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엘료의 책을 전부다 알라딘에서 구매를 해서인가? 추천하는 책으로 요것이 올라와있다.

   11분 

아직 그동안 구매한 책도 다 못읽었건만...ㅠㅠ  또 이리 추천받으니 사고 싶어진당...

사고잽이 밀키...아무래도 병인가 보다. 한 작가가 마음에 들면 몽창 다 구입을 해야 속이 쎤~~해진다. 그렇게 다 모아놓고 뭘 하려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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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1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담아 놓았습니다. 코엘료 좋아하세요? 저는 얼마 전에 읽은 <연금술사>가 그냥...멀겠는데... 한 권만 읽고 단정하기에는 너무 이를 것 같아서, (그리고 이 책은 야할 것 같아서 *^0^*)저도 보관함에 담아 두었습니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어떤가요?

밀키웨이 2004-05-1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이 책이 야할까요?
음...그럼 더 땅기는걸요?
저도 베로니카는 아직 못 읽었어요. 순서가 어찌 거꾸로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악마와 미스 프랭>을 젤 처음에 소개로 읽고 그 다음에 <피에트라 강가...> 지금 <연금술사>를 붙잡고 있는데 이달에 어찌나 마음이 둥둥 떠다니는지 영 책의 진도가 안나가네요.
그러고 보니 베로니카만 들여다 보지 못한 셈이네요 ^^


starrysky 2004-05-15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로니카..>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저도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영 별로였거든요. 그런 류의 교훈적인 얘기들, 좀 식상하잖아요? 근데도 왜 그렇게 달이 가고 해가 가도 인기순위 상위권인지 모르겠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죄다 그 책만 읽는 건지 원..
그에 비해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그 제목만큼이나 신선하고 멋집니다! 야한.. 건 약간 있긴 한데 거슬릴 정도는 아니고요. (서평만 봐서는 <11분>이 훨씬 야할 듯하던데요. ^^) <악마와 미스 프랭>까지 3권 읽은 코엘료 중에 가장 좋았어요.
진/우맘님, 밀키웨이님, 생각 있으시면 두 분 다 꼭 읽어보세요. ^^

밀키웨이 2004-05-16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스타리스카이님.
정말 제가 대어를 낚은 느낌이네요 히히히
이렇게 마이너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거든요 ^^

음...베로니카. 꼭 읽어야겠슴다!

반딧불,, 2004-05-17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밀키님..제가 연금술사 읽느라 죽어나고 있습니다..
예전에 읽던 느낌하고 어째 이리 힘든지..어흑..
요새는 밀키님 만나고 따지고 싶다는..흑흑..
베로니카 저도 읽고싶네요..알아봐야겠네요.

밀키웨이 2004-05-17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절대로 만나면 안되는 사람 리스트에 반디각시 올려놔야겠슴다
 

 

 

 

[보시니 참 좋았다]가 어디서 유래한 제목이냐고 하셨지요?

그 제목에 대해서는 대략 다른 분들이 설명하신 거 같습니다.


성경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는데 엿새가 걸렸습니다.

만드시고 나서 그때마다 말씀하시길 "보시기에 좋았더라"라고 하시지요.

사람을 만드신 여섯번째 날에는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라고 강조하여 말씀하셨구요.


그것과 관련하여 평소의 제 생각입니다.

(음...한번 무너지니 계속 심각해지는구만요...흐흐흐)


예전에 예전에 쑥쑥이랑 잠수네에서도 한번씩 밝힌 바 있는 생각인지라

기억력이 좋으신 분들은 또 그 소리? 하실런지도 ^^

서양사나 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종교나 기타 이념을 떠나서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것이 있다면 그리스.로마 신화와 성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또 바꿔 말하면 동양사와 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교에 대해 무관할 수가 없는 것과 같겠죠?


서양의 많은 문화활동들이 그리스로마신화와 성경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문외한이다 보면 아무래도 이해가 덜 가는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오래전에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주연한 영화 [여섯번째 날]을 보러갔습니다.

그 영화의 시작은 창세기의 1장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셨다는 구절로 시작됩니다.

 

성경에 따르면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되 여섯번째 날에 사람을 만드시고 복을 주셔서 이 땅을 다리게 하시고 모든 역사를 마치신 후 일곱번째 날에 쉬셨습니다. 그래서 그 쉬신 일곱번째 날을 안식일이라고 불렀죠.

서양력을 따르는 지금 일주일이 7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일곱번째 날에 쉬는 것은 그래서이죠.


