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창신강]은 중국 텐진의 사람이다. 몇 달 전에 읽은 '열혈 수탁 분투기'의 작가라 읽기 시작하기도 전에 전원 풍경이 느껴졌다. 가면쓴 겨울, 미운털과 양, 푸른 눈밭 검둥새, 한밤의 복수극, 탁구왕 룽산, 베이다황의 목소리, 소택지의 상수리나무, 영원한 친구, 노란 민들레, 눈 덮힌 산 등 모두 열 가지 에피소드가 적혀있다.
처음 이야기인 [가면 쓴 겨울]에는 14살의 소학교 7학년 아이들의 이야기다. 14살이면 우리학년으로는 중학교 1학년 일 듯 하다. 4명의 아이들은 제각기 성격이 다르지만 언제나 함께 어울렸고 추운 겨울에도 모여서 함께 낮잠도 자고, 호기심에 담배도 피워본다. 그러다가 개를 잡아와서 모두 함께 개고기를 먹는다. 겨울방학이 끝났지만 모두들 개를 잡아 먹은 일은 비밀로 하면서 평범한 생활로 돌아온 아이들의 모습을 본다. 중국의 문화나 아이들의 사춘기를 잘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우리 나라 아이들은 중학교 1학년 때 담배나 개를 잡아서 삶아먹는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다만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교재비를 타서 오락실에 가는 정도이지 않을까? 나에겐 두 딸이 있어서 남자들과는 조금은 다르겠지? 괜히 걱정을 떠올리지만 이내 착한 두 딸을 생각하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미운털과 양]에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온 레이팡에게는 엄마의 걱정스런 말들도 잔소리로 들린다. 자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주지 않는 엄마와 아빠에게 짜증을 내는 레이팡에게도 사춘기가 왔나보다. 아버지는 자주 빗자루를 들고와서 자신을 때리곤해서 거짓울음을 흘리기도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생님과 친구들, 아빠, 엄마 모두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레이팡은 미운털이 박힌 듯하여 속상해한다. 닭도 잘 키우는 아빠가 봄에 새끼를 밴 엄마 양을 한 마리 사들고왔다. 레이팡은 아빠를 걱정시키려고 새끼 양 한 마리를 숨겼다가 나중에 자신이 한짓임을 들키게되고 벌로 양치는 일을 맡긴다. 한 번은 야을 잘못 묶어두어서 어미양이 풀을 못 뜯어서 아기양들이 젖을 먹지 못해 하는 것을 보고 얼굴에 온통 모기 떼에게 뜯긴 자국이 가득하도록 양을 치고는 집에 온다. 엄마, 아빠가 자신의 얼굴에 약을 발라주는 것도 모르게 잠이 든 레이팡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며칠 사이에 양치는 일을 하다가 아주 부쩍 커 버린 레이팡이 참 착하단 생각을 했다.
[푸른 눈밭 검둥새]는 아빠를 닮아 땀을 많이 흘리는 '찬샹'을 친구들이나 하오선생님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물장구 치며 놀다가 잠시 잠이들었던 찬샹은 친구들이 옥수수대를 씹다가 버린 것을 옆에 두고 가벼러서 자신은 도둑 누명을 쓰게된다. 하지만 그 누명도 벗어지지 않은채 겨울을 맞이했고 열 세 살의 겨울에 눈 밭에 날아온 수십마리의 칠흙같이 검은 새들을 보았다. 글짓기 숙제에 눈 밭의 검둥새 이야길 적었는데 선생님은 믿어주지 않는다. 그 후 검둥새를 보고 따라 간 곳이 커다란 공장 굴뚝 꼭대기이다. 찾아낸 검둥새가 다름아닌 굴뚝에서 나오는 매연에 그을려 쌔까맣게 변한 참새들이었다. 그 후 학기 말에 "참새가 어떻게 검둥새가 되었나"라는 제목으로 만점을 받게된다. 그 후 찬샹의 생활이나 생각들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아마도 자신의 누명이 한꺼번에 벗겨진 것 같았을 것이다. 정말 다행한 일이다.
