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끝났다. 시험장에다 날개를 떼어놓고 오기라도 한 것일까. 한풀 꺾인 새처럼 교문을 나서는 그들 어깨 위로 저녁 안개가 내려앉고 있었다. 아무렴, 대책 없이 다사로운 햇살보다는 눈치껏 감싸주는 안개가 그나마 위로가 될 것이다. 우르르 몰려나오는 수험생들 가운데 울상 짓는 몇몇의 실루엣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꿈을 얻기 위해 몇 년을 달려왔다. 하지만 아뜩하기만 한 지문(地文) 앞에서 그들은 몇 번이고 그 꿈에 대한 다음과 같은 부정적 정의를 환기시켰을지도 모른다. 꿈은 꾸는 것이지 이루는 것은 아니라고. 너무 어려워 절망의 예고편처럼 읽히는 시험지 앞에서 자조적 탄식은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사방천지 유리벽인데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은 더해가고, 그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맘 아플 몇몇 수험생들에게 자꾸만 감정이입이 된다. 먼 시절을 돌이키면 그 때 내 심정이 딱 저랬다. 이제껏 맛보았을 몸과 마음의 가장 큰 상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낙담은 이르다. 입시는 가장 큰 현재형 고통일지 모르지만 가장 우스운 미래형 코미디이기도 하니까. 힘겨울 그들의 ‘지금’에게 용도 폐기용 충고라는 걸 알면서도 이런 말을 하는 건 너무 늦은 깨달음들이 세상엔 널렸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삶은 지속된다. 희망을 버린 절망의 나날보다는 절망을 이긴 앞날이 그래도 더 많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출구가 보이지 않았던 건, 문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문을 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볼 수도 없었고,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고군분투했을 그들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며칠만 힘겹다가 툭 털고 일어나, 내팽겨 쳐 둔 날개를 가지러 갔으면 좋겠다. 들숨날숨 한 호흡 크게 쉬고 새벽길 나서는 그들 어깨를 상상한다. 안개 자욱한 그 길, 귀 열고 눈 뜨고 가다 보면 언젠가는 날개 돋는 시절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니까.

 

 

 

 

*음화홧, 위로 페이펀데 소개 상품은 수능 만점에 관한 거다.

  이런 뒤지럴스런 모순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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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11-09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화홧, 위로 페이펀데 소개 상품은 수능 만점에 관한 거다.
이런 뒤지럴스런 모순이라니..."

이 글에서 저, 빵 터졌어요.


다크아이즈 2012-11-11 08:42   좋아요 0 | URL
페크님, 써놓고도 이 따위 페이퍼가 그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스스로나 위로하렵니다. 이것도 모순 맞지요? 크~

2012-11-09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에 추천 꾹~^^

다크아이즈 2012-11-11 08:44   좋아요 0 | URL
섬님, 제가 생각해도 이 잡스런 단상은 내용보다 태그가 더 낫다는 생각이...
만나 뵈서 반갑습니다. 저도 찾아 뵐게요.

프레이야 2012-11-0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순도 가지가지ㅎㅎ 뒤지럴스런 ㅋㅋ 요런 발랄한 표현을요! 친구 딸도 생각보다 못 나왔다고 좀 걱정하네요. 에효ᆢ

다크아이즈 2012-11-11 08:4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발랄하다기 보다, 가끔 제가 장소와 때에 맞지 않게 분위기를 망친다는 생각은 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님의 위로가 필요할 때. 에효..

2012-11-11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1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4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4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5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댈러웨이 2012-11-1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므느와르님, 짧은 페이퍼 참 따뜻하고 좋다, 이러면서 읽어나가다가 덧붙이신 글에서 화들짝! 터프한 분이셨군요! ^^

다크아이즈 2012-11-12 01:44   좋아요 0 | URL
네,역시 댈러웨이님 예리하시네요.
암만 생각해도 따뜻한 면 보단 터프한 게 제 실체인 건 맞습니다.
따뜻하고 싶습니다...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