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9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9월은 열매달이라고 적혀있다. 가을이 시작된 지금 표지도 가을을 알리는 일러스트로 가득하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의 시간이 내게 있는 것에 감사하며 첫 장을 넘겼다. 

 

 

샘터9월호의 차례가 있는 곳에서 반가운 모습을 보았다. [이달에 만난 사람]이란 제목위에는 이해인 수녀님의 모습이 있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나의 막내이모는 20년 전 즈음에 수녀가 되고 제주도에서 생활할 때 이해인 수녀님과 함께 했다는 것을 안다. 다음 장에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가 있는 그림책인 ‘밭의 노래’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달에 난 이 그림책 속의 그림을 따라 그리며 시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잠시 책 속의 작은 아이가 되었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룰 맡은 지 15주년이 되고 5주간의 휴가를 얻어서 집안동생 명재가 결혼해서 산다는 시칠리아로 떠났다. 집안 식구들이 모두 같은 동네에 산다고 한다. 음식을 먹어도 함께 모여 먹을 때가 많은 그곳에서 아버지들이 제철재료로 만들어내는 요리를 해서 먹고 문화를 즐기는 이야기가 적혀있다. 멸치젓이 싱싱해서 시이모님이 챙겨주셔서 얻어왔지만 거기서 먹던 그 맛이 아닌 것이 유감이라고 한다. 나도 동감하는 이야기다.

 

 

이해인 수녀님의 모습이 보인다. 시가 적힌 그림책인 ‘밭의 노래’를 들고 계신다. 수녀원에서 텃밭을 가꾼다고 한다. 아직은 텃밭이란 것도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에게 “밭의 노래” 시 그림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해인 수녀의 말씀을 옮겨본다.

15쪽 -

“무심히 먹는 채소 하나도 밭에서 자라며 오랜 산고 끝에 우리에게 온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흙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을 테니까요.” 

 

필사의 고수 안정자 씨는 올해 망구(望九), 81세인데 2012년 4월 24일 처음 펜을 들고 1년 9개월 만에 <태백산맥> 열권의 전권의 필사를 끝냈다고 한다. 얼마나 대단한가. ‘귀신’이란 별명도 생겼다고 한다. 안 씨에게 필사는 그저 재미있는 놀이라고 한다. 오래 전, 누구에게서 글씨를 자주 써야 예쁜 글씨체가 된다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도 필사를 해볼까?

 

 

 

[버스로 시티투어]에서는 전라남도 담양을 소개하고 있다. 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운행하는 광주5코스를 보면서 작년에 갔던 순천만과 낙양읍성이 생각났다. 시티투어를 하면 식당에서 할인도 해주는 것은 참 좋은 관계인 듯하다. 메타세쿼이아 길에 서 있는 두 여자의 뒷모습은 후에 울 두 딸의 모습이 되어 사진이 찍어지겠지? 여행은 건강을 함께 선물 받는 것 같다.

 

 

옥현순 할머니의 연잎밥을 보면서 작년 순천에서 먹은 연잎밥이 생각났다. 큰 한옥을 식당으로 사용하던 그곳의 여 사장님과 사진도 찍었지만 한옥집안에는 정자도 있고 사랑방은 차를 대접하는 곳으로 꾸며져 있었다. 서비스도 좋았고 맛도 좋았던 그곳은 전날 TV에서 소개했던 곳이라 찾아왔다고 하니 고마워하셨다. 월간샘터 속에 소개된 옥현순 할머니의 연잎밥을 나도 따라 만들 수 있을까? 사진을 봐서는 전혀 할머니 같지 않다. 너무 젊은 모습이다. 연잎밥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책 뒤쪽에 가면 자세한 연잎밥 조리법이 다시 나온다. 난 블로그 등에 소개한 레시피는 필요하면 담아가서 스크랩을 하는데 연잎밥 레시피는 어떻게 담아가지? 책 페이지 사이에 책갈피라도 꽂아두어야겠다.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에 이순신장군의 말씀이 옮겨져 있다. 얼마 전 가족모두가 영화관에서 본 ‘명량’에서 주인공 이순신장군이 하던 말이다. 영화를 감명 깊게 봤다. 좌우명은 명언이다. 명언은 따라 적어 봐도 좋다. 명언을 가훈으로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에겐 막걸리를 소개하는 책이 있다. 부록으로 말걸리에 어울리는 안주레시피 별책이 있다. 그 책의 작가가 ‘허시영’씨다. 술 평론가 ‘허시명’의 글이 있다. 제목은 ‘열지 못한 술 한병’이다. 진도 홍주 무형문화재인 ‘허화자’씨에게 ‘아짐’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난 술은 전혀 못 마시지만 남자 동기랑 나의 남편이 친구가 되던 몇 년 전 어느 날 함께 홍어삼합을 먹으며 홍주를 마시는 것을 본적이 있다. 홍주가 그렇게 맛있나보다. 허화자씨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허시영씨는 허아짐이라고 부르던 화자씨가 빚은 홍주를 차마 마시지 못하겠다고 한다. 무형문화재인 허화자씨를 소개하면서 진도 홍주를 만드는 레시피도 함께 소개되었다. 며칠 전 TV에서도 막내딸이 친정엄마랑 술을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과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한다고 생각되었다. 그만큼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결혼 전 직장을 그만두고 쉬던 때에 친정엄마는 세탁기를 새로 사 보냈다.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세탁기를 배달해주신 배달기사 아저씨는 급경사의 언덕빼기 끝자락까지 오느라 땀을 많이 흘렸지만 냉수 한 잔도 대접 못했다. 텅 빈 냉장고를 보면서 부모님이 걱정 안하시게 뭐라도 먹고 살라고 하며 한마디 더 하셨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원하던 직장에 취업했다는 글을 적은 김문정씨는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 전업주부라고 한다. 배달 기사 아저씨의 말을 공감하며 옮겨적어봅니다.

57쪽-

"에구, 난 물 잘 안 마셔요. 몸이 힘들면 이상하게 정신이 맑아지더라고, 정신이 힘들 때는 몸을 쓰면 되고."

 

 

야생화 자수 작가인 김종희씨의 '고려엉겅퀴'를 자수작품으로 볼 수 있었다. 나도 요즘 다시 십자수를 많이 하지만 요즘은 새롭게 생활자수라고 김종희씨처럼 자수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들을 보호하는 일을 하게 된 임의균은 디자이너이다. 미대생으로 포병시절에는 탱크 도색을 맡았다고 한다. 쉽게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로드킬' 프로젝트도 문명의 바퀴에 깔려 죽은 동물들이 남긴 흔적을 알리고자 시작한 것이다. 슬림워크의 '안녕, 4대강' 프로젝트도 포스터와 달력, 엽서 등으로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잊힐지 모르는 것들을 소중히 것들을 보호하고 그 마음을 알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기도 가평의 가평터미널에서 자라섬 방향으로 걸어서 3분 거리, '자라섬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한 글에서 부부 둘이서 게스트하우스를 꾸몄다. 외벽에 연주자들을 그렸고, 계단을 내려가면 재즈바 겸 카페가 있다. 양조장에서 직접 공수한 수재 맥주는 아마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이들에게 인기 있을 것 같다. 나도 만약 가평에 간다면 드럼 치는 주부 박경애씨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여러 이야기가 가득한 월간샘터이다. 좀 더 오랫동안 사진을 보며 글을 보는 곳도 있고 다음에 혹 길 가다가 만날 수 있을지 모를 책 속의 주인공들 얼굴을 기억하며 오랫동안 보았다. 내 사진이 언젠가는 월간샘터에 나올 그날을 손꼽아보면서 마지막장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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