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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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는 어떤 면으로 유명한 동네에 속한다. 물론 지금이 아닌 과거완료형으로 말이다. 흔히 달동네라고 불리는 서울의 변두리 지역인 이곳은 한 때 TV 드라마에서 빈민촌의 배경으로 언제나 활용되어 왔으며 동네 이름 또한 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촌스러움을 표현해주는데 전혀 모자람이 없다. 이런 동네에서 30년 가까이 살며 초, 중, 고를 나온 나는 학교 급우들 역시 그다지 잘 살거나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 드물었던 기억이 난다.

도시락을 못 싸왔던 급우,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입어 때가 꼬질꼬질 끼어 있었던 급우, 나이에 걸맞지 않게 걸쭉한 육두문자를 유창하게 남발했던 급우 등등 산꼭대기 가파르게 촘촘히 들어 찬 판잣집 마냥 그 어린나이 그때에도 아이들의 동심이나 여유와는 동떨어진 모습을 종종 목격하곤 했었다.

한 번은 멋모르게 친구 집에 놀러갔다 다 쓰러지는 판잣집에 당시 시골에나 있을 법한 초간단 푸세식 화장실과 골목길을 움푹 패고 흘러가는 구정물을 목격하고 어린 나이 극빈으로 분류할 수 있는 "가난"이란 현실을 접하기도 했었다. 비록 지금은 도화지에 그려 논 낙서를 지우개로 지우듯 깡그리 철거 후 그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촘촘함을 자랑하는 높디높은 아파트 군락을 형성하는 동네로 변신했지만 말이다.

머리가 커지고 이런 저런 내용의 과거사를 활자로 만나보며 내가 사는 지역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달동네의 형성과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이주과정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과 현재를 알게 되었다.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민초였던 그들은 모질게 이용당하고 버림받았고, 그리고 다시 자신들의 삶을 지탱하고 유지하는 과정을 접하며 좁아터진 한반도에 잘잘하게 퍼져 살아가고 있었다.

대한민국 원주민을 보며 그때 그 동네, 그 사람들이 생각난다. 원주민이란 개념보다 이주민의 성격이 짙을지라도 책 속의 인물들처럼 그들도 마찬가지로 구구절절한 가족사를 품에 안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자생력 강한 민초임에 틀림없을 테니 말이다. 

비록 만화가처럼 원주민들의 구성원도 아니며, 지역적 차이가 존재하는 나라는 인간의 시야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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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20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팬매량이 하강중이라는데 알라딘에서만 반응이 다르대요. 종합 1위와 이주의 마이리뷰에도 뽑히고... 역시 알라딘은 다르다니까요!(왠지 으쓱~ ^^)리뷰도 엄청 많이 올라와서 00공원의 두배더라고요. 모과님 사이트에서 주고받은 댓글이에요.

Mephistopheles 2008-07-20 10:22   좋아요 0 | URL
저는 모님께 선물로 받아 읽어봤어요. 사투리가 워낙 심하게 쓰여져 있기에 만화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뜻을 알기위해 몇번을 읽었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