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브레이브 - True Gri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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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 참 땀내 나는 단어다. 사실 땀내로만 끝날 단어가 아니다. 왠지 짙은 담배연기에 거칠고 투박한 수컷의 냄새가 잔뜩 배어 있는 것 같다. 좋다고만은 말할 수 없다. 마초라는 단어가 주는 그 압박감은 때론 그 주변의 모든 것을 초토화로 만들곤 하니까.

영화 장르 중 이런 마초의 성격을 작정하고 내면 깊숙이 내포한 장르가 웨스턴 다시 말해 서부극이다. 하긴 그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구리로 만든 탄환 하나로 사람 목숨이 하루살이 마냥 사라지는 시대. 무법의 시대이며 폭력이 정당화되는 시대로 대변된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의 개념이 강하게 표현되었다고 하더라도 요즘 같은 시대와는 많은 부분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어느 일부분에선 다를 바가 없다.)

어쩌면 이 영화는 요즘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철 지난 영화일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웨스턴 마초의 대표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존 웨인이 주연한 영화의 리메이크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영화의 스텝을 살펴보면 의외의 인물이 눈에 띈다.

감독이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즉 코엔형제가 만든 영화다.
이들의 영화를 한 편이라도 봤던 사람들이라면 이 형제가 만드는 영화의 독특함에 대해 기억할지도 모른다. 4차원이라고 말하긴 주저스럽지만, 현실세계 3차원과 4차원의 중간쯤으로 말하고 싶은 3.5차원 같은 묘한 분위기를 풍기곤 한다. 더불어 원작을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난지 2008년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대단한 상복을 누린 적도 있다. 몽환적 환상적 분위기에 과격하고 어이없는 폭력까지, 영화의 전개를 예상하기 힘들게 끌어가곤 하는 묘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일단 이런 그들이 어찌 보면 과거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서부극을 만들었다면 무언가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선보일 꺼라 예상이 든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진다.

그들이 만든 서부극을 떠들기에 앞서 과거 웨스턴 무비의 변천과정을 잠깐 들여다보자. 과거 서부극은 여러 차례 변천 과정을 겪어 왔다. 미국이 아닌 이탈리아에서 만든 속칭 ‘마카로니 웨스턴’은 기존의 로망과 정의가 가득한 서부극을 산산이 부셔버렸다. 정의의 보안관, 건맨이 주인공이 아닌 물질을 탐닉하는 악당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 후 마카로니웨스턴으로 스타가 된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감독겸 배우는 정의란 존재조차하지 않은 비정한 현실과 비겁함만이 가득한 수정주의 서부극으로 또 다른 변천의 과정을 거치게 만들었다.

이런 변천과정에서 이 영화는 새로운 변화를 보여준다. 그것이 ‘과거로의 회귀’로 규정될 수도 있는 방법이면서 그 시대를 휩쓸었던 거친 모래바람 속에서도 잡초나 들꽃이 생존하는 모습처럼 ‘소녀’라는 1인칭 시점을 제시하며 새로운 서부극을 표현한다.  



이들의 관계는 레옹과 마틸다와는 전혀 다르다. 더불어 요즘 영화에선 당찬 소녀의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이 영화도 그렇고 얼마 전 봤던 '윈터스 본' 역시 마찬가지다.  (엄청난 연기력 때문인지 '헤일리 스타인펠트'는 오스카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윈터스 본의 '제니퍼 로렌스'는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된다.)

단순히 아버지의 복수로 시작한 여정이 퇴물 보안관과 겉멋 잔뜩 들은 레인저와 동행하게 되는 소녀의 시선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마초적 본성의 내면을 하나씩 해체된다. 선이라고 대표되는 이들의 노쇠화, 속물화와 더불어 악이라 칭할 수 있는 악당들 역시 악당이란 명칭에 걸맞지 않는 나약함을 보여준다. 거기에 세월의 흔적을 첨가하여 화려했던 과거가 서커스단의 구경거리와 동격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적인 반영까지 묘사한다.

시대가 흐르고 생각이 다양화 되면 어떤 대상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아마도 이 영화는 코엔형제가 그들만의 시선과 생각으로 지금껏 수없이 묘사되었던 마초라는 상징에 대해 또 다른 주석을 달아 놓은 것 같다. 

뱀꼬리 : 난 정말 멧 데이먼인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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