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지향 우리 민족해방운동사
강만길 지음 / 역사비평사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 민족 스스로 근대화의 태동을 직접 이루고 지켜볼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된 채로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은 그 후의 한국의 역사에 있어서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 이유였다. 그러나 굴욕적이고 암담한 역사의 무대 가운데에서도 서로의 이념적 지향이 달랐던 민족들을 함께 조율하고 의견을 합일하여 통일을 지향하고자 했던 그 노력의 흔적들이 우리 역사를 더욱 빛내줄 수 있는 힘이 된다. 또 그 노력의 연장선이 결과를 막론하고 좀 더 발전적인 방향의 역사로 나아가고자 했던 점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근현대사에서 우리민족의 해방과 통일의 운동사를 한 권으로 엮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근현대사계에서는 이미 손에 꼽을 정도로 유명한 강만길이 집필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손색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역사 책을 집필 할 때의 조심성과 그 책을 평가할 때의 조심성이 바로 역사책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라고 보았을 때 이 책이 만점을 줄 수 있다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의 여러 자료에 입각하여 상세하면서도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고3때 줄기차게 외우고 또 외웠던 역사의 흐름과 여러 흔적들, 그리고 여러 민족 운동들을 몇 년이 지난 지금 책 한 권으로 다시 공부해 보니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요즘 우스꽝스럽게도 내가 배웠던 교과서가 역사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데, 과연 내가 제대로 역사를 배운 것인지 회의가 느껴지곤 한다. 그런 것은 차치하고라도 수능을 친 후, 우리 역사에 대해서 배울 필요성도 그리고 배우고 싶지도 않은 내 마음이 오로지 영어 공부와 내가 원하는 공부에만 몰입했던 점이, 이 책 속에서 지금의 우리를 있을 수 있게 한 여러 혁명가들의 흔적을 바라보며 새삼 부끄러움과 죄송스러움이 느껴졌다.

역사에 있어서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다른 모든 것이 결과 지향으로 간다고 해도 역사에 있어서는 한 개인의 신념과 그 신념에 충실히 따르고자 했던 흔적들, 그리고 그 개인의 영향이 다른 많은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또 틀림없이 그 흔적들은 자랑스럽게 책에 새겨진다. 그래서 역사책은 우리에게 인생의 방향을 제공해주기도 하는 선생님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지금의 우리의 인생은 이와는 너무나도 다른 방향과 목적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 속의 혁명가들에게서 나는 오늘도 스스로의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게끔 하는 힘을 얻는다. 굴욕과 분단으로 귀결된 역사라고 해도 내가 발딛고 있는 이 국가가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그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이고, 바로 그 배움을 바탕으로 앞으로 좀 더 지혜롭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써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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