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보트 Peace Boat - 평화를 꿈꾸는 여행자의 세계일주
이정용 지음 / 넥서스BOOKS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한동안 그 좋아하던 여행책을 잠깐 멀리했던 것은 내가 직접 경험하고 밟았던 장소를 거의 모든 책에서는 포장해서 내놓았다는 깨달음에 일종의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만들어놓은 책도 결국은 판매부수를 올리기 위한 목적일 뿐, 직접 그 장소를 찾은 내게는 그곳이 내가 책을 읽으며 그토록 상상하고 꿈꿔왔던 곳이 아님을 알았을때의 실망감은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마치 맛집으로 소문난 곳에서 조미료 범벅의 음식을 먹고난 후의 씁쓸함과 같을 것이다.  

피스보트Peace Boat, 말그대로 평화를 염원하는 크루즈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출항하여 여행객들이 세계를 일주하며 평화를 위해 함께 모여서 곳곳에 평화의 기원을 불어넣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신문기자인 저자의 두 번째 피스보트 여행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인데 사진기자이니만큼 듬뿍듬뿍 들어간 멋진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나 이 책이 여행기로서의 어정쩡함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세계일주라고 하기엔 담아낸 나라가 너무나 적은데다가 사진이 책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행기이기에 오히려 에세이라고 하는게 더 적당하지 않을까. 아니면 오히려 화보집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당할 듯 싶기도 하다. 말하자면 내가 원하고 기대했던 그런 여행책이 아니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사진 한 장 없이 글만으로 빼곡해도 독자가 읽으며 머리와 마음으로 저자와 함께 재미나게 떠날 수 있는 여행책이 내가 원하는 여행책이기에.  

피스보트가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이유는 출항지가 일본이고 일본인들을 위주로 한 여행이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외국인들 또한 참여하고 국적을 막론하고 함께 교류하고 평화에 대해 토론하고 여행할 수는 있지만, 책 속에서 소개하는 피스보트 여행의 2008년 현재의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1,000~2,700만원이라고 하니 과연 엄두나 낼 수 있는 여행일까. 한국에서는 오직 성공회대만이 매년 학생들을 교환학생 자격으로 피스보트를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이 피스보트를 한국에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고 해도 막상 직접 피스보트 여행을 해 보고 싶은 여행객이 과연 몇이나 될 지 궁금해진다. 더군다나 그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이 책이 독자들을 유혹하고 설득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도 더욱 아쉬웠던 점은 왜 세 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에서 이런 멋진 여행상품이 없는가라는 점이었다. 평화에의 염원에 국적이 큰 상관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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