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글은 옆탱이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쓴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저같이 우아하고 한지성하는 사람은 결코 이런 글을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칭타칭 김용매니아라고 우기는 우리 옆탱이, 어제 제가 이야기해준 마태우스님의 서재이벤트 문제를 보고는 길길이 뛰면서 저거 꼭 수정해야 한다, 진실을 밝혀주어야 한다고 하기에 이리 눈물을 머금고 씁니다.
아..변명 진짜 길지요?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마태우스님께서 즐겨찾기 300분의 위업을 달성하시고 거국적으로 이벤트를 하셨습니다. 물론 저도 참여했지요, 만점 받았다는 거 아닙니까? 쿄쿄쿄
발단은 마태우스님께서 내신 15문제 중에 14번 문항 바로 요 아래의 구절 때문입니다.
14. '소오강호', '동방불패' 두 영화의 원작은?
자칭타칭 김용소설의 매니아인 울 옆탱이, 이 문장이 맞지 않다고 오류를 지적한 것입니다.
마태우스님께서 이 문제를 내신 것은 마냐님의 리뷰 중 다음 구절에 의거한 것인데
일단, 주인공 영호충...어디서 많이 들었다 싶은 분은 '동방불패'를 기억하시라. 바로 이 책을 토대로 만든 영화가 '소오강호'와 '동방불패'다. 홍콩 무협영화 르네상스를 열었던 그 영화들이다.
마냐님의 리뷰는 틀린 것이 아닙니다. 이 책 [아, 만리성]의 내용이 영화 소오강호와 동방불패의 원작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옆탱이가 지목한 점은 내용은 원작이 맞는데 제목은 원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영화 소오강호의 원작은 소설 [소오강호]입니다. 다만 이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들어오면서 다양한 제목을 달고 들어왔는데 "소오강호", "아 만리성", "열웅지"와 같은 제목의 책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원작자인 김용의 원제는 笑傲江湖(소오강호)로 '웃으며 강호를 업신여기다'라는 뜻이며 소설의 내용 가운데 아주 중요한 악보의 제목이기도 하지요.
아마도 1987년 언어문화사에서 이 책을 발간하면서 정식으로 판권을 따지 않은 해적판으로 출간을 하였기에 정식제목을 달지 못하고 저리 엉뚱한 제목을 달았나 봅니다. 이런 일이 예전에 종종 있었거든요.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의 제목은 [반지전쟁]이었거든요.
중원문화사에서 나온 소오강호]는 아마도 정식라이센스를 받은 것이겠지요. 하지만 김용소설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중원문화사판에 대한 아쉬움으로 청성파가 북위표국을 멸망시킨 부분을 누락시켰다는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대신 오히려 북위표국이 청성파를 멸문시키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는데 글쎄요, 저는 사실 이 책을 보지 못해 이런 작은 누락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옆탱이 말에 의하면 중국에서 제작한 TV드라마조차도 저 부분을 누락시킨 채 그냥 북위표국의 공격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글쎄요...정파와 사파라는 그 사이에서 정파의 오점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일까요?
하여간 김용의 무협소설은 총 15작품인데 이 15작품의 제목은 다음의 대련에서의 앞글자를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飛雪連天射白鹿(비설연천사백록)
笑書神俠倚碧鴛(소서신협의벽원)
'하늘 가득히 눈이 휘몰아쳐 흰 사슴을 쏘아가고
글을 조롱하는 신비한 협객은 푸른 원앙새에 기댄다'
그러니까 이 시의 한글자씩 따라가보면 비호외전, 설산비호, 연성결, 천룡팔부, 사조영웅전, 백마소서풍, 녹정기, 소오강호, 서검은구록, 신조협려, 협객행, 의천도룡기, 벽혈검, 원앙도, 월녀검 이렇게 15작품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마태우스님께서 내신 문제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왜냐하면 원작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니깐요. 원작은 원작 맞는데 제목이 그렇다는 것이니깐요...하지만 문제는 마태님의 서재가 자그만치 300분이나 되시는 분들이 즐겨찾기하신 메이저급 서재라는 것에 심각성이 있는 것입니다.
자칫하다가는 무협소설에 별 관심이 없으신 분들에게 "영화 소오강호와 동방불패의 원작이 [아, 만리성]이래"라고 우길 수 있는 그런 오점을 남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제 은사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사람이 책 딱 한권 읽은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한권밖에 읽지 않았으니깐 그 책에 들어있는 말이 무조건 진리요 생명인 거지요. 그러니까 어떤 주장을 함에 있어서 용감해질 수 있다라구요. 이게 지금 걸맞는 비유인지...^^;;;
제목을 무지하게 선정적으로 달았습니다만, 이건 결코 마태우스님께 딴지를 걸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애정에서 비롯되었음을 꼭 꼭 밝혀둡니다. 아...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