[한밤의 복수극]에는 친구와의 다툼으로 남의 집 보릿짚을 태운 류수에게 류수 아빠는 자신의 보릿짚을 모두 친구네에 옮기도록 했다. 아빠와 함께 일을 하고나서 자신들의 보릿짚을 모으기 시작했고 류수에게 직접 지고 와서 옮기게했고 아빠가 옮긴 보릿짚은 뒷곁에 놓고, 류수의 것은 길가에 쌓아 두게하고는 그 보릿짚을 불태워 버린다. 세월이 흘러 백발의 노인이 된 류수아빠가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보고 있는데 건장한 청년이 된 류수가 다가와 오래전 사건 속의 보릿짚 태우신 것이 실수하신 것 아닌가 하고 말한다. 류수 아빠는 바로 사과하면서 남의 고생을 망쳐 놓기는 쉽지만 다시 이루기는 어렵다는 것을 이야기 해준다. 홧김에 큰 시장을 불지르는 사람도 있다. 홧김에 하는 일은 정말 무섭고 위험한 일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표지의 제목으로 나온 [탁구왕 룽산]은 외진 촌구석으로 선생님으로 온 탁구선수인 샤오메이와 탁구연습을 하게된다. 룽산 아빠는 영농 지도원으로 룽산에게 매일 당시를 한 편씩 외우게 했는데 룽산은 탁구가 좋아서 시를 외우는 일을 잘 하지 못하게된다. 학교에서 진자 탁구대를 하나 장만해 주었고 아이들도 연습을 해보지만 룽산과 주 선생님이 함께 탁구를 하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다. 주 선생님은 방학때도 룽산과 함께 탁구를 치길 원하고 탁구 치는 것을 좋아하는 룽산도 엄마, 아빠 몰래 집을 빠져나가 탁구를 친다. 룽산의 아빠는 룽산을 집에 가둔 일을 미안해하면서 외진 촌구석에서는 탁구가 별 소용 없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주 선생님이 지역 대표로 탁구 시합에 나가는 것을 보면서 자신을 불러주실 애타게 기다려보지만 다시금 전국 대회에 출전도 하게되어 학교를 떠나게된 선생님은 룽산에게 탁구채를 주면서 "넌 정말 좋은 트레이닝 파트너였어"라고 말한다. 룽산은 선생님에게 자신도 대회에 나가면 우승할 수 있을까를 여쭤보지만 말꼬리를 흐리며 그녀는 룽산에게 너무 외진곳이라며 공부 열심히 하고 어른들 말씀 잘 들르라고만 말하고 떠나 버린다. 난 책 제목에도 나온 이야기라 룽산이 정말 탁구 선수가 되는가보다 했다. 어린 룽산의 꿈을 송두리채 무너뜨려 버린 주 선생님이 너무 밉다. 아직까지도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선생님이 많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베이타황의 목소리]는 '베이타황'이 '북쪽의 드넓은 황무지'를 일컷는 말로 심각한 환경 파괴 현상이 나타난 지역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의 내용은 잘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사슴을 잡아서 피를 먹고 또 사슴뿔을 전시해두고 하는 것으로 동물들을 많이 죽여서 그런 것을 보는 아이들의 생각과 느낌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곰의 쓸개를 채취한다고 호스를 꼽아두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소식을 TV로나 신문을 통해 접할 때면 내가 그런 사람과 같은 나이의 어른이란 것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소택지의 상수리나무]는 세 아이가 소택지를 찾아갔다가 상수리나무위의 까마귀 가족을 본 후에 다시 보러 갔을 때는 누가 총으로 새를 쏴죽였다는 것과 남은 까마귀가 그곳을 떠나는 것을 보게된다. 후에 큰 비로 소택지가 온통 물바다가 되었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크면 꼭 그 자리에 상수리 나무를 심을거라고 한다. 나무심기를 많이 한 누군가가 떠올랐다. 나무가 많이 심어진 산은 홍수에도 끄떡없다고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던가. 어른들은 때론 아이들에게 배울 게 있다.
