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토이치 - Zatoichi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 다수의 사람들과 싸움을 벌인다면 과연 이길 확률이 몇 프로나 될까. 더군다나 서슬 퍼런 카타나(일본도)까지 들고 덤비는 상대로 싸운다면..... 실제상황이라면 가능성 제로에 가깝겠지만 이 상황이 영화 속의 이야기라면 결말이 달라진다. 더군다나 코미디언이기도 한 기타노 다케시라면 한바탕 칼부림 영화 속에서도 낄낄 웃게 만들어주는 유머까지 곁들여준다.
자토이치는 TV시리즈로 존재했던 초 절정 고수 맹인검객의 이야기를 극장용으로 옮겨왔다. 기타노 다케시라는 감독이 손을 썼다면 폭력이라는 코드와 유머라는 코드를 제대로 버무려 먹음직스러운 일품요리를 만들고도 남았을 것이다. 더불어 이 영화에는 일종의 리듬과 비트까지 넣는 후식까지 겸비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의 영화가 대부분 그러하듯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주연 감독 제작까지 혼자 다 해먹는다.
스토리는 단순함 그 자체를 선보인다. 악당을 응징하는 신비한 능력의 맹인 안마사와 길거리 게이샤로 분장하고 부모의 복수를 진행하는 남매, 생활고에 의해 악인을 위해 칼을 휘두르는 떠돌이 무사. 그리고 그들 주변에 넘치고 넘치는 주변 인물들. 이런 한바탕 칼부림 속에 주인공이 악의 무리를 하나하나 섬멸해가다 마지막 최종보스를 쓰러트리며 이 영화는 일단 끝이 난다. 영화의 재미는 이런 과정 중에 살짝 살짝 감미료를 넣어 풍미를 더해주는 감독의 솜씨에서 빛을 낸다.
단순히 와이드로 넓게 잡은 풍경에서 한가롭게 괭이질을 하는 놈부들의 몸놀림에 타악기 같은 비트를 넣어 영화 속 평범하게 깔리는 배경음악으로 대체해주는 모습과 영화의 마지막 엔딩은 텝댄스와 게다(일본 나막신)를 접목시킨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의 커튼콜 호응에 배우들이 하나하나 나와 인사하는 듯한 장면은 영화의 재미를 배로 늘려준다. 아마도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중 그나마 끝까지 어두운 구석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끝을 맺는 몇 안 되는 영화라 보여진다.
뱀꼬리 : 기타노 다케시 감독을 영화 외로 범위를 확대해 생각하면 분명 편치 않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극우인사이며, 협한류의 선두에 서 있는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접하게 된다. 그가 제일교포 3세라는 사실도 진실공방 같은 이야기로 올라와 있다, 다시 말해 영화 속 다케시 감독의 모습과는 또 다른 특히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타노 다케시는 두 개의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영화판에선 기타노를 쓰지만 그의 본업이었을 코미디에선 비트 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코미디와 영화에서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현실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모습을 선사한다. 더불어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객들이 일종의 불편함을 유머로써 살짝 무마시켜주는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를 두둔하거나 편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아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과연 어떤 의도에서 일어난 상황인가는 한 번 정도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국을 싫어하고 혐오하는 감독이 어이하여 제일교포 최양일 감독의 영화(피와 뼈)에 주연배우로 출연했을까? 그리고 부산 영화제에 자신의 작품을 몇 차례 출품했을까? 가수 신해철의 이번 행동으로 죽일 놈 살릴 놈 운운하기에 앞서 그가 왜 그랬을까? 라고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과 비슷한 유형일 것이다. 생각 먼저하고 욕을 하고 삿대질을 해도 늦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