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의 역사는 순교의 역사이자 고문실의 역사이다.
인간은 신이 정해준 공간과 시간을 무시한 대가로 고문실에서 참기 어려운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인간이 그 고문실에 붙여준 이름은 `배'였다.
물론 이런 주장은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이루어지는 흥겨운 생활을 담은 대다수 책의 내용과는 맞지 않는다. 또한 나의 말이 정직한 아주 많은 사람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행복한 뱃노래들은 무엇인가? 고대 전쟁에서 노병들이 `결사'의 의지로 싸웠다는 멋진 무용담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어깨에 앵무새를 올려놓고 손에 병을 쥐고 북적거리는 술집 어두운 곳에서 감탄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멋진 선원 사진은 또 무엇인가? 이 모든 이야기들이 무엇이든 진실과 전혀 관련이 없단 말인가? 선원의 삶이란 불행과 고통, 그리고 굶주림과 갈증. 육체적 학대, 한 마디로 지옥 생활로 이루어진 끝없고, 고통스러운 기록일 뿐이란 말인가?-011~0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