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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앤 솔저 (Saints And Soldiers, 2003)
벨기에 아르덴 지방에선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연합군 다수의 포로들이 사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빗발치는 기관총 포화를 뚫고 이 지옥의 아수라장에서 4명의 미군병사는 탈출에 성공하고 눈이 무릎까지 차오르는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고 본대로 귀환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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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살당한 포로들에게서 회수한 군번줄...
그냥 생존을 위한 본대로의 귀환만을 보여줬다면 영화의 소재로 쓰였을 리 만무하고 이들에겐 살기 위한 여정 중 혹처럼 붙어버린 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추락한 영국군 조종사가 가지고 있는 촌각을 다투는 정보로 인해 패잔병 냄새가 짙게 묻어있던 4명의 군인들은 연락병으로써의 의무를 부여받게 된다.
치열했던 2차 세계 대전 유럽전선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전쟁과 그에 미치는 병사 개개인의 변화에 대해 묵묵하게 보여주고 있다. 화려한 전투장면이나 액션성을 강조한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대신 어쩌면 그 당시 참전하여 바닥까지 떨어진 참혹한 현실 속에서 자아와 정체성에 심각한 변화를 겪었을 병사 개개인에 대한 묘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군인과 인간의 냄새를 동시에 풍기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형과 과거 독일에서의 선교활동 경력이 있던 병사 하나는 우발적인 민간인 사살로 인해 위태위태한 자아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곧 끊어질지도 모를 생명줄을 지탱해주는 의무병은 그가 펼치는 행위와는 다르게 지독히 냉소적이고 현실비판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며 단지 본의 아니게 참전하게 된 것 같은 어리 버리한 병사까지 추가로 구비하면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각기 다른 인간 군상들의 대략적인 프로필이 완성되게 된다.
설원을 누비며 우발적으로 주어진 임무를 이행해 나가며 그들이 보여주는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주제로 부각된다.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는 다른 영화들(밴드 오브 브라더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비해 스케일이 작고 낯 익는 배우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영화는 산만하지 않게 앞에서 말한 주제에 대해 정밀한 묘사가 가능해지는 장점을 보여준다. 과거의 인연으로 생포한 적군을 풀어주는 모습과 결초보은이라도 하듯 위기의 순간에 그들을 도와주는 독일군이 다소 현실성이 결여되는 모습을 보일지라도 영화의 흐름을 해치는 수준까지 치고 올라오지는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 그렇게 냉소적이던 의무병이 포로로 잡힌 독일군에게 다가가 위선이나 동정이 아닌 같은 인간으로써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치료해주는 모습은 국가 간 무력충돌의 도구로 사용되는 군과 그에 예속된 군인(Soldiers)라는 단어와 영화 제목 앞에 붙은 성자(Saint)라는 단어 사이에 존재하는 대조적인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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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이 영화 역시 전쟁의 무가치함을 보여주고 있다. 많이도 나왔을 같은 배경 같은 주제의 영화들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위압적이지 않게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것. 아마도 그것이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라 보고 싶다.
뱀꼬리1: 밀덕(밀리터리 오덕후)들이 보기에 분명 여러 가지 허점이 보이는 영화입니다. 제식소총이나 무장, 차량 등등 고증에 철저하지 못한 장면들이 많이도 나오긴 합니다만, 영화 자체 내용은 이런 것을 눈 감아줘도 될 만큼 좋습니다.
뱀꼬리2: 우하하..쓰고 보니 영화 데이터베이스엔 이 영화는 존재하지 않는 영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