아..물론 여기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하나 더 끼어듭니다.

원래의 하나님의 안식일은 토요일인데 나중에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이 안식후 첫날, 그러니까 토요일 다음날인 일요일이었지요.

그래서 예수의 부활을 믿는 기독교(원래는 개신교와 천주교를 다 합쳐서 기독교라고 하는 건데 요즘은 교회 다니면 기독교, 성당다니면 천주교 이렇게 말하죠? ^^)에서는 일요일에 쉬면서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게 된거죠.

하나님은 믿지만 예수의 부활을 믿지 않는 이스라엘 유대교의 사람들을 비롯하여 기타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켜서 그날 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하여간 그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 영화이야기에서 종교이야기까지..아이고...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초등학교 여자아이가 아빠한테 왜 제목이 여섯번째 날이냐고 묻는 겁니다.

그 영화가 인간복제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성경에서 사람을 만든 바로 그날인 여섯번째 날을 제목으로 따온 것인데

서양사람들에게는 교회를 다니건 안다니건 성경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친숙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니까 당시 그 아빠는 딸아이의 질문에 답을 해주지 못했답니다.

모태신앙으로 젖먹이적부터 교회를 다녔기에 아무 의심없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 제목의 유래를 알았던 저로서는 그게 적지않은 충격이었답니다.

뭐...충격씩이나..냐굽쇼?

하여간 그랬어요. 저에겐 너무나 친숙한 것들이 다른 이들에게는 아닐 수도 있구나를 서른이 넘어서 알게되었으니 말이죠.


그림책을 보아도 그래요.

노아의 방주를 다룬 그림책이 많잖아요.

 

     . 

주일학교를 다니는 꼬맹이들에게 이 이야기는 허구헌날 듣는 이야기랍니다.

천지창조와 더불어 노아의 방주, 모세의 기적, 예수님의 탄생, 오병이어 등등등...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는 숱한 화가들의 그림의 모티브가 되어왔지요.

그 유명한 모나리자의 "모나"라는 말이 이탈리아말로 부인에 대한 경어이기도 하면서 마돈나, 즉 성모마리아라는 뜻이기도 하구요.


 

 

 

(보테로가 그린 뚱뚱한 모나리자가 훨씬 감동스럽다고 말하면 그건 분명 웃자고 하는 소리겠지...)


영화를 보다보면 성경의 구절을 따온 대사도 많고

또 성경을 바탕으로 한 문학작품을 인용한 대사며 장면도 많습니다.

지금 머리에 딱 떠오르는 게 없어서 말씀드리기가 거시기합니다만 ^^


그리스로마신화는 몇 년 전 만화로 출간됨으로써 아이들에게 굉장히 익숙해졌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만화로 그리스로마신화를 접한 아이들에게 남는 것은 그 만화주인공들의 야사시한 몸매와 눈동자, 그리고 대략의 뼈다귀를 가진 줄거리 뿐이지

그 신화를 이루고 있는 배경이며 그로 인해 파생된 각종 문화들까지 아우르기엔 턱없이 부족한 듯 보입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만화를 통해 그리스로마신화를 다 봤다고 생각하기에 제대로 글로 된 신화이야기를 보기를 꺼리거나 미루게 되겠지요.

이건 애니메이션으로 명작을 접해주었을 때와 비슷한 맥락이기도 하지만요.


신화를 알면 일단 별자리를 보는게 재미있어지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별자리 이름의 대부분이 바로 이 신화에서 나온 것들이니깐요.


그리스로마 신화와 더불어 읽으면 좋은 게 호머이야기입니다.

[일리아드](율리시스라고도 하지요,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가 나오고 절세미녀 헬레네..그리고 아킬레우스가 나오는.  어린 시절 제가 제일 좋아했던 영웅이 아킬레우스였습니다. 일찍 죽었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더 좋아했는지도 ^^)와

[오딧세이](오딧세우스라고도 하고요 ^^)의 두가지 이야기가 또 흥미진진하면서도 읽다보면 아...이말이 여기서 나온거였구나..그런 거 많지요.

뭐..다 아시겠지만서두 그냥 이렇게 잘난척 해봅니다.


두서가 없이 떠오르는 생각따라 쓰다보니 왔다리 갔다리..

새겨서 읽어주셔요 ^^


그래서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가지셨거나 무신론자시거나 하시더라도 관계없이  어린이 성경 정도는 아이들에게 재미삼아 읽어주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종교서적이 아니라 교양서적이라는 관점에서 말이죠.


