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로망 -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을 즐기는 인도차이나 로드맵
강석균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안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못봤다. 그런데 바로 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누군가 내게 여행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늘 '그닥'이라는 답으로 나는 그런 대세와는 다르다는 뜻을 표했었다. 그 당시 나는 한 마디로 소위 말하는 '집순이'였고,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철학으로 삼아 여행이라고 해봐야 인근 가평이나 갈 정도였다. 심지어 남들 한 번 시간 내서 가보기 힘든 유럽 대륙에서도 가 본 나라라고는 영국과 프랑스가 전부이니 정말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얼마전에 출장으로 미국을 갔었는데 일생 동안 가볼 수 있는 곳은 최대한 많이 가 보자 라는 신념을 가진 다른 회사 남자 직원 분이 인상적이었다. 그 분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정말 놀랍도록 대단한 체력에 실제로 매일 새벽 다섯 시 반부터 숙소 근처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물론 그토록 해외 출장이 잦은 분의 영어 실력은 차치하고, 외국인 앞에서의 매너 없는 태도에 그야말로 내 일생에 처음으로 본 진정한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게 반전이었지만 말이다.

 

이번 달 까지만 회사를 다니고 다음 달 부터는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늘 그렇듯이 누구나 일상에 쫒겨 있다가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여행을 한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지금까지 이런 방법을 한 번도 쓴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말레이시아로의 여행은 확정이 되었으며, 인도차이나의 다른 국가도 무척이나 가 보고 싶은데 그 중에서는 베트남이 가장 끌린다. 막연히 끌리지만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읽는다면 더욱 끌리거나 실망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 책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도움은 커녕 이렇게 재미없는 여행책은 처음이다. 여행을 앞둔 독자를 위한 가이드북 겸 저자의 여행기이기도 한데 그 무엇하나 제대로 갖추어진 게 없는 듯 하다.

 

감성을 뺀 담백함만을 보여준 가이드북에 가깝지만 담백함보다는 건조함이 더 느껴졌던 것은 여행책에 필수인 사진조차 너무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각 나라의 여행기 끝 부분의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이 사실은 너무나도 비슷하여서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성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제목에 로망이 붙었지만 이 책으로 인해 오히려 로망을 상실해버린 느낌이다.

 

또렷한 색을 가진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무척 아쉬웠으나 인도차이나에 대한 내 관심은 더욱 높아졌으니, 아주 수확이 없던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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