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캠프힐
김진희 지음 / 다른목소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장애인과의 특별한 인연이 맺어졌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봉사활동을 많이 한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마주친 장애인 친구와 친하게 지냈던 것도 아니다. 책과 텔레비전에서 간접적으로 접한 장애인들도 그저 보통 사람들보다 살아가기 불편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던 것에 불과하다.

 

아일랜드 캠프힐이라는 곳은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입주민과 세계 곳곳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이다. 여느 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이 그렇듯이 앞날에 대한 불안감과 현실에 대한 회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저자는 우연히 아일랜드 캠프힐을 알게 되고 당장 떠나게 된다. 그 후 6개월 동안의 그 곳에서의 삶에 대해서 쓴 이 책을 읽는 내내 손에서 쉽게 놓을 수 없었던 것은 젊은 20대만의 에너지가 담긴 톡톡 튀는 발랄한 문체에 사로잡혔기 때문이었고 진부한 여행책의 아이템과 달리 아일랜드 캠프힐이라는 곳에 대한 흥미 때문이었다.

 

처음 외국에 나갔을 때 6개월이라는 시간이 무척 짧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은퇴한 노인들의 여생을 위한 곳인 시골에서의 6개월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함만 더 했다. 그래서 혹자는 이 책의 저자가 6개월 동안의 경험을 책으로 만든 것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책으로 만들어내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라고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저자가 그 기간동안 있으면서 느꼈던 많은 감정들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었다.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을 책으로 경험해보고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을 책으로 만나보며 느꼈던 흥미도 그만큼이었다.

 

캠프힐의 거주자는 주로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장애인인데 나는 한 번도 이런 장애인을 만난 적이 없다. 육체적인 상처까지 받으면서 자원봉사자라는 명목으로 이들을 돕는 공간인 캠프힐이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은 다름 아닌 병원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캠프힐에서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그 다름을 포용할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을것이기에 이 한계와 인내심을 넘어서 어쩔 때는 공포까지 경험을 하며 왜 이토록 장애인을 돕고 싶어하는지에 대해서 다소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들 중에는 후회를 하고 억지로 거주민을 도우며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봉사 아닌 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런 결과야 말로 씁쓸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6개월 동안의 캠프힐에서의 일상 속에서 저자는 소소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나와 다른 이를 돕는 과정에서 짜증과 회의보다도 인내심으로 견뎌냈던 시간들이 결국에는 더욱 추억을 빛나게 해줄 수 있었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도 관계를 공고히 해 주었던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이런 인내심을 배웠다. 또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배웠다. 마치 내가 직접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이렇게나 많은 것들을 책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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