전 요즘 날라뤼신자가 되어가는지 법정스님이나 원성스님들의 글이 그리 좋을 수가 없더만요.

불교의 사상에 대해 매력적인 부분도 많고 말이죠.

결국은 제가 가지고 있는 종교를 벗어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 테두리 안에서 즐기는 거지만요.


어린이 성경그림책을 좀 찾아보았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게 없어서 마땅히 이게 딱 좋다라고 말씀드리긴 그러네요.

울 아들놈들은 허구헌날 주일학교에서 듣는 이야기인지라 그림책으로 사주진 않았거든요.

사줘야 한다고 늘 생각은 하면서도...끙..


 

.

 

이 책들이 어떨까 싶네요.

 

우리아기가 처음 만나는 성경은 영어책으로 먼저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입니다.

가방식으로 손잡이도 달려서 아그들이 좋아라~~한다는 후기가 있어요.


이거 말고 그림자 성서시리즈 12권도 그 부피도 작으면서 내용이 좋습니다.

 

 

 

거기에다가 예수가 누구인지 한권 더 읽혀보자 하시는 분들은 이 책도..


 

 

 

 

근데 이게 참 조심스러운 게 지금 위에 줄줄줄 올린 책들 중에 제가 가지고 있는 책들은 오로지 그림자성서시리즈가 다인지라

그림책으로써 이 책들의 만족도가 어떤지는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걍 이런 책들이 있다는 것만 한번 읽어보시고 제가 후기를 다시 올리든지 그러겠습니다...


하여간 오늘의 요지는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성경을 아이에게 소개해주자”입니다 ^^;;


괜히 긴 글만 되었군요 ^^

글이 너무 길어서 지루하실까봐 그림 많이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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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대표적인 판화가의 판화산문집

해어스름, 저물어가는 마을을 배경으로 구수하게 피어오르는 밥냄새나 쇠죽 끓이는 내음새 같기도 하고, 심오한 영적 세계와 현실의 온갖 굴레를 가볍게 벗어난 선적 세계를 그린 선화 같기도 한 이철수의 판화, 이제 우리는 한국 현대미술사를 논할 때 그의 이름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인 조정권의 말대로, 1980년대 중반 예쁜 꽃그림이 판을 치던 판화시장에 이철수가 등장한 것은 민중미술의 영역에서 '판화'를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게 한 사건이었다. 이철수는 현실주의의 화맥을 판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생활 저변에서 얻어낸 소재와 현실감 있는 표현으로 질박하면서도 구수한 판화의 세계를 창조한 것이다.
이철수의 판화는 1990년대 들어 생활 저변의 언어를 작품으로 연결시키는 한편, 점차 동양의 자연관과 선불교의 인간관을 바탕으로 한 '정신의 언어'를 중요한 한 축으로 삼았다. 『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는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주는 판화산문집이다.
『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는 1996년 초판이 출간된 이후 중쇄를 거듭해오다가 이번에 판형을 달리하고 해설을 추가하고 영문 번역을 실어서 다시 펴내게 되었다. 이번 개정판을 토대로 일본 동방(東方)출판주식회사에서 일본어판이 출간될 예정이다.

