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조 강도 - The Robber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적당조형제(我的唐朝兄弟)

이런 영화들을 종종 만난다. 분류하게 애매하며 지극히 간단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 영화. 무협물이라고 하기에는 리얼하고 코미디라고 하기엔 뭔가 씁쓸하다. 블랙코미디라 불리기엔 울림의 강도도 어중간하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영화 자체만으로 많은 것을 내포하는 분위기를 자아내긴 하지만 뭔가 2% 아쉬운 기분도 든다. 그럼에도 영화 자체를 보는데 할애한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 (대체 정체가 뭐냐!)

시대는 당나라. 어느 외딴 산골마을에 2인조 강도가 들이닥친다. 날렵하고 언변이 유창하며 활쏘기와 무술에 능한 설십삼과 그와는 정반대적인 성향에 어떻게 보면 우직한 진육은 마을에 돌입하자마자 근사하게 어벙한 농부 하나를 털어먹는다. 그도 잠시 그냥 지나가던 관군 두 놈이 이 농부의 여식에 군침을 흘리며 강간을 시도하나 진육의 강도답지 않은 행동으로 여자를 구하내고 관군 둘을 도륙해버린다. 이렇게 시작된 영화는 두 명의 강도, 이마에 떡 새겨놓은 꼰대이미지를 대변하는 마을촌장과 겉모습은 순박하나 심지 없이 움직이는 불티같은 마을 주민들이 배배 꼬이는 과정과 결국 풀어내지 못하는 결말을 보여준다.

악으로 묘사된 두 명의 강도보다 사람의 마음 속 깊이 숨겨진 어두운 면이 드러났을 때 그 실상이 어떤 비극을 불러오는지 잘도 보여준다. 다행인지 이 영화는 이 모든 과정을 거창한 꾸밈이나 은유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고 직설적인 방법을 취하였기에 영화를 보며 머리를 쓰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덜어준다.

단지 너무나 솔직하게 묘사해주기에 당혹할 수 있을 여지는 분명 있어 보인다. 더불어 시시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니까. 이런 아쉬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때론 영화적 표현과 은유가 난무하지 않더라도 가볍게 앉아 봤던 영화에서 묵직한 뒷맛을 느끼게 되곤 한다. 아마도 그것 때문인지 이 영화를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지 난감할지도 모르겠다.

뱀꼬리1.
블로거인 어떤 분이 남겨놓은 이 영화를 우리나라 영화인 ‘웰컴 투 동막골’과 비교하는 리뷰를 읽게 되었다. 그 분이 말씀하신 동막골이 ‘백’의 이미지로 이방인을 보여줬다면 이 영화는 ‘흑’의 이미지로 이방인을 묘사하고 있다고 하셨다.(전적으로 동감한다.) 더불어 설십삼의 모습과 진육의 모습에서 어느 곳에서도 정착하지 못하는 그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금은보화나 물질적인 부귀영화 보다 자신의 피곤한 육체를 편안하게 뉘일 수 있는 유기적인 공간을 갈망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뱀꼬리2.
호군이라는 배우가 이제야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거칠고 불량하고 교활하기까지 한 설십삼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매력적인 배우인지 뒤늦게나마 알게 되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촌장이 언제나 떠들던 상산 조자룡의 후예라며 자신의 집안에 가보로 걸쳐놓은 갑옷을 뺏어 입는 호군의 모습에서 적벽대전 조자룡을 연기한 그의 모습을 겹쳐 보이며 혼자서 낄낄 웃을 수 있었다.  



깍아 논 조각상이나 아리따운 꽃미남이 아니더라도 그는 충분히 매력이 넘쳐나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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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1-07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한국 배우 중 누구를 닮은 거 같은데요.ㅋ

Mephistopheles 2010-01-07 12:26   좋아요 0 | URL
누구요 누구..그 많은 한국배우 중 대체 누굴 말씀하시는 건지...^^

L.SHIN 2010-01-07 18:56   좋아요 0 | URL
그...제가 이름을 몰라서요.-_-
에이, 닮은 사람 있잖아요,왜..그..사람.( -_-)

Mephistopheles 2010-01-10 00:2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무슨 영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