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호프만의 표적 - 초특가판
샘 페킨파 감독, 더스틴 호프만 출연 / 영상프라자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샘 페킨파의 영화 중에 그런 게 있어. 제목이 뭐더라. 음.....'
기영이 그녀의 구상을 듣더니 말했다.
"스트로 독스. 지푸라기 개? 그런 뜻일 꺼야. 더스틴 호프만이 폭력적인 도시를 피해 아내의 고향인
시골로 내려간 수학자로 나와. 그런데 아내와 예전부터 관계가 있었던 남자들이 차고를 지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그의 집으로 다가오는 거야"
"그런 영화가 있었어?"
"더스틴 호프만은 그들의 제의를 거절하지 못하고 사냥에 나서지만 어느 순간 사냥터에 자기 혼자
남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되지" 그사이에  동네 남자들은 아내를 강간하고 있었던 거야. 소심하고 겁
많던 더스틴 호프만은 엽총을 들고 그들로부터 집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벌이게 돼"
"봐야겠는데"
"내가 쓰려는 소설하고는 관계 없을지도 몰라. 집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기보다 수컷의 폭력적
본능에 대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
                                                                                          
                                                                                          -김영하 "빛의 제국" 중에서-

 `지푸라기 개'라는 의미는 아마도 종이 호랑이와 같은 의미라고 생각된다.
 영화의 초반 더스틴 호프만의 상태를 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샘 페킨파의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폭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들이 대부분이다. 와일드 번치에서 등장하는 무법자들이나 현상금 사냥꾼이 그러했고 겟어웨이에
나오는 은행털이범들이 그러하다. 철십자 훈장이나 메이저 던디에 나오는 군인들도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나오는 주인공은 폭력과는 관계가 거의 없다고 생각되는 직종의 사람이다.
가르시아의 술집 피아니스트처럼 말이다.

빛의 제국에서 인용된 것처럼 주인공 더스틴 호프만의 숨막히는 도시의 폭력과 광기에 지쳐 평온하고
조용하리라 믿었던 아내의 고향(영국)으로 낙향을 결심한다. 하지만 이곳 역시 소수집단에 의해 자행
되고 있는 잠재적인 폭력과 광기는 존재하는 공간이다.

미국인인 주인공이 아내의 고향인 영국 시골에 정착했을 때 그는 분명 이방인이였다. 그것도 절대 흡수
나 교감을 이룰 수 없는 이방인..그 이유는 아내의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이 성장을 했을 그때
동네 청년들은 이미 이 작은 마을의 폭력적인 이미지로 마을 어두운 곳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였으니까.



쪼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더스틴 호프만...그들의 사냥제의에 아무소리 못하고 따라가게 된다.

도발적인 옷차림(노브레지어로 인해 가슴의 윤곽이 지나치게 도드라져 보이는)으로 동네를 활보하는
아내의 행동에 그들은 발정난 숫캐와 비슷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며, 마을에서 좀 떨어진 이 부부의
집에 차고수리를 핑계로 조금씩 접근하게 된다. 그 후 사냥터 사건이 발생한 후 아내의 옷차림은 사건
전의 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녀에게 들리는 타인들의 모든 소음과 행동들은 자기
에게 가해진 폭력의 잔상으로 인해 극심한 패닉증상이 점차적으로 진전되게 된다.



여성으로써 당하는 가장 무자비한 폭력에 희생된 후 그의 아내는 점점 붕괴되어 간다.

아내가 이러한 집단적인 광기에 희생되고 농락당하는 동안 주인공 수학자는 지나치게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침실 옷장에 걸린 고양이 시체에도 그 집단들에게 별반 경고를 주지 못했고, 마을에서
집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그들에게 여전히 비굴하고 나약한 모습과 시선을 보여준다. 이렇게 소극적이며
비굴한 모습으로 일관하던 더스틴 호프만은 마을 교회 모임 때 동네에서 정신병자로써 또다른 이방인
취급을 받는 절름발이의 우발적인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점차 폭력적이면서 광기에 휩싸이는 인물로
돌변하게 된다.



영화에서 대부분을 쪼다와 패배자의 비굴한 모습으로 나오다가 어느 한순간 더스틴 호프만은 변화한다.
그것도 폭력과 광기에 의해 처음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극렬한 인물로.....

샘 페킨파의 영화 중 가장 작은 배경공간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되어진다. 배경이라고는 조그마한 시골
마을과 그 마을에 부속되어져 있는 술집과 교회, 그리고 주인공 부부가 사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집
이 전부인 영화이다. 과거 그의 영화에서 보여주는 광활한 서부나 황량한 멕시코..등등 스케일 면으로
따진다면 제일 적은 규모와 등장인물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역시 시종일관 샘 페킨파식의 폭력과 그로인해 비롯되는 후폭풍의 영향력은 기타
그의 다른 영화를 압도하고 있다. 집이라는 경계를 넘어서려는 그 무리에게 가해지는 더스틴 호프만의
폭력은 지나칠 정도로 침착하며 냉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5명의 무리를 하나하나 제거하고 난 후 아내를 남겨놓고 절름발이를 차에 태우고 동네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질주하는 차안에서 더스틴 호프만의 미소띤 표정은 그가 경험했을 도시와 시골마을의
폭력을 능가하는 모든 것을 담아내주고 있었다.

영화상에서 보여주는 폭력이 스케일이나 튀어나오는 선혈의 양이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가 그 반대의
상태에 위치할 수 있다는 모습만으로도 이 영화는 지극히 폭력적이며 충격적이였다.

뱀꼬리1 :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를 극장에서 볼때 초반 그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모습을 보면서
멍했던 기억과 비슷한 느낌을 이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느꼈었다.

뱀꼬리2: 이 영화의 경우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평소 그의 영화는 비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면 그가 비교적 젊은 시절 찍었을 이 영화는 그 누구보다도 폭력적이며 광기스러웠다고나 할까.
그의 영화 `마라톤맨'에서 당하는 고문의 모습 이후 두번째 충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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