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 나오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처음부터 유기훈씨의 그림인줄 바로 알아냈다. 삐뚤삐뚤한 선을 이으면서 그려진 그림이지만 부드럽고 케릭터의 눈동자는 더욱 부드러워 선하다. 작가 이경화씨가 을파소 출판사 편집자인 강설애 님의 본인의 어린시절을 이야기 한 내용이라고 했다. 내 어릴적 시절을 떠올리게 했고 나도 주인공처럼 4학년의 초등학생 시절의 학교생활을 더듬어보았다. 짝꿍과 한 책상을 함께 쓰면서 가운데 줄을 그어서 넘어오지 못하게 하고 남자와 여자가 서로 몸을 부딪히면 끔찍해 하던 때가 있다. 난 그런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냥 남자아이들이 내 몸을 스쳐도 그냥 두었다가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그 중 한 남자는 나와 몸이 부딪히고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다. "얼레껄라리.. 누구누구는 경미 좋아한데요.." 그러니 그 남자아이는 "그래..나 경미좋아한다. 우짤래.." 했었다. 나와 6년을 한 학교에 다니면서 같은반이 된적이 많던 그 남자아니는 나처럼 피부가 유난히 검었고 공부도 잘 했다. 흑백 사진 속에는 내 뒤에 앉아서 빙그레 웃음짖던 그 남자아이는 결혼해서 서울에서 산다고 한다. 그 남자아이, 아니 그 친구는 그때를 기억할까?
주인공 나미는 방학과제물로 일기를 써서 냈다. 그것도 방학 개학식하기 하루 전날 밀린 일기를 한꺼번에 쓴 것이다. 그런데 4학년 전체 대표로 월요일 조회시간에 상을 받게된 것이다. 글쓰기를 잘 하는 하늘이는 상을 받지 못해서 속상해했고 엄마에게도 야단맞고 미술학원에서도 속상한 하루를 보낸다. 나미의 엄마는 집에 도착한 나미를 칭찬하고 개학 전날 일기를 쓰는 나미를 칭찬하면서 나미가 좋아하는 무지개떡을 사주신 아빠는 또다시 무지개떡을 사 주시며 칭찬하신다. 나도 무지개떡이나 백설기 좋아하는데 나미도 그런가보다. 우리 큰 두딸은 초등6학년, 4학년이다. 우리 두 딸은 송편이랑 백설기를 좋아한다. 요즘은 먹을 것이 너무 많아서 어른들 하는 말로 배부른 소리 잘 한다. 밥을 먹다가도 다 먹지 않고 남기기도 하고 간식도 마찬가지이다. 골고루 먹는 아이들이 좋지만 앞으로 간식을 좀 작은 양으로 준비해야할 것 같다.
나미는 거짓으로 쓴 일기를 진짜로 만들기위해 자신이 쓴 일기를 읽고 또 읽어서 거의다 외웠다. 그리고 그 내용처럼 행동에 옮기게 된다. 아빠의 신발도 닦아 드리고 하교길에 휴지도 줍고 길 잃은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오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엄마 때문에 다시 헤어져야했다. 하지만 자신의 거짓 일들이 진짜처럼 되어간다. 엄마와 아빠가 다투는 것을 보고 혹 직장을 그만둘지 모른다는 미리쓴 거짓일기가 생각난다. 또 엄마가 암이 걸린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떠올리면서 덜컥 겁이나 버리고 사실로 변해가는 거짓들을 두려워하며 백배 절을 하면서 기도도 한다. 그리고 다음날 일찍 학교로 간 나미는 선생님께 자신의 일기가 거짓이라 상을 받을 수 없다고 친구들이 있는 교실에서 이야길 하게된다. 다른 친구들은 나미를 이해하고 다독여주고 선생님도 용기에 칭찬을 한다.
글의 마지막에는 상을 받았다는 것은 없지만 아마도 상을 받았을 것 같다. 이미 만들어둔 상을 받아도 나미는 착한 나미로 새롭게 거짓없는 생활을 할 것이고 모든 것을 알게된 교장선생님도 나미의 용기를 칭찬하면서 상을 줬을 것 같다. 동화속의 '왕자와 거지'에서도 서로 바뀐 처지에서 생활하다가 다시 자신의 원래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왕자는 거지를 친구로 두게된다. 처음부터 거짓이 없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착한 마음 때문에 거짓이 있는 가식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가끔씩 일기를 미뤄쓰기도 한다. 난 대부분 하루하루의 일과를 메모하곤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적으려던 날의 사건을 잘 알려준다. 그래서 제목을 정해주기도 한다. 일주일에 3일 정도 혹은 큰애는 2일정도의 일기를 써간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이 가끔 일기를 미루던가 안써갔을 때는 교실에 남아서 쓰고 하교하라고 할 때가 있다. 우리 두 딸은 교실에 남아서 쓰고 온적은 없지만 제목만 정해주던가 그날 있은 사건을 이야기해주면 줄줄 잘 적어가곤 한다.
용기, 만용을 떠올리면서 나미는 결국 만용이 아닌 용기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것이다. 내가 나미옆에 있었다면 꼭 멋진 선물을 하나 해 줬을 것 같다. 이쁜 표지의 일기장이나 지우개가 달린 연필도 한 다스 사 줬을 것 같다. 나의 두 딸들에게도 나미처럼 용기 있는 착한 아이들로 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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