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퍼시픽 림을 있는 그대로 말해보자면.....

 

그러니까. 태평양 저 깊은 심해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거대 괴 생명체에게 유린당하던 인류와 문명이 그것들과 비슷한 스케일에 맞춰 거대 로봇을 제작해 무찌르자 괴 생명체, 지키자 인류문명 하는 내용이다. 정말 간단하고 편리한 스토리다. 과연 인류는 절멸할 것인가? 아님 언제나 그렇듯 승리를 거머쥐고 안녕을 영위할 것인가 라는 판단하기 쉬운 결말도 예상가능하다. 또 모른다. 태평양 저 깊은 심연에 열린 워프 게이트를 통해 들어갔더니만 다 쓰러져 가는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고 그 앞에 주저앉아 않되!!를 외친다면 그나마 조금은 덜 식상할지도 모른다.

 

퍼시픽 림은 딱 이런 영화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할 필요는 애시 당초 없을뿐더러 기발한 반전이나 획기적인 스토리 전개 따위는 사실 머리만 아플 뿐이다. 단지 울트라 맨, 파워레인저처럼 로봇 탈 혹은 괴물 탈을 쓰고 이얏, 캬오 하는 설정에서 발달된 그래픽을 첨가했을 뿐 그 이상을 기대하긴 힘들다.

 

인체대비를 따져보면 굉장한 덩치를 자랑한다.

 

감독이 길에르모 델 토로라는 사실. 그리고 그 육중한 동작과 둔탁한 운동신경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주느냐, 워낙 독특한 자신만의 분위기를 잘도 보여줬던 감독의 색깔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만큼은 눈여겨 봐줘야 할 정도의 포인트가 존재한다. 결과론적으로 말한다면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가 예상된다. 하지만 분명 열광하는 부류는 존재한다.

 

 

2.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로봇과 괴물....

 

이 영화에 사실적 주인공인 거대로봇 예거(사냥꾼)를 설명하기 위해선 영상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로봇의 정의부터 짚어봐야 한다. 어쩔 수 없지만 이 분야만큼은 옆 나라 일본이 절대강국이다. 아쉽게도 국내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거대로봇 태권V”조차도 분명 그들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순 없으니까.

 

크게 이분법으로 정의되곤 한다. 1)슈퍼로봇, 2)리얼 로봇으로 양분된다.

 

1)슈퍼로봇계열.

일단 크다. 20미터는 기본이고 경우에 따라선 100~200미터(목성 세배만한 크기도 있다.)가 넘어가는 어머 어마한 덩치를 자랑한다. 기계적인 파일럿의 노하우보단 정신력, 근성에 성능이 좌우되곤 한다. 질량에너지의 법칙에 충실해 파괴력도 대단하여 어떤 경우는 행성 하나가 단번에 박살내버리곤 한다. 덩치가 큰 만큼 스케일도 크다. 은하계를 찜 쪄 먹고 우주를 말아먹기도 한다. 블랙홀 생성 따위는 껌이다.

 

대표작품으로는 철인 28호를 시작으로 마징가시리즈, 게타로봇(애가 행성하나를 박살내는 놈), 이데온(애는 우주를 리셋), 건 버스터(블랙홀 자체 생성), 그렌라간(우주 말아 먹는다.), 가오가이거 등이 존재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마징가 Z

 

2)리얼로봇계열.

일단 작다. 작다 하더라도 20미터 미만의 크기가 표준이다. 다분히 과학적, 기계적 근거를 설정으로 탄생했다. 슈퍼로봇계열처럼 미지의 존재들과의 대립보단 같은 인간끼리의 대립에 많이 등장한다. 그러다 보니 리얼 로봇 계열의 작품들은 메카닉 중심보단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곤 한다. 대표작으로 건담시리즈, 마크로스, 보톰즈등이 존재한다.

 

 건담의 시작을 알리는 "기동전사 건담" 일명.....연방의 하얀 악마.

 

3)구분하기 모호한 것들.

에반겔리온.(완벽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

 

 

3. 이해 불가능한 관객과 열광하는 관객.

 

퍼시픽 림은 앞의 분류 중 슈퍼로봇 계열의 할리우드 판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것도 이쪽 계열에 상당한 덕력을 지닌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영화다. 단지 이것이 양날의 칼로 돌아오게 된다.(아마 감독은 예상하고 있었을 것. 실제로 흥행성적은 멘붕 상태.)

 

어린 시절 로봇만화에 열광하는 사람들이라면 두 주먹 불끈 쥐고 이글이글 눈동자에 불을 켜고 환호성을 지르기에 충분하겠지만, 그 외의 세대들에겐 심드렁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그동안 보여줬던 감독의 으스스하면서도 정형화된 분위기를 최대한 봉인시켰으니 길에르모 델 토로표 영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역시 야유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림으로만 봤던 거대로봇의 둔탁하며 웅장한 움직임을 비록 CG지만 영화로 볼 수 있었다는 것. 그것 하나로 모든 것이 상쇄가능하다. 집시 데인저의 둔탁하고 거대한 펀치가 카이주의 안면에 작렬하는 통쾌함과 리액션. 이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주는 카타르시스를 설명한다. 유조선을 휘두르고 가슴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는 미사일을 연발하며 거대로봇이 풍미했던 그 시대를 회상한다. 이 영화는 그 시대를 경험했던 사람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오마쥬일 수밖에 없다.

 

 

뱀꼬리 : 감독은 이미 후속작 각본까지 준비한 모양이지만, 흥행성적이 기대 이하라 제작사의 승인이 떨어질지는 미지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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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8-13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시장이 크긴 큰가보다.....

중국 개봉과 더불어..진짜 거대한 한 방으로 월드박스오피스 1위로 등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