자연을 향한 큰 귀와 생명력 가득한 여백

이철수 판화의 일차적인 소재는 소리·바람·물·소나무·새·길 등 자연물이다.
<낙엽>(8쪽)이라는 작품은 석 장의 낙엽이 떨어져 내리는 장면을 간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는 "길이/멀다"라는 짧은 글을 옆에 붙였다. 낙엽의 길은 정해진 바가 없다. 나무에서 바닥으로 떨어질 때까지의 과정이 곧 낙엽의 길이고, 바람에라도 날려간다면 또 새로운 길이 열린다. 낙엽이 어떻게 떨어질지, 어디로 날려갈지는 바람밖에 모른다. 아니 바람조차도 모른다. 그러기에 낙엽의 길은 알 수 없고, 끝이 없으며, '먼' 것이다.
"잘 있거라/나는 간다/이별의 말도 없이…"라고 말하면서 단풍잎이 떨어진다(<적멸>, 14쪽). 이 작품에는 "어제도 마을 골목길에 밝은 주황색으로 불켠 조등 하나 조용히 내걸렸습니다. 근조(謹弔)!"라는 산문을 붙였다. 단풍잎은 별을 상징하고, 떨어지는 별은 사람의 죽음을 상징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단풍잎이 떨어지는 것을 죽음이라는 '이별'로 그려내고 있음이다.
이렇게 이철수의 판화에 묘사되는 자연물은 삶의 진실에 대한 기막힌 비유가 된다. 이런 그림들은 또 동양화의 가장 큰 특징인 '여백'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화면을 꽉 채우지 않은 그림의 시원한 여백은 곧 보는 이의 상상력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가끔은 화면을 꽉 채운 그림이 있다.
새떼들이 대나무숲에서 일제히 날아오르는 그림 <대나무는 그 빈자리를 얻고>(52쪽)라는 작품은 하늘을 가득 메운 새떼들의 날갯짓과 울음소리가 실제로 들릴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여기서 새떼들은 통상 여백으로 남겨질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점으로 묘사된 새떼들은 마치 하늘로 솟구쳐오르다가 돌연 마음이 변해 작렬하는 것을 그만두고 그대로 천공에 제각기 얼어붙어버린 불꽃과도 같아 보인다. 그런데 조정권의 견해에 따르면, 이 한 폭의 그림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상승하는 점들이 갖는 생동적인 이미지 그 자체가 아니다. 이 그림의 생기발랄한 생명력은 군집되어 대우주를 운행하는 듯한 점들이 보여주는 공간의 진동에 있다. 무수한 점들이 일종의 생명력 가득한 여백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가득 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충허공적(沖虛空寂)'의 세계이다. 그 가득 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세계는 곧 불교의 '선(禪)의 세계'와 통한다.

하루하루의 일상적인 삶에 새로운 성찰을 갖게 하는 '선'의 세계

조정권은 <차 한 잔>(6쪽)을 선적 향취가 물씬 풍기는 작품의 백미로 꼽는다. 화면을 중심으로 차받침 위에 찻잔이 놓여 있고 그 위로 댓이파리가 그려져 있는 담백한 구도이다. 찻잔은 마치 맑고 안정된 마음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차받침 접시는 찻잔에 비해 넓고 후덕하다. 찻잔 속에 담긴 쓴차는 처음에는 끓는 물처럼 자신을 고누지 못하고 있다가 서서히 안정감을 찾아 평점심을 이룬 듯 고요하다. 차를 마시는 선승을 그리지 않고도 선사의 깨달음을 깊이 있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선의 세계가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은 이른바 <좌탈(坐脫)> 연작이다. 좌탈이란 앉아서 몸을 벗는다는 말이니, 곧 좌선한 채로 열반에 드는 것을 뜻한다. "오늘은/장오던 새가 안 온다./어서/가라는/소리라/내/간다"라는 글귀가 붙은 작품(76쪽)은 불립문자(不立文字)의 경지를 잘 보여준다.
또다른 <좌탈>(88쪽)에서는 "깨달음이/내 손님으로 오실 때야/피해가지 못하지만/나가서/불러들일 일이야 아니지./내 생애가 적적하기만 하여/손님 받을 겨를이/없었다./이제 되었으니/그만 나가서/문 닫아 걸어라"라고 말한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선승은 깨달음의 실체를 구경하지 못했다. 깨달음은 일종의 손님이어서 그 깨달음이 자신을 방문한다면 피할 수 없지만, 선승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이제는 더이상 손님(깨달음) 받을 힘이 없으니 문 닫아 걸라는 것이다. 오직 깨달음을 참구하며 평생을 좌선에 임해온 선승이 이토록 쉽게 깨달음을 포기할 수 있다니, 우리는 여기서 서늘한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어쩌면 깨달음에 대해 초탈한 경지야말로 진정한 깨달음의 경지일지도 모른다.
'선'은 불교에서 피어난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승이나 선종의 전유물은 아니다. 법정 스님은 선은 정신의 안정과 집중을 거친 침묵의 세계이며, 그 침묵을 배경으로 생동하는 무한한 정신공간이라고 말한다. 선의 세계를 그린 이철수의 판화는 선적 깨달음의 세계에 대한 추상적인 설법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일상적인 삶에 새로운 성찰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잔잔한 기쁨을 선사함으로써 선의 세계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림을 보고 난 후 더 깊이 울리는 긴 여운

이 판화산문집에는 이처럼 이철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자연을 향한 큰 귀, 불교와 선을 해석하는 깊이와 위트, 우리 마음속의 어리석음을 발견하고 순수를 어루만지는 넉넉한 마음 품새가 담뿍 녹아 있다. "텅 비어 있으면 남에게 아름답고 나에게 고요하다"라고 말하는 이철수는 작은 그림에 큰 이야기를, 짧은 글에 긴 여운을 담아 우리의 내면을 두드린다. 그러기에 이철수의 판화를 온전하게 감상하려면 그만큼 우리 마음도 비워둘 일이다. 비어 있는 마음자리만큼 그림을 보고 있는 시간보다 보고 난 후 사색하는 시간과 그 여운이 더 길 것이다.

