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세상 읽기 - 잡종교수 홍성욱의 문화에세이
홍성욱 지음 / 안그라픽스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서양의 학문이 지극히 이분법적인 사고를 토대로 발전되었다면 동양의 정신은 어떠한가? 지나침과 모자람의 절제, 중용의 미덕을 내세우고 있는 동양의 대한민국은 정말 중용의 미덕을 추구하고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해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 사회의 대부분이 서구화되었고, 이는 즉 동양의 미덕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그럼 이제 우리 것을 되찾고 사랑하자고 말하는게 정상이겠지만, 그런 주장을 쉽게 할 수가 없다. 이미 그런 말은 여기저기 짓밟힐게 분명한 시대착오적 담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하이브리드.

편향되지 않은 생각, 모든 것을 섞고 그 이상의 독창적인 하나를 다시 창조하는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중요한 자세이고 발빠른 변화에 맞춰갈 수 있으며, 심지어 그보다 더 앞질러 갈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무엇보다도 저자의 인문학의 쇠퇴에 일침을 가하고 인문학이야말로 모든 학문의 기둥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깊이 공감한다. 사실 인문학도인 나도 실용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학문을 공부하면서 회의에 빠져든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학문에 대해 폭넓은 호기심을 가지고 대학생활을 하면서 최대한 많은 지식을 쌓고 많은 학문을 경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하나만 잘 하는 것도 힘든데 다방면에 관심을 쏟고 노력을 기울이기엔 시간낭비라고 하는 말도 들었지만, 지금은 간학문적인 네트워크가 아니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가 힘든 시대가 되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의 주입식 교육이 얼마나 잘못된 교육방법인지를 다시금 느꼈고, 토론을 통해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자세가 대학공부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을 평하자면 정말 그야말로 잡다한 단상들을 엮어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제에 대한 일관된 글쓰기가 아니라서 몇몇 독자들은 혼란을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난 이것 또한 저자의 하이브리드적 방식의 하나라고 치부하련다. 오랜 유학생활을 해서인지 원래부터 이런 사고방식을 추구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자의 개방적이면서도 독창적이고 통찰력있는 단상들을 이렇게 만나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도 대학교수로서의 올바른 교수법이 무엇이며 대학생으로서의 올바른 공부자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대학 3학년인 지금 알게 되어 무척 다행으로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무조건적인 지식의 학습이 아닌 그 지식을 실용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창조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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