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책이 있다. 미로의 이야기는 기체조를 하는 듯 날 진정시켜주었다. 책 표지나 책 속에서 그림으로 보는 미로의 모습도 부드럽고 온아하다. 눈먼 소년 미로는 10대의 사춘기를 막 시작했다. 미로 옆에는 항상 바다가 함께 있고 맹인견 불로와 친구들인 팔뤼슈할아버지, 뤼카, 니노, 륀이 있다.
오랜 친구인 팔뤼슈 할아버지는 미로와 함께 배를 타고 낚시도 한다. 미로는 바다가 곁에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바다는 미로의 집이라고 한다. 마른 모래를 한 움큼 집어 손가락 사이로 주르르 흐르게 하기를 좋아하는 미로처럼 난 여름 휴가 때, 바닷가 모래에 앉아서 그렇게 하고 눈을 감아보았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나는 미로가 좋아하는 다른 것을 더 따라할 수 없었다.
미로는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눈이 먼 것이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 훨씬 나쁜 경우로 고아로 태어난다던가 혹은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잔소리꾼 어머미를 둔 것을 예를 들면서 자신의 부모는 다정스럽고 애정으로 보살펴주고 자신을 사랑해준다고 한다. 미로는 사람들이 자신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서로 대화하고 함께 생활하고 지내길 어려워하지 않는다. 미로의 혼자말이나 생각 등을 파란색 글로 적혀져 있다. 바다색깔로 표현되었지만 난 그 파란색 글씨들을 읽으면서 미로의 속삭임을 느낄 수 있었다.
불로보다 먼저 알 게 된 친구인 뤼카는 오래전부터 한동네에 살게된 친형제 같은 친구이고, 니노는 여름이 되면 여기저기 무리에 섞여 여행을 하는 떠돌이 집시이다. 니노는 무슨일이든 척척하는 만능소년 같았다. 아마 커서 큰 부자가 될 것 같다.
큰 고기를 낚시하다가 팔뤼슈 할아버지가 크게 다치고 집을 팔아 양로원에 들어가셔서는 점점 희망을 잃어간다. 할아버지 집으로 륀이 이사를 온다. 그리고 륀은 미로와 친하게 지내게 되고 가끔 미로의 집 부엌에서 만나서 미로에게 책도 읽어주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리고 첫 키스도 하게 된다. 륀은 미로 만큼이나 부드러운 느낌의 여자아이이다. 거친 성격이 아니라 조용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문학소년 같았다.
미로가 한 이야기 중에 가장 멋진 부분이 있다. "사람이란 침묵하기 위해 알하는 걸 배우듯, 우리는 눈을 감기 위해 보는 법을 배우는 거야. 나는 보는 법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항상 눈을 감고 있어서 더 많은 것을 받아드릴 수 있어." 참으로 미로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할아버지의 배를 가져다가 칠도 새로 한 미로와 친구들은 할아버지의 여동생을 찾아갔으나 여동생은 할아버지를 찾아오지 못한다. 새로 칠한 배로 할아버지를 데리고 오려고 했다. 그리고 함께 파티를 열려고 했다. 하지만 팔뤼슈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장례식에 온 할아버지의 여동생은 화장한 할아버지의 유골을 가지고 갔다. 며칠 후 미로와 친구들은 할아버지 여동생집에 가서 유골을 받아오고 슬픔을 못 이겨 열네 살의 미로는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 그리고 취한다.
륀이 젖니를 네 개나 뺀다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동안 미로는 륀을 사랑하는 것을 알게된다. 잠시 못본 것을 안타까워하고 륀을 찾는다. 륀이 있는 병원에 간 미로가 륀과 대화를 하는 것을 보고 비로소 난 마음이 안정되었다. 왜 내가 이렇게 안달이 났던 것일까? 미로와 륀이 잘 되길 바랬다.
며칠이 지나 할아버지 유골을 들고 친구들과 바다에 갓다. 배를 타고 유골를 바다에 뿌렸다. 그리고 륀과 미로는 함께 수영을 했다. 곧 친구들도 수영을 하는 소리가 들리고 미로는 바다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긴 생머리를 가진 륀과 그녀 옆에 함께하길 원하는 미로의 모습을 그려보면 태초의 아담과 이브를 생각나게 한다. 우리 인류가 바다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던가! 영화 '푸른산호초'의 브룩쉴즈와 크리스토퍼 앳킨스가 떠올랐다. 영화속의 두 주인공의 자유로운 바닷속에서의 모습처럼 륀과 미로는 자유 속에서 키스를 했다.
이 책을 읽고나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장애는 결코 장애가 아니라는 것과 사춘기를 맞는 청소년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중한 것은 자신의 가까이에 있으며 행복은 스스로 생각하는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된다. 난 이후에 바다를 찾는 때면 꼭 미로와 그의 친구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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