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도 가르시아의 목을 가져와라! - 스펙트럼/MGM 가격 인하
샘 페킨파 감독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원제목이 그러니까 Bring Me The Head Of Alfredo Garcia인 이 영화는 아주 편하게 국내에서는
`가르시아'라는 제목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영화 내내 문제의 인물 알프레도
가르시아는 안나온다. 기껏해야 목걸이 팬던트 속의 사진으로 그 실체를 확인하는 것이 전부이다.

제목의 살벌함 때문에 사지가 절단되고 피가 무진장 튀는 상황이 연출 될꺼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영화를 보고 나선 시각적인 잔인함보다 영화속 여기저기 꽁꽁 숨겨둔 살벌함을 느끼게 되버렸다.

이미 불귀의 객이 되버린 가르시아의 목에 백만달러의 현상금이 걸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나 영화 도입부 가르시아의 목에 현상금이 걸리게 되는 상황에서 보여지는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은 샘 페킨파의 영화를 보면서 내내 느꼈었던 `폭력의 대상에 차별은 없다.'라는 공식을 충분히
따라가 주고 있다.(페킨파의 영화에서는 여성, 아동은 보호받을 혹은 예외대상이 아닌 언제나 폭력에
노출되어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위치로 동등하게 나온다.)

가르시아의 목을 가지러 온 베니였으나, 그 순간 멕시코 갱의 습격으로 머리를
강탈당한다. 결국 영화에서 베니는 가르시아의 목을 집적 잘라가진 못한다는
묘한 의미를 부여해준다.

소극적인 폭력으로 시작된 영화는 주인공 베니의 등장으로 그 다음 상황의 폭력까지는 매우 굼뜨게
진행되어진다. 이미 죽은 자의 머리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은 베니의 충동적인 살인으로 시작되면서
진정한 폭력과 살상의 수순을 밟게 되어간다.  이어서 그의 목을 둘러싼 공방전에서 나오는 원숙한(?)
게이킬러 듀엣과 멕시코 갱단, 그리고 목을 되찾으려고 하는 가르시아의 가족들. 의뢰인의 하수인들,
그리고 베니가 유일하게 사랑했을 꺼라 추측되어지는 창녀까지... 이미 죽어버린 사람의 머리로 인해
베니가 직, 간접적으로 관여된 15명의 살상 후, 베니의 심적인 동요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게이 킬러 듀엣의 최후...지금처럼 동성애적인 코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34년전 영화에서 함축적인 의미로 이 두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폭력적인 인물이 아닌 그냥 바에서 피아노나 치는 삼류 연주자인 베니에게 이렇게 급작스럽게 몰아
닥친 살육의 폭풍은 감당하기 힘든 지경까지 오게 되고, 결국 `끝까지 가자'라는 비이성적인 생각으로
이 사건의 모든 원흉인 의뢰인 저택에서의 살육으로 끝을 맺게 된다.

밑바닥 인생을 탈피하고자 하는 어찌보면 평범한 베니라는 인물이 어마어마한 현상금으로 인해 현실
탈피의 기회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살상으로 이어지며, 그 강도를 높이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우리에
겐 내일은 없다'의 보니와 클라이드처럼 엄청난 양의 총알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영화는 끝을 맺게
된다.

주인공 베니를 연기한 워렌 오티즈...그는 샘 페킨파 영화의 단골 출연자이다.

밑바닥 인생이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타인을 소멸시키는 살인이라는 행위를 할 정도로 주인공 베니의
삶이 피로 얼룩졌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무모한 하나의 돌파구를 확인하고 이를 통해 현실을 타파하고자
했던 주인공이 서서히 혹은 급진스럽게 소멸되어가는 전개구도를 냉정하게 보여주었던 역시 샘 페인파
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영화였다고 생각되어진다.

뱀꼬리 :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가르시아의 잘려진 머리의 실체는 결코 안보여준다. 단지 다른 시작적인
효과로 그 자극성을 극대화 시킨다. 머리가 들어 있는 자루에 들끓는 파리떼와 얼음과 드라이 아이스를
쟁여 놓는 장면과 자루속의 머리를 확인하면서 마치 지독한 냄새를 맡는 듯한 등장인물들의 일그러진
얼굴로 직접적인 모습이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 충분히 그 실상을 파악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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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8-30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 베니의 몰골이 마음에 드는데요?ㅎㅎ

Mephistopheles 2006-08-30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 페킨파 감독의 등장인물들은 결코 미화가 안되는 공통적인 무언가가 있더라구요.
영화보면 그 막 땀내나고 쩔은내 나고..떄로는 피비린내나는 듯한 그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