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 9 - District 9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 한 편을 보며 아슬아슬한 균형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감독과 배우가 한정된 시간 내에 얼마나 영화의 내용을 관객들에게 적절하게 전달하는가 하는 문제를 말하는 것. 러닝타입의 수십 배 혹은 수천 배에 달하는 시간을 소비하며 찍어낸 영화는 결국 최종 편집과정을 거치며 거의 10분의 1 정도로 축소되고 요약된다. 간혹, 흥행에 성공한 영화나 대가의 반열에 오른 감독이 상영시간의 한계성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소수의 팬들을 위해 '디렉터스컷'이라는 감독재편집판과 같은 동일한 내용의 다른 버전의 영화가 재 상영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근래 봤던 영화 중 시간대비 효율적인 압축성과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몰입도를 보여준 영화가 하나 존재한다. 앞에서 말한 한정된 시간에 관객들에게 영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스크린을 통해 투영시켜 준다. 더군다나 늘어지기 쉽고 장황한 설명이 전제되지 않은 한 몰입하기 힘든 SF의 장르적 핸디캡까지 거의 완벽하게 커버시켜 주는 맵시까지 선사한다. 속칭 검증된 배우들인 '스타'의 기용은 전무하니, 이 모든 걸 감독의 내공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 된다. 더군다나 그의 스크린 데뷔작이라고 하니 경탄과 더불어 기립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이 영화를 정의 내리는 건 의외로 간단하다.
스필버그의 대표작이며 그의 이름을 만방에 떨쳤던 80년대 영화 'ET'에서 동심과 순수를 걷어내고 지독한 현실과 풍자, 비판을 가득 담아 놓은 '미성년자 관란불가 외계인 지구 탈출기'로 보면 간단하게 영화 내용이 정립된다.

그 동안 스크린 속에서 가지가지 방법으로 지구를 유린하고 인류를 괴롭히던 외계인(결론은 성공한 적이 거의 없지만)들은 발달된 문명과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환경적응의 실패로 인해 난민화 된 모습을 보여주며 그 대척점에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인류를 악역의 위치에 심어둠으로써 기존의 인베이더 스타일의 영화들과 발상의 전환의 성공을 이룬다.

여기에 2차 세계대전 당시 학대와 고통의 상징인 유태인들의 홀로코스트와 엑서더스까지 표현방법으로 비유시키고, 인종차별의 도시로 명성이 자자했던 요하네스버그의 배경적 특수성까지 영화의 주제를 부각시켜 준다.  



분명 이 영화는 아마도 계속해서 회자되고 이야기가 될 정도로 잘 만든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극장가서 내가 대체 뭔 영화를 봤는지 팝콘과 오징어만 씹은 기억만 나는 가벼운 영화는 절대 아니다. 8000원이라는 표값이 아깝지 않은 영화임에는 분명하나 영화를 보고 나온 후 쓰린 속내는 어쩔 수 없이 찾아온다.  

강제 철거와 집단 이주, 이를 거부하고 반항할 시 철저한 탄압과 규제. 영화 속 외계인에게 행하였던 인간의 악행은 현실에서 같은 인류에게 끊임없이 반복되어지고 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지 않은가. 우리 바로 코앞에서도 벌어지고 있으니까.  



이젠 영화를 영화로만 가볍게 보고 마는 그런 마인드가 필요한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을 개입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스트레스만 잔뜩 늘어버리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웃기고 재미있다고 하기엔 묵직한 속내만큼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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