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 다잉 다이어리 -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제니스 A.스프링 & 마이클 스프링 지음, 이순영 옮김 / 바롬웍스(=WINE BOOKS)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몇 달 전에 엄마가 대학병원에서 비교적 작은 수술을 하셨다. 장녀인 내가 엄마 옆에서 간호했었는데 수술을 하고 나서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셔서 보통 사람보다 더 오랫동안 입원을 했어야 했고 퇴원하고 나서도 시골집에서 동생과 함께 엄마를 보살피며 지냈었다. 그 때는 한 달 남짓한 기간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점점 지쳐서 우울과 짜증이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그때가 되어서야 큰 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고, 가족 중에 한 사람이라도 아픈 사람이 있으면 사실 그것만큼 힘든 일도 없다고 느꼈다.


이 책의 저자는 온갖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가 어머니와 사별한 이후 요양원에 모시며 5년 가까이를 옆에서 간호하며 쓴 책이다. 책의 첫 부분을 읽었을 때는 사실 많이 당혹스러웠다. 어머니를 뜻하지 않게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 아버지가 애원할 정도로 딸인 저자에게 함께 살자고 했지만 저자는 결국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 대신에 늙고 힘들고 배우자를 먼저 떠나 보낸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요양원에서 아버지를 모시게 된다.


비록 집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지 못하지만 저자는 아버지의 상태가 점점 악화될 때에는 간병인이 24시간 아버지의 곁을 지키게끔 하며 자식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점점 상태가 나빠지고 결국에는 아버지가 스스로 음식을 섭취할 수 없는 경우가 왔을 때 위에 호스를 연결하는 중대한 선택을 앞에 두고 심각한 갈등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비단 이 책 속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환자가 생사의 기로에 서서 명확히 선택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이는 자식들의 괴로운 선택으로 남게 된다. 그래서 책의 말미에는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의 사전의료의향서에 대해서 소개해주고 있다. 이는 후에 본인의 치료선택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왔을 때를 대비하여 미리 의견을 밝혀 두는 양식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는다.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나의 부모님이 이 세상을 떠날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감정에 이입이 될 때 마다 너무 괴로웠다. 자식이 성장해가고 나이들어갈수록 부모님은 그만큼 더 늙어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아직까지도 내가 제대로 효도하고 있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만약 저자의 경우가 된다면 나는 첫 선택부터 달리 할 것이다. 내 인생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 아닌 부모님이 내게 물려준 선물이기에 기꺼이 부모님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희생 할 수 있다. 그것이 내가 부모님에게 해 드려야 하는 의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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