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적 - The intimate Enem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주변국가인 튀니지나 모로코에 비해 알제리는 늦은 1962년 비로서 독립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알제리의 독립이 막바지에 이른 1959년 7월 그곳에 파병된 프랑스 군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새로 부임한 소대장 테리안은 알제리의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부대에 도착한다. 아내와 아들이 프랑스에 있는 그는 인류가 벌이는 전쟁터에 어김없이 존재하는 광기에 노출되기 직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주의는 작전을 수행하며 조금씩 허물어져간다.  민간인이 사는 마을이 알제리 민족자유전선(NFL)에 의해 잔혹하게 학살당한 모습을 목격하고 눈앞에서 동료가 저격당해 즉사한다. 조국을 배신하고 프랑스군에서 척후병으로 활동하던 부하 역시 처참하게 고문당한 모습에서 테리안은 점점 자신의 이상이 광기에 잠식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매복 중 일어난 판단착오로 민간인 여성 두 명을 살해한 후 그의 광기는 정점에 오르게 된다. 결국 포로를 직접 고문하고 스스로 살육을 즐기는 듯한 전쟁터의 아수라로 돌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테리안(왼쪽)은 전쟁의 광기에 잠식되어 침물하는 과정과 함께 도낙(오른쪽)은 그 반대로 점차적으로 광기의 극복과 함께 탈출하는 모습을 상반되게 보여준다.

테리안의 이런 변화를 옆에서 지켜보는 상사 도낙은 그와는 다른 방향의 길을 걷는다. 생포된 포로가 고문을 당하는 동안 그는 프랑스 국기 아래서 술에 취해 나팔을 불며 괴로워한다. 결국 영화 마지막 그는 탈영을 선택한다. 깨끗한 사복을 입고 버스에 올라타 자신의 참혹했던 알제리에서의 생활에 대해 서술한다. 의미 없는 전쟁이고 죽어간 전우들 역시 헛된 희생임을 밝히며 그의 상사였던 테리안은 선택의 여지가 있었으나 그의 이상주의가 결국 그를 견디지 못하게 하였다는 걸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거의 모든 전쟁영화는 두 가지 구분을 가지게 된다. 전쟁 자체보다 인물에 중점을 두며 전쟁 중 이뤄낸 그의 업적에 대해 일종의 찬양의 모양을 갖춘 영화가 있고, 그와 반대로 전쟁 자체의 허무함과 무가치함, 그 속에 희생된 사람들을 보여주며 반전의 성격을 띠고 있는 영화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반성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북아메리카 알제리란 나라에서 어떤 만행을 저질렀으며, 그로 인해 발생했을 전쟁의 무의미함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며 알려주고 있다.

영화 제목인 ‘친밀한 적’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독일군에 맞서 싸웠던 전우들이 이젠 한 국가의 독립으로 인해 총부리를 겨누고 죽고 죽이는 전쟁을 벌이게 된다. 테리안의 부대가 일차 제거대상으로 삼고 있는 민족해방전선의 지도자 슬리만 역시 2차 대전 때 알제리 프랑스 연합군을 이끌었던 지도자로 묘사된다. 도낙이 처형하려 했던 포로는 처형 직전 프랑스에서 수여한 무공훈장을 가슴에 매달고 죽음을 택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인 상황에서 오랜 기간 전장을 누비고 다녔던 도낙 상사는 혼란스러워한다.

200만의 프랑스 젊은이들이 알제리로 징집되어갔고 27,000명이 죽었다.
알제리 인들은 30만에서 60만 명 정도 사망했다.
1999년에 10월이 돼서야 프랑스는 알제리에서의 만행을 인정했을 뿐이다.


영화의 마지막 도낙을 태운 버스가 사라지며 올라오는 자막은 그 당시 국가의 탐욕스런 이익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는가와 지금 현재 프랑스의 태도를 보여준다. 아마도 그때 알제리에선 자유, 평등, 박애는 실존하지도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술에 취해 그의 자랑스러운 조국 프랑스의 국기 아래서 미치광이처럼 나팔을 불었던 도낙의 눈에 들어온 자국의 국기는 위선의 상징 그 자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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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03-02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베르 카뮈가 알제리 문제에 대해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걸 보면 자기잘못에 대한 반성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 알 수 있습니다.독일 우익도 민족에 대한 자부심 운운하면서 과거사 반성을 뒤엎으려는 짓을 많이 했지요.백인 제국주의 나라들은 뭔가 고상할 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분노를 퍼부은 이가 박홍규.
2차대전이 끝나자 마자 유럽제국주의 국가들이 옛날 자기 식민지로 바로 쳐들어간 사실을 알고 나서 치가 떨리더군요.프랑스는 인도차이나 반도나 마다가스카르에서도 학살을 많이 저질렀더라구요.그래놓고 사르코지는 집권하자 마자 식민지 시기에 프랑스가 긍정적인 역할도 했음을 교과서에 넣자고 주장하는 걸 보면...