이철수
1954년 서울 출생. 한때 독서에 심취한 문학소년이었으나, 군 제대 후 홀로 그림을 공부하여 화가가 되었다. 1981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전국 곳곳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1989년에는 독일과 스위스의 주요 도시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탁월한 민중판화가로 평가받았던 이철수는 최근 사람살이 속에 깃들인 선과 불교에 주된 관심을 쏟아 심오한 영적 세계와 예술혼이 하나로 어우러진 절묘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박달재 아랫마을에서 농사일을 하면서 판화작업을 하고 있다.

 

- 문학동네 홈페이지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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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꽃 2004-05-15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있던 예쁜 그림이 없어졌네요?
여백과 깔끔한 그림이 좋던데요.

밀키웨이 2004-05-15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바람꽃님
예섬방에 "생각나는 책"이라는 제목에 있는 그림 말이시지요?
저도 순간 헷갈렸습니다 ^^
 

배꽃님의 이름을 들으니 생각나는 책이 있다.

   이철수님의 판화산문집 [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

오래오래전에  친구가 보내준 엽서가 이철수님의 판화 중 하나였었다. 그때 처음 알게 되었었다. 다분히 선적이고 불교적인 향이 가득한 그분의 작품들을 보면서 오래오래 음미하고 즐겼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고 얼마나 반가왔던지....

오랫동안 보관함에서만 머물렀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리...;;) 이번에 꼭 주문해야겠다. 글고..끼끼끼..6월의 책 중의 하나로 정했다. 내 맘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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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5-1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보았는데 작가는 정말 몰랐었네요..
흠,,,
6월의 책이라구요??
에구구...이거이 도서관에 있으려나??
아...읽을 책은 산더미고...요새 진도는 안나가고..참..

치유 2004-05-1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하..
난 이 철수님의 "이렇게 좋은날"에 홀딱 반해가지고 가끔 보며 웃는데요..
작품이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가끔 한숨 짓게 하는 작품도 있지만...
들여다 보며 한참을 생각 할수 있다는게 참 좋아요...
대추를 한자루나 사왔다는데 벌레먹은 놈 하나 없다는 현실...

배꽃 흐드러지게 피어 있으면....너무 이쁠것 같은데.. ..배꽃 밭 거닐어 보셨나요??
바람부는 날에..
달밤에 배꽃 피어 있는 길은 걸어보셨다구요??
우~~~~~~~낭만이어라...

밀키웨이 2004-05-17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정집에 배나무가 있어서 배꽃은 보았지만 배꽃밭은...ㅠㅠ
더구나 바람부는 날...달밤에 배꽃이 피어있는 길을 걸어보았냐구요?
으~~정말 생각만으로도 뿅@@@ 가네요 ^^
 

이제 알라딘에서도 도서생활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니...정말 좋아졌다. 그동안 도서생활권으로 정가 다주고 사려면 왜그리 아깝던지...

알라딘에서 자꾸자꾸 배려를 해주는 듯 해서 기분이 좋다. 책 보낼 때 좀 낡은 책을 보내는 그런 무성의함만 고쳐진다면 만점인디...아니다.. 적립금도 쬐금 짜다, 인터**에 비해서. 그러나 이정도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지.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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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5-1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생활권 쓰게 해주는 건 고맙지만, 적립금도 적고 마일리지 사용하는 데도 여러 가지 제한을 두고 여러모로 알라딘이 짠돌이가 되어가고 있어요. ㅠㅠ 옛날의 넉넉한 인심의 알라딘이 그립습니다. (코멘트 쓸 때마다 2000원짜리 쿠폰만 자꾸 줘서 당황스러워요. 어쩌라는 건지;;)
아, 그리고 저도 옛날에 하루키 책이랑 그리샴 책이 엄청 낡은 거 와서 몇 달 동안 볼 때마다 속상했던 적 있어요. 그냥 전화해서 바꿔달라 그럼 됐을 텐데(나중에 해봤는데 바꿔주드라구요) 왜 씩씩 화내면서 알라딘과 인연 끊을 결심만 했었는지 모르겠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