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 The Book of Eli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마 근래 영화 봤던 영화 중 이런저런 구설수와 논란으로는 이 영화를 따라올 영화는 없어 보인다. 다른 나라보단 아마 우리나라에서 유독 갑론을박 말이 참 많다. 국내 개봉과 흥행수입은 어떠했는지 모르겠으나 케이블 TV에 새롭게 편성되며 직접 보고 판단하게 되었다.

아마도 논란의 중심엔 이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종교관과 상직적인 의미로 쓰인 ‘성경’때문인 것 같다. 지구가 황량하게 변하고 인류가 거주하기 힘든 행성으로 종말로 향해 가고 있을 때 일라이라는 인물이 소중한 물건을 가지고 여행을 다니는 이야기이다. 그 소중한 물건은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성경’이며 이를 차지하기 위해 남아있는 인간들이 피터지게 싸우고 박 터지는 내용이다.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라이(덴젤 위싱턴)라는 인물이 주는 메시아적 환상과 그가 지니고 있는 ‘성경’의 의미로 인해 기독교 미화적인 영화로 단단히 찍혀버린 것 같다. 그런데 단지 이 영화를 기독교 미화영화로 보기엔 약간의 다른 시선도 존재한다.  

 

고독한 수도승 같은 일라이의 여정엔 여러 일들이 발생하고 예정된 수순으로 그는 희생을 받아들인다. 

영화는 일라이와 카네기(게리 올드만)의 대립을 축으로 진행된다. 기독교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카네기는 일종의 적그리스도적인 인물이다. 현실세계와 비유를 하자면 이슬람을 비롯한 이교도들이고 기독교를 배척하는 악의 무리라는 설정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영화 속 카네기는 살아남은 인류 중 거대한 권력을 쥐고 폭압을 휘두르는 후안무치의 무법자니까. 그런데 영화 속 카네기의 대사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그가 일라이가 소유하고 있는 성경을 노리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것이 수중에 들어오면 세상 사람들을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거든.’ 그리고 이 대사처럼 그는 성경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영화 속 악의 축 카네기는 수집광이다. 특히 책. 그가 읽고 있는 책은 의미심장하다.

영화에서 잠시 눈을 돌려 현실을 살펴보자. 어느 대형교회 목사님들은 연일 일어나는 지구의 자연재해에 대해 하나님의 심판, 예수를 멀리한 죗값이라고 목청을 높이신다고 한다. 한술 더 떠 국익을 위해 행하는 외교행동에 이교도와 거래를 맺는 대통령을 하야시키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무슨 망발이냐 하겠지만, 여기는 대한민국이고 그만큼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쥔 대형교회이기에 무서울 것 없이 이런 발언들을 거침없이 내뱉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영화에서 표현되는 적그리스도인 카네기라는 인물을 현실과 비유해보자. 그가 어떤 인물들과 오버랩 되는가. 테러를 일삼는 이슬람극단주의자 알카에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대한민국 현실엔 오히려 다른 부류들과 겹쳐진다. 그들 역시 성경을 손에 쥐고 수많은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더불어 종교의 범위를 넘어서 정치와 국가관까지도 손에 쥐려 한다.

영화 속 결말은 조금은 전형적이다. 일라이의 희생, 그리고 또 다른 메시아의 탄생, 그리고 적그리스도이며 영화 속 악의 축인 카네기는 자멸한다. 영화와 현실을 혼동하지 말라지만 어차피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영화의 결말처럼 현실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 어느 신도 인간의 탐욕과 위선을 좌시하진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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