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럽 대륙을 밟아본지 이제 육 년이 되어간다. 시간 참 빠르다. 뭣도 모르고 영어 배우러 갔던 그 때, 지금 가면 더욱 보고 배울 게 많을 것 같은데 그때는 그 곳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일상 아닌 일상에 묻혀 버려서 그럴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너무 아쉬운 것은 그 많은 나라들을 프랑스 말고는 한 곳도 가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 아쉬움을 책으로 위로받고 있다.

 

그런데 유럽에서도 흔히 가는 곳이 아닌 동유럽에 대한 책은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이 동유럽 여행기라니 기대가 앞섰다. 그 기대를 안고 책장을 넘기는데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부담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여행기가 꼭 점잖을 필요는 없다. 그런데 그렇다고 너무 경박할 필요도 없다. 이 책의 문체는 경박에서 도를 넘어서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전태일 열사를 태일이오빠라고 칭할 때부터 뭔가 저자의 정신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직업이 번역가인데, 어쩌자고 이렇게 가볍디 가볍게 책을 만들었는지 이해불가였다.

 

그럼에도 체코부터 슬로베니아, 그리고 크로아티아까지,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유럽의 도시들의 여행 기록은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그리고 느꼈다. 유럽에도 내가 모르는 나라들이 이토록 많고, 그 땅에서 수많으 사람들이 우리처럼 그들만의 역사와 정체성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음을. 이렇게 지구상에는 갈 수 있는 나라가 많다는게 내게 또 한 번 여행에 대한 유혹을 부채질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분명 호불호가 극심히 나뉠 것으로 보인다. 신선하고 참신하며 언어를 이렇게 게도 요리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놀랄 수 있겠으나, 앞에서 말했듯이 그런 신선함이 정도를 벗어나서 아름다운 표지와 흥미로운 소재를 퇴색시켜버렸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