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적의 회사원이다 - 악착같이 버티고 나서야 보게 된 회사의 본심
손성곤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책에 대한 리뷰를 쓰려다가도 과거 직장에서의 또라이들에 대한 언급에 비중이 자꾸만 높아지는것은 왜일까.  

 

직장을 그만둔지 이제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처음 들어갔을 때에도 오래 다닐 생각은 없던 회사였지만 다니면서 빡친 경우가 임계치를 넘어선데다가 '아 이래서 중소기업은 욕먹는구나'라는 생각을 줄기차게 하며 다녔었다.

 

* 또라이1

정말 희한했던 것은 상사의 무능력이 정도를 넘어선 것이고, 인사팀이 없고 그 무능력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상사 위의 상사 또한 없으니 도대체가 일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말 웃겼던 것은 회사의 핵심 업무를 수습 딱지 갓 뗀 신입사원인 나한테 몰아준 것이다. 뭐 이런 일이야 비일비재하니까 그렇다고 쳐도 더 웃긴 것은 일의 진행상황 및 피드백에 대해 부장에게 요구해도 도대체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뭐라 피드백도 제대로 못 받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저런 무능함으로 몇 십년을 회사에 그대로 다닐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 그럴 수 밖에 없던 것이 가족 같은 분위기가 오히려 무능함을 커버해줬기 때문이었다. 또한 항상 느낀 것은 우리 부서의 내 상사가 아니라 회사 내에서 시설 관리해주는 총무부 혹은 그저 경비아저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과 사가 전혀 구분될 수 없었던 분위기가 이렇게 공적인 업무의 성과에 대해 봐주기 식으로 하다보니 새로 들어온 직원만 짬밥이 안 된다는 이유로 맨땅에 헤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여차저차해서 내가 하고 있는 업무 관련하여 주말에는 관련 책을 탐독하고 나름 퇴근 후 공부도해서 겨우 성과를 냈다. 그런데 정말 기절초풍할 일이 생겼다. 이 아이템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제조사에 직접 실사를 해야 했다. 그런데 10대 0으로 오로지 맨땅의 헤딩으로 일구어낸 성과를 부장놈이 가져가버렸다. 어느날 갑자기 내게 한다는 말이 'ㅇㅇ씨, 같이 가는 공무원 팀장이 아무래도 실사를 가려면 경력이 어느정도 되어야 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랑 김과장이 가게 되었어.' 미친놈이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영어의 알파벳도 제대로 알까말까 할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일자무식은 그렇다쳐도 어떻게 된게 아이템 관련해서는 신입직원에게만 떠맡겨놓고 뭐 하나 제대로 가이드 해 준 게 없던 무능한 인간이 가겠다니. 죽쒀서 개 준 격이다. 나는 계획했던 것 보다 좀 더 일찍 퇴사를 다짐하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도운 것인지 그런 부장놈에게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결론적으로 내가 가게 되었다. 그러나 퇴사 결심은 확고했으며 얼마 안 있어 박차고 나왔다.

 

*또라이2

또라이 질량불변의법칙은 알고 있었으나 왜 내가 근무했던 곳은 이 질량이 팀원 모두에게 적용되어 기준을 넘어섰는지 참 의아하다. 또 한 명의 또라이는 저 부장놈 밑에서 일하는 과장인데, 나는 지금까지 이런 근태는 보다보다 처음 봤다. 만약 그 전에 다녔던 외국계 회사에서 이 따위로 일했다면 아주 생매장이었을텐데 참 희한했다. 회사에서 육아를 위해서 9시반 출근 3시반 퇴근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해주었다. 막내였던 나는 처음 입사했을 때 대기업에서도 보기 힘든 복지에 감탄을 연발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도를 벗어나는 악용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9시반은 커녕 11시 출근도 다반수이고 심지어 마음대로 퇴근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이 여자의 상사라는 저 부장놈은 일언반구 그에 대한 말 한 마디 하지 못했다. 그 밑에서 일하는 나와 사수 눈은 늘 저 여자의 출 퇴근 시간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저 오래된 짬밥으로 함께 뭉쳐온 동지애와 부장놈이 못하는 영어를 비교적 잘 한다는 이유였는데 이 여자 또한 내가 낸 성과에는 손끝 하나 안 건드렸음에도 갑자기 앞서 말한 실사에 홀랑 가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여자와 함께 미국을 가게 되었는데, 가서 보니 기본적인 표현조차 모르는 영어실력에 기절할 뻔 했다. 도대체 이 여우가 어떻게 직원들을 홀렸으면 저따위 근태에도 누구 하나 입 한 번 벙긋하지 못하고 입으로만 포장한 능력을 그대로 믿는 것인지 기가찰 노릇이다. 그나마 얼마 안되는 업무시간에 하는 짓이라곤 인터넷 쇼핑과 인터넷 카페 들락거리기 였다. 또한 채팅은 화면을 숨긴채 보이지도 않는 창에 미친듯이 타이핑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달인이 따로 없다고 느꼈다.

 

무능함과 아부로 떡칠이 되어 있고 이에 대해서 그 누구하나 컨트롤을 하지 않았다. 업무에 대한 쪼임이 본격화되었을 때 무능한 부장놈과 여우같은 과장뇬이 하는 짓거리란 오직 입사한지 갓 일년 될까말까한 직원들한테만 책임을 떠맡기고 전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나 혼자만 발을 동동 굴렀는데 조직의 무사안일이 이렇게 팽배한 곳은 처음이었다. 그 전에 짧게나마 여러 조직에서 일을 해봤지만 정말 앉아 있는 것이 일분일초가 아까운 곳이라고 생각한 곳은 이 곳이 처음이었다. 급여가 얼마이든 배울 게 있다면 헌신적으로 일 하겠다는 내 철학을 철저히 개똥같이 만들어준 곳이다. 상사의 무능함은 그 어떤 것으로도 용서할 수 없음을 다시금 느꼈으며, 무능함과 인격이 둘 다 갖추어지지 않은 저런 썩은사과 같은 상사가 있는 한 같이 일하는 젊은 팀원일수록 그 자리를 더 빨리 떠날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랬으며 내 전임자 또한 같은 전철을 밟은 것으로 알고 있다.

 

회사를 나온 상황에서 이 책이 내게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 직장생활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직장인의 피할 수 없는 월요병, 늘 똑같은 일상, 과도한 업무 및 정글같은 인간관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개인적인 목표와 성취감이 아닐까. 내가 얼마 안 되는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느꼈던 것은 일에 몰입하면서도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하는 현명함과 스스로의 발전을 절대 등한시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난관을 만났을 때 이 책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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