미술부 부장이었다. 그 전에 선배들이 미술실에서 동양화를 그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모두 내가 인문계에 들어가서 미술을 전공하여 화가가 될 줄 알았다. 난 후에 광고기획실에서 세밀화도 그리고 종이일러스트도 하고 로고디자인, 팜플렛, 펙키지디자인을 했다.

시는 동시이다. 긴 동시는 4편으로 나눠져 있고 원제목은 '밭노래'이다. 시의 내용은 나눠져 있고 시 내용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그림처럼 이해인 시인은 떠오르는 시상을 글로 표현했나보다. 그림과 시가 너무 잘 어울렸다. 난 어른이 되어 동시를 읽지만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고 엄마가 읽어줘도 좋을 것 같다. 난 시 그림책을 열 번도 넘게 읽었다. 그 속에 그림도 열 번 넘게 보았다.

 

 

 

 

오랜만에 색연필과 파스텔을 꺼냈다. 몇 달 전 잘 안 쓰는 크레파스를 많이 버리고 또 이웃에게 주었는데 색연필을 아직도 몇 세트나 책꽂이에 있다. 심이 종이로 된 색연필도 아직 몇 세트 있고, 심을 돌려서 빼내는 색연필도 몇 세트가 있다. 어느 재료를 사용할지 몰라서 깎아서 쓰는 색연필도 준비하고 끝이 뾰족하게 깎아서 그림을 그릴 준비를 했다. 책속의 백지혜 화가의 그림을 몇 컷 따라 그려보고 싶었다.  

 

 

 

 

 

 

 

가지와 호박, 배추, 당근, 고추, 파 등이 열려있는 밭 가운데 수레가 있고 그 속에 수확한 야채들이 가득하다. 커다란 그림의 배추, 무, 상추, 쑥갓을 보니 싱싱하고 푸르름에 고기라도 구워서 쌈을 싸먹고 싶어졌다. 아이에게 배추를 보여주면서 김치를 담근다고 알려줘야겠지? 나의 두 딸은 이제 고등학생이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장에 나오는 감자, 호박, 당근, 오이가 들어있는 바구니 옆에 호박이 달린 줄기가 노란 호박꽃을 달고 누워져있다. 난 호박꽃을 따라 그려보았다. 색연필로 그리니 좀 오래 걸렸다. 미리 샤프펜슬로 밑그림을 그렸다. 그림이 다 그려졌지만 어둡게 찍어진 사진을 수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동시를 또 읽었다. 그림을 또 보았다.

 

커다란 수박도 몇 개나 있다. 노란 참외는 싱싱했고 옥수수와 토마토도 수레에 가득 있다. 노란 옥수수 알갱이가 삐죽 보인다. 과일과 야채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아이들 이름이라고 한다. 별처럼 처음보는게 있다면 내가 이름을 지어보겠는데, 시 그림책 속의 아이들 이름은 내가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그저께는 수박을 먹는 복날이었다. 

 

비가 온 뒤에 주인공 여자 아이가 밭에 나왔다. 아직은 뒷모습만 보여주는데 아이는 어디를 보고 있는 것일까? 책을 다 읽지 않고는 알 수 없지만 미리 책을 보는 아이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겠다. 내 옆에 작고 어린 아이가 있다면 내가 재미있게 읽어줄 수 있는데, 또 책속의 아이가 어디에 가려는 것인지 물어볼 수 있을 건데, 아쉬웠다.

 

아이는 당근과 한참을 이야기했다. 아마 비온 뒤 흙이 묻은 당근을 도와주고 싶었나보다. 아이는 당근을 뽑아서 씻기고 자신의 책상으로 들고 간다. 책속의 글처럼 날마다 이야길 하려나보다. 밭이야기를 날마다 하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나라면 당근에게 왜 당근색이 오렌지색인지 물어볼 건데, 어쩌면 내 질문에는 답을 안 해줄 수도 있겠다. 책속의 밭에서 커가는 아이들은 주인공 아이에게만 답하는 것 같다.

 

 

 

 

비 온 뒤, 또 아이가 밭에 나갔다. 이번에는 가지를 보러 갔나보다. 가지에는 비가 온 뒤라 잎이며 가지에 물방울이 맺혀있다. 난 가지도 그려보고 분홍색 가지꽃도 그려보았다. 가지꽃을 아래에서 쳐다보면 꼭 하늘의 별처럼 생겼다. 밤에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을 가지꽃 모양으로 하면 어떨까? 아니면, 책상위의 조명등을 가지꽃모양으로 해도 멋질 것 같다. 가지를 그리는 내내 책장을 넘기지 않았다. 다 읽은 책을 열 번 즈음 읽었을 때이다.

 

 

 

 

참외꽃인가? 오이꽃인가? 넓은 잎을 보니 오이 같은데, 옆에는 넓은 잎 사이로 쑥갓 꽃이 줄기를 길게 하고 쑥쑥 자라있다. 아이는 상추의 흙을 고르며 밭을 가꾸고 있다. 일을 끝내고 벗어놓은 장화 옆으로 나비들이 날아왔다. 배추흰나비 같다. 하얀 감자꽃과 배추흰나비가 책안에 가득하다. 서로 색상도 비슷하다. 난 쑥갓꽃위에 배추흰나비를 두 마리 올려두고 그렸다. 밑그림을 그리면서 나비를 몇 번이나 지웠다가 그렸다. 책속의 푸른색을 보다가 잠시 졸았나보다. 감자꽃도 그리고 싶었는데 다음으로 미뤘다.

 

 

 

 

 

 

동시책 뒤편에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에 대한 소개 글이 있다. 마지막부분에는 이해인 수녀님과 그림을 그린 백지혜씨에 대한 소개가 있다. 책 뒤표지에는 바로 안에 소개한 이해인 수녀님의 글의 아랫부분이 옮겨져 있다. 2006년 7월 11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도종환시인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 그분의 시집인 ‘해인으로 가는 길’을 선물로 받던 그날,   그분은 꽃이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아도 시가 떠오른다고 했다.

 

이해인 수녀님도 수녀원에서 각자의 텃밭을 만들어 이름을 붙이고 돌본다고 했다. 밭을 돌볼 때면 책 속의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이 생겨나지 않을까? 어쩌면 이해인 수녀님께도 당근은 말을 걸었을 것 같다. 이해인 수녀님의 인사글 마지막부분을 옮겨본다.

 

밭은 우리를 겸손하게 하는 엄마의 마음을 지녔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꼭 한 번 새롭게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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