[영원한 친구]는 자신의 집에서 멀리 나가지 못하는 눈도 멀고 겆지도 못하는 아이가 자신의 마당으로 날라온 비둘기들과 친해지고 그 중 한 마리의 다리에 헝겊 조각을 동여맨다. 이름도 순백이라 지어 부르며 함께 놀았는데 나흘째가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순백이를 찾다가 아이가 많이 야위어간다. 하루는 옆 집 아저씨가 고아먹으라고 보내준 비둘기 고기를 먹다가 놀라하며 그 비둘기가 순백이인 것을 알게되고 아이는 바닥에 쓰러져 미친 듯 몸부림치며 울부짖는다. 아이의 울음에 부모들이 놀란다. 그러다가 한낮이 찾아오고 자신의 어깨에 올라온 비둘기를 만지다가 다리에 감겨진 헝겊을 느끼고 순백이라고 놀란다. 다른 비둘기가 또 자신의 몸에 내려앉자 그 비둘기를 어루만지다가 그 비둘기의 왼쪽 다리에도 헝겊 조각이 감겨있는 것을 알게된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순백이를 찾았다고 부모에게도 알려준다. 아마도 아이의 부모가 순백이가 아닌 다른 비둘기들에게도 다리에 헝겊을 감겨준 것 같다. 그것을 아이도 알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서로에게 비밀로 하며 어떤말을 하지 않은 것은 아이도 부모의 사랑을 알고 부모는 아이가 다시 기뻐하는 것에 감사해 한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 다행이다.
[노란 민들레]는 주인공 샤오란이 멀리서 돈을 버는 부모와 떨어져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되면서 비둘기를 키우던 할아버지가 많이 늘어난 비둘기들을 잡아서 자식들과 먹는 것을 본 후 할아버지에게 실망을 하게되고 그런 샤오란에게 약신부름을 시키고 자전거를 타는 연습을 시킨다. 너무 힘든 샤오란은 아빠에게 편지를 보내고 편지의 답장을 받은 할아버지는 샤오란이 많이 이야기를 부풀어 보낸 것을 알게된다. 할아버지는 샤오란의 엄마, 아빠에게 답장을 적어보내고도 샤오란의 자전거 연습을 중도하지 않는다. 이듬해 늦겨울 할아버지는 지병이 도져 병원에 입원을 하고 문병 간 샤오란은 훌쩍 큰 가슴아픈 사춘기는 없는 듯한 소녀로 자라 있었다. 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샤오란의 부모가 샤오란을 데리러 온다. 샤오란은 할아버지의 유골함을 준비해서 나온다. 샤오란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크면서 아주 착한 소녀로 자란 듯하다. 우리집 가까이에 시댁이 있다. 아이들은 할머니과 고모를 무척 잘 따르고 언제나 여행을 할 때나 외식을 할 때도 함께한다. 아이들의 할머니와 고모는 어디서든 착한 두 손녀를 칭찬해주신다.
[눈 덮인 산]은 사상이 다른 문화의 차이를 알 수 있다. 그 나라의 사상에 적응하며 힘들 게 살아사는 아이들이 겨울에 땔감이 없어서 도둑질을 하게되어 바라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모든 일들이 자신이 소원하는 대로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은 12월이다. 새해에는 모두에게 소원하는 작은 소망이 하나씩 이뤄지면 좋겠다. 이루고 싶어도 안되는 일과 자신의 바람과 달리 변하는 자연과 그런 아픔들을 간직하며 커가는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조용한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혹은 높은 언덕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은은함처럼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자신을 수양할 수 있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