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한결같이 제 곁을 지켜준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가 있어서 많은 날들이 든든했습니다.
울적한 날 술한잔 마실 때도
기분좋은 날 흔들흔들 개다리춤을 출 때도
빡시게 공부해야 하는 날 머리에 흰띠 질끈 동여맬 때도
이 친구는 제 곁에 늘 함께 해주었습니다.

이 친구가 제 곁에 있던 그 10년 동안 저는 결혼을 하여 애기엄마가 되고 이사도 7번이나 다녔습니다.
그래도 늘 쌩쌩하고 건강하게 함께 있어주었지요.

그런데 오늘 드디어 저는 이 친구를 떠나보내려 합니다.
이미 작년 봄...가야할 때가 되었지만 전 차마 보내지 못했습니다.
미련스럽게 미련스럽게 부여잡았건만...
이제는 보내주어야 합니다.

잘가...내 오랜 친구야...

제 친구의 이름은 (눈치 빠르신 분들은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삼성 미니오디오 MQ-345

제가 처음으로 제손으로 직접 장만한 오디오세트였습니다.

이 친구가 처음 오던 날...그날 처음 들었던 음악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머라이어 캐리의 음반 MUSIC BOX... Hero와 Without you를 반복해서 들으며
볼륨을 크게 키워놓고 스피커에서 느껴지던 공기의 움직임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느끼며 좋아했던 그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건만....ㅠㅠ

잘가..친구야...
네가 있어서 나는 정말 행복했어.
잘가...친구야.......

     플레이 눌러주세요....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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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6-21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 삼성 미니오디오 MQ-345님께 무슨 변고라도?? 그냥 노쇠하신 건가요, 아님 차력형제들에게 심한 충격을 받으셨나요? ㅠㅠ
진짜 서운하시겠어요. 제 이뿐 오디오도 이사오느라 충격을 쫌 줬더니 망가져서 작년에 거금 들여 고쳐서 아직 잘 쓰고 있지만, 걔도 언젠가는 떠나보내야겠지요? 훌~쩍.

밀키웨이 2004-06-21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로원에서도 아니 받아주어서...ㅠㅠ
보내야 했습니다, 골로.

진짜로 서운하네요..이런 기분, 아는 사람만 알죠?
스타리님 위로해주셔서 고마버요 ^^

마태우스 2004-06-21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목만 보고 죽은 줄 알았어요. 기계에도 애정을 그리 쏟아주시다니, 가슴이 찡합니다.

반딧불,, 2004-06-21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ㅉㅉ..
아니 어쩌다가요..
아직 오년은 남았는데....
충격이 조금 있었나 봅니다..참 아쉽지요??
처음이라는 것은 애착이란 말과 참 비슷한 듯 해요.섭섭하실 듯 합니다.

소곤소곤..그래서 아쉬움에 음주를^.^

다연엉가 2004-06-2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에구...밀키웨이님 제가 그 심정 잘 알죠...추억이 깃든 물건^^^^ 저도 얼마전에 286컴터를 땅에 파묻지 않았습니까^^^^
새것 사세요. 새것 좋아요^^^^^^^^^꿀꿀한 마음 놀리고 있습니다^^^^^

아영엄마 2004-06-2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계도 늙는가 봅니다. 우리집에 오래된 물건들도 십년 가까이 되니까 서서히 노화현상을 드러내면서 차례차례 A/S를 받고 있거든요.. 그것도 안 통하면 결국 떠나보내야 하겠지만...ㅠㅠ

물만두 2004-06-2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만에 가다니 참... 이십년은 동고동락을 해야 하는 데... 안타깝습니다... 저희집꺼는 A/S 두번 받고 11년을 무사히 넘기고 있네요. 우리 집 친구에게 좀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로그인 2004-06-2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양,, 나무의자에 준 글,, 음악,, 고마우이..
얼굴 한번 본적 없는데 그 터프한 목소리 아직도 생생하고,,,
서울 토박이가 어찌 그리 정이 많은지..

개띠 친구 밀키양,,
참 고마우이~~~~~~

loveryb 2004-06-23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을 사랑한다는걸 알게 해주는글...
아 정말 맨첨 보고는 저도 깜짝 놀랐지요..

하나하나 세심한 맘이 느껴집니다..
오디오야 니는 좋겠다..

밀키님의 사랑을 원없이 받아봤응께~~~

밀키웨이 2004-06-23 0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히 제목이 선정적이지요?
손님 끌어볼라고 노력했습니다...^^;;;

이크님, 서울토박이는 정이 많으면 안되나요? ㅎㅎㅎ
서울깍쟁이여야 하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