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7시40분 우리집 마루에서 본 일출 - 창문에 반사된 두 개의 덧 태양ㅋ>
2013년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 귀밑머리 쓸어 넘기고 옷깃 여민 채, 경건하게 해 마중을 한다. 커튼을 젖히자, 두꺼운 구름 사이로 우주의 붉은 기운이 서린다. 둥글고 선명한 실체에 앞서 저 이른 빛, 언제나 아침노을로 먼저 오신다.
우리집 마루에서 본 새 해가 완전히 솟았을 때는 7시 40분이었다. 가까운 바다 냄새와 먼 산을 배경으로 둥근 해가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냈을 땐 그 광경이 너무 선명해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어느 새해 아침을 이토록 경건하고 장엄하게 맞이했던가. 비의를 품은 듯, 신비함을 실은 듯 새 아침의 아우라는 제 존재를 충분히 발산했고, 모든 물상들은 평화로운 풍경이 되어 그 빛을 수렴하고 있다. 해가 솟자마자 그 이후로는 신기하리만치 교교한 아침 분위기는 빠른 속도로 그 빛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한다. 언제 솟는 해를 기다렸냐는 듯 환하고 밝은 기운이 세상을 점령하고 만다.
강렬하게 제 빛을 쏘아대는 둥근 힘에다 내 온몸의 기를 풀어헤쳐 의탁해본다. 새날을 여는 저 빛, 메아리 같은 소리가 되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이길 바라본다. 한 해 동안 가슴을 데우는 따스한 말씀의 빛살이 되기를 기도한다. 새해에는 느낌표 같은 날들이 많아지기를.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날들이 될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절망하는 가운데도 살아있다는 느낌을 발견하고, 희망하는 가운데도 그 살아있음이 배가되는 날을 꿈꾼다. 눈 뜨고 있다고 다 보는 것도 아니고, 눈 감고 있다고 못 보는 것도 아니다. 눈 뜨고 있으되 제대로 보지 못하면 온전한 느낌표를 얻을 수 없다. 반면, 눈 감고 있어도 제대로만 본다면 만족할만한 느낌표를 얻을 수 있다.
오감을 연 채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마사지를 하겠다. 그 중 가슴 쪽에 그 감수성의 손길을 가장 오래 머물게 하겠다. 내 무딘 감각의 어혈이 풀려 이제껏 보아온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세상이 보였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그 대상마다 독특한 느낌표 하나 달았으면 좋겠다.
제대로 된 느낌표를 얻기 위해 그 한 호흡마다 말줄임표 하나씩도 분양 받으련다. 살아난 감흥들이 뼈와 살이란 느낌표의 브랜드를 가지려면 진중한 사색의 얼굴도 필요할 테니. 숨어 희생하는 말줄임표가 있어야 꿈틀거리는 느낌표가 제대로 산다. 따옴표나 의문부호도 잠시 미뤄두겠다. 숱한 말들의 희롱이거나 잔치일 따옴표 대신 일단은 분양 받은 말줄임표 하나 벽에 붙여놓겠다. 어쩐지 공허한 따옴표 대신 느낌표 하나마다 왠지 느꺼울 말줄임표 하나씩 달아두겠다. 느낌표의 극대화엔 말줄임표라는 곁지기도 꼭 필요하겠다.
말줄임표 곁들인 쌈박한 느낌표를 꿈꾸는 이 아침이 설레는 건 아직은 꿈꿔도 좋을 새해인데다 새날의 일출을 똑똑히 본 덕인지도 모른다.
** 새해 일주일 안에 당장 해결해야 할 책 세 권
그 중 단연 김수영을 위하여, 이다.
강신주, 정민 이런 분들은 책 내는 기계이자 오롯한 학자 - 부럽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