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한결같이 제 곁을 지켜준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가 있어서 많은 날들이 든든했습니다.
울적한 날 술한잔 마실 때도
기분좋은 날 흔들흔들 개다리춤을 출 때도
빡시게 공부해야 하는 날 머리에 흰띠 질끈 동여맬 때도
이 친구는 제 곁에 늘 함께 해주었습니다.
이 친구가 제 곁에 있던 그 10년 동안 저는 결혼을 하여 애기엄마가 되고 이사도 7번이나 다녔습니다.
그래도 늘 쌩쌩하고 건강하게 함께 있어주었지요.
그런데 오늘 드디어 저는 이 친구를 떠나보내려 합니다.
이미 작년 봄...가야할 때가 되었지만 전 차마 보내지 못했습니다.
미련스럽게 미련스럽게 부여잡았건만...
이제는 보내주어야 합니다.
잘가...내 오랜 친구야...
제 친구의 이름은 (눈치 빠르신 분들은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삼성 미니오디오 MQ-345
제가 처음으로 제손으로 직접 장만한 오디오세트였습니다.
이 친구가 처음 오던 날...그날 처음 들었던 음악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머라이어 캐리의 음반 MUSIC BOX... Hero와 Without you를 반복해서 들으며
볼륨을 크게 키워놓고 스피커에서 느껴지던 공기의 움직임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느끼며 좋아했던 그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건만....ㅠㅠ
잘가..친구야...
네가 있어서 나는 정말 행복했어.
잘가...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