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증명 증명 시리즈 3부작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단어인 '청춘'. 지금의 나는 다소 늦었을지 모르지만 청춘의 끝자락에 위치해있다. 내 청춘을 돌이켜보면 방황의 연속이었으며 고뇌의 연속이었다. 밝고 즐겁기보다는 언제나 회의를 느끼고 떠나고 싶어했으며 그 바탕에는 즐거이 청춘을 즐기고 있는 이들에 대한 열등감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방황하고 있지만 20대의 끝무렵에 서 있기에 더 이상의 방황은 사치와 철 없음을 근거로 또 다른 조급함이 밀려온다.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증명시리즈 중의 하나인 <청춘의 증명>이다. 사실 작가의 스펙을 보노라며 왜 내가 이때까지 몰랐는지 놀라울 정도이며 책을 접해보니 내용의 전개 또한 대단했다. 보통의 일본 추리소설과는 달리 책을 다 읽고서도 제목과의 연관성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청춘'이라는 단어 자체가 그 싱그러움 한편으로는 고통과 방황과 같은 아픔을 동반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자극하기에 추리소설의 제목으로서는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는 무한한 기대를 가졌으며 읽으면서는 무한한 흥미로움, 그리고 책을 덮고는 무한한 고뇌를 동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용의 전개는 특이하게도 여러 등장인물들 각각의 시점에 맞춰져 있다. 그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인 '가사오카'인데, 형사가 되기 전 우연히 옛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에서 자신을 구해주던 형사가 피살당하는 사건을 겪게 된다. 그 후 형사를 구해주지 못하여 속죄하는 심정으로 피살당한 형사의 딸과 결혼하게 되고, 그 또한 형사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하나의 살인사건을 접하게 되고 과거 자신을 구해주던 형사를 피살한 범인을 우연히 접하게 된다. 이내 과거를 파헤치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극이 펼쳐진다.

 

1970년대에 나온 작품임에도 현대의 추리소설과는 큰 차이점이 없다. 그러나 지나친 우연의 발생이 다소 내용을 가볍고 독자를 황당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서 아쉬웠다. 너무나도 드라마틱하여서 리얼함이 그만큼 결여된 것이다. 그럼에도 오래 전에 나온 작품이기에 전쟁에 대한 묘사는 그저 책으로 접해도 피비린내가 나는 듯 했다. 일제의 잔악무도함과 가미카제라는 이름의 청춘의 몰살을 동원하는 군국주의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의 증명>과 <야성의 증명>은 어떤 새로운 흡인력으로 독자를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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