Mephistopheles 2009-03-03 11:22   좋아요 0 | URL
어쩌면 2차세계대전이 단순히 지구와 인류의 평화라는 거국적 명제가 아닌 내 밥그릇을 뺏어가는 신흥강국 독일의 견제가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히틀러의 독일이나 군국의 일본이 점점 자신들의 영역을 흙바닥에서 하는 땅따먹기 게임마냥 조금씩 야금야금 잠식해가는 모습이 참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고요..^^ 영화에선 주인공 테리안이 자기 상사에게 질문을 던지죠. 튀니지, 모로코가 독립을 했는데 알제리는 왜 놔주질 않느냐..상사는 답변을 회피하면서 자넨 아직 이곳에 완벽하게 물들지 않았다는 묘한 선문답을 해줍니다. 영화 거의 끝부분 테리안이 극장에서 보는 선전영화에서 슬쩍 그 이유를 흘립니다. 알제리를 통하는 송유관이 복구되었다는 뉴스요..아마도 석유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3-03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기야 드골이 알제리 독립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자 알제리 참전군인출신들이 테러단체를 만들어 암살을 시도하기도 합니다.프랑스 제국주의도 무시무시한 데가 있더라구요.베트남에서도 못된 짓 많이 저지르지 않았습니까?

Mephistopheles 2009-03-04 09:42   좋아요 0 | URL
허헉..왠지 그 알제리 참전군인출신들의 그 무모한 모습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북파공작원들의 모임단체들의 행동과 오버랩되는군요.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베트남전이 벌어진 인도차이나 반도는 이미 프랑스와의 항쟁에서 나름 실전경험이 바탕이 된 상태에서 미군에들과 붙은 거였죠. 하노이라는 도시를 인도차이나의 파리 정도로 만든 것 말고는 잘한게 뭐가 있을까 싶습니다. 음. 베트남 미인들이 어느정도의 프랑스 혼혈의 영향을 받았다는 정도말고는...그런데 워낙 베트남전이 미국역사상 첫 패배를 기록한 전선이였기에 그 전에 깨진 프랑스의 만행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노이에자이트 2009-03-0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72년판 <자칼>에서 바로 그 유명한 드골 암살을 계획한 단체를 다루었지요.리메이크는 영 엉뚱하더라구요.
청나라와 프랑스가 베트남이 네 거냐 내 거냐로 싸운 걸 보면 참 이상하더라구요.그때 설정한 애매한 국경선은 나중에 1979년 베트남과 중국의 대결로까지 이어지지요.

Mephistopheles 2009-03-08 20:45   좋아요 0 | URL
1972년판 자칼의 날은 프레데릭 포사이드의 책으로도 나와 있군요 아마 리메이크는 브루스 윌리스가 영부인을 암살하려는 킬러로 그를 쫒는 추격자가 리처드 기어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말씀하신 청나라 프랑스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나는게 있네요. 요즘 한참 말많은 식민지 시대 약탈해간 문화재가 원 소유주의 나라의 요구를 묵살하고 경매를 진행시킨 사건이요. 중국은 경매에 참가해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고 나중에 그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칭 '선방'을 하고 있다는데....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 그 당시 유색인종들의 국가의 약탈한 유물은 돌려주지 않으면서 미국이 가져간 프랑스의 유물은 군소리 없이 돌려줬다고 하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9-03-08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레데릭 포사이드의 원작도 아주 재밌지요.저는 프랑스 공산당 서기장인 토레스 회고록과 함께 읽었는데 되게 재밌더라구요.
오호...역시 백인들의 근성이란...유색인종 것은 자기들이 보관해야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핑계를 대더구만요.영국이 빼앗아간 그리스 문화유적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군요.페드라에 나왔던 메르나 메르쿠리인가 하는 누나가 생전에 굉장히 반환해 달라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