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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Mr. 폭스 - Fantastic Mr. Fox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여우 한 마리가 살았는데..."로 시작하기엔 배경은 너무나 현대적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동화에 등장했던 여우들의 모습(꾀를 부리다 자멸하거나, 포기의 상징으로 부각)과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거대한 나무 옆에 멋들어지게 기대어 사랑을 기다리는 처음 모습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오..제법 엣지 있는데.." 란 분위기가 풍겨난다. 더불어 매력 팍팍 풍기는 외모와 더불어 목소리까지 근사한 조지 클루니의 음성이 흘러나오면 영화 제목 그대로 판타스틱한 캐릭터의 탄생이 시작된다.

이런 멋들어진 미스터 폭스와 그 주변의 동물들이 야생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나 원작동화에서는 그들에게 "이성"을 심어줌으로써 새로운 탄생을 보여준다. 영화 속 사건의 시작도 미스터 폭스가 야생과 이성의 갈림길에서 한 순간 어긋한 본능에 충실함에 따라 벌어지고 수습하는 이야기를 주로 풀어내고 있으니까. 그의 야성을 통제하는 자물쇠 역할이 가족과 가장으로서의 위치라는 이유는 비슷한 입장인지 몰라도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더불어 이런 주연급 야생동물들 덕에 찌질 하고 졸렬하게 묘사되는 인간 캐릭터의 반동적인 모습 또한 유쾌하고 즐겁다.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사회에도 그리 대접받지 못하는 속칭 "악독한 자본가"인 그들이 야생과 이성을 겸비한 판타스틱한 미스터 폭스에게 농락당하는 모습은 감동 그 이상을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동화를 원작으로 만들었지만, 어른이 봐도 재미는 보장되고, 수고하고 노력한 티 팍팍 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 표현이 가능한 모든 기법은 풍부하게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화려한 3D와 실제와 분간이 불가능한 컴퓨터그래픽이 판치는 요즘 스크린에 이런 아기자기하고 유쾌한 아날로그적 감성은 기대 이상의 수확이라고 말하고 싶다. 더불어 실존하지 않는 인형 캐릭터에게 근사하게 야생과 이성을 제대로 심어준 목소리 배우들의 열연 역시 역대 최고가 아닐까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