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이지. 프랑스 혁명이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을 때 내 열정은 이미 식을 대로 식어 버렸네. 그리고 1798년 봉기 때 양쪽 진영의 사악한 어리석음과 사악한 잔인성을 목격한 뒤로 군중과 명분에 대해 완전히 신물이 나서 누가 아무리 의회 개혁이니 영국과의 합병 반대, 혹은 천년왕국의 건설 따위를 하자고 해도 이 방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네. 나는 오로지 내 자신과 내 정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네. 그게 내가 가진 유일한 진실이니까. 하지만 정치 운동이나 군중을 추수하는 인간은 관심 없네. 그런 인간은 비인간적이거든. 국가나 국가주의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네. 내 관심사는 오직 개인으로서의 인간과 그들의 존재뿐이라네. 내게 헌신이라는 게 있다면 오로지 개개인을 위한 것일세."
"애국심도 무의미한가?"
"이보게, 제임스. 더 이상의 논쟁은 그만두세. 하지만 자네도 잘 알다시피 애국심은 단어에 불과해. 그건 대개 ‘내 나라’ 와 ‘옳고 그름’을 의미하기 마련이니 한심한 노릇이지. 거기에다 ‘내 나라는 항상 옳다.’ 라고 한다면 천치나 다름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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