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소사마, 잘 먹었습니다 - 광고크리에이터 김혜경의 동경런치산책
김혜경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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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내 여행의 목적은 '음식'이다. 그나마 최근에 갔던 홍콩도 그랬고, 말레이시아도 그랬으며 패키지였던 세부에서도 생각보다 맛있는 음식에 여행이 더욱 즐거웠었다. 몇 번씩이나 도쿄를 이런 목적의 여행으로 계획했었지만 번번히 여러가지 이유로 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 대신 내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차선책으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독서'를 통하여 도쿄로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음식에 관한 한 책은 50%로도 만족시켜 줄 수 없는 수단이었다. 사진을 보고 느껴지는 식욕은 온갖 묘사로 친절히 설명되어진 맛을 직접 맛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었다.

 

그 누구보다도 음식에 대한 욕심이 지대하다고 자부(?)하는 나는 사실 하루에 한 끼라도 굶는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뭐든 먹어야 된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에 돈을 쓰는 것을 그닥 아까워하지 않는다. 다른 부분에서도 물론 그렇지만 특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기 합리화가 빈번하다. 그런 내가 만약 도쿄에 가게 된다면 불을 보듯 뻔하다. 여행 비용의 대부분은 아마 음식에 들어갔을 것이다. 일본의 물가가 오죽 비싼가! 내가 살고 있는 강남역도 물론 서울에서 가장 센 물가를 자랑하지만 양으로 따졌을 때 일본 음식이 대체적으로 정갈하긴 해도 양이 너무 적은 특징을 보여서 돈이 더 쓰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을 꼽으라면 '장인'이 하는 음식점이 많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대를 이어서 하는 음식점은 그 수가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불경기라 늦은 나이에 창업을 해서 성공할 확률도 적고 폐업이 속출하는 판국에 자식들이 대를 이어서 해 줄 수 있는 음식점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상 자식들이 음식점을 한다는 것을 흔쾌히 오케이 해 줄 부모도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이 보통의 일본 식도락 서적과의 다른 점은 일단 음식이 겹치는 종류가 없다는 점이다. 매우 심플한 설명에 다소 아쉬움도 느껴졌지만, 일종의 가이드북이라고 생각했을 때 '너가 가서 직접 먹어봐'가 목적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콘텐츠 자체는 가감없이 적당했다.

 

책을 다 읽고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스테이크로 유명한 '포레스트'이다. 얼마나 맛있길래 채식주의자도 채식주의를 포기할 만큼인지 무척 궁금해진다.

 

언제부터인가 내 입맛이 조미료에 완전 물들어 있음을 느낀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강남역 인근 음식점들의 그 다채로우면서도 자극적인 맛 말이다. 그리고 주로 젊은 사람들을 위주로 장사하는 곳이 많기에 고칼로리 음식을 자주 먹게 되니 당연히 살이 빠지지 않을 수 밖에. 그렇다보니 카모메식당처럼 조용하고 아담한 곳에서 건강하게 만든 음식을 음미하며 느긋하게 먹어보고 싶어진다.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없고, 화학조미료가 없는 그런 곳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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