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통령 선거 즈음에 걸쳐 시작한 프로젝트 하나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잦은 변경이나 도돌이표를 찍는 상황은 아니고 이미 공사가 가능한 도면까지 완료된 상태에서 건설사 현장에서 도면납품을 은근슬쩍 거부하고 있는 액숀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 건설사는 유도리가 없는, 나쁘게 말해 현장 노하우가 없는 회사이다 보니 일단 설계사무실에서 현장진행과정 중에 일어나는 문제나, 변경사항을 떠넘기기 위해 차일피일 납품을 미루며 시시때때로 전화를 걸어 샵(현장에서 그려지는 공사용 디테일 도면, 실시설계시 생략되거나 혹은 필요에 따라 놓고 간 도면을 현장사무실에서 그려 공사에 활용하는 도면)을 그려달라느니, 어느 부분 변경을 검토해달라느니 속된 말로 뽕을 뽑으려고 잔머리를 잔뜩 쓰고 있었다. 다시 말해 납품 후 발생하는 변경사항에 대해 빠져나갈 설계변경금액을 지출하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

납품을 안 받고 있으니 당연히 설계대금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황. 다른 프로젝트로 가뜩이나 없는 인력을 돌려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시시콜콜 심히 뻔뻔스러운 전화는 가급적 피해야 하지만서도 일이 일이니만큼 받아주고 대꾸해주고 해답 찾아줬던 것이 저번 주까지였다.

이번 주부터는 철저하게 앵무새마냥 같은 말만 반복해주는 것으로 사무실 내부방침을 굳혔다. 모든 변경사항은 납품 후 변경으로 돌리겠다는... 아니나 다를까 월요일부터 뻔질나게 오기 시작한 전화는 급기야 애원조로 돌변했으나 그간 우리도 당한 것이 있었던지라 시종일관 앵무새와 같은 말을 반복해 줘 버렸더니만 슬쩍 포기하는 눈치를 보인다. 그리곤 납품 후 바로 변경 들어가게 준비해달라는 부탁까지 한다.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 우린 납품과 동시에 이 지긋지긋하며 뻔뻔한 찐드기 같은 건설사와는 바이바이할 예정이다. 이럴 때 "메롱"이란 단어는 수십 번을 써도 전혀 아깝지 않다.

뱀꼬리 : 애시 당초 설계도면의 범위는 공사가 가능한 도면까지이며, 그밖에 시시각각 변하는 공사현장에서의 변경사항까지 고려하지 않고 계약이 들어간 상황이었다. 계약범위 외의 일을 해달라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추가계약으로 금액이 책정되어야 하는데 이놈의 건설사는 그 부분에 대해선 날로 먹으려고 이리저리 잔머리 굴리며 우릴 이용하려 했던 것. 뻔히 보이는 행각에 헤헤 거리며 장단을 맞춰 줄 정도로 만만한 사무실이 아니라고..우리도 이쪽으론 잔뼈가 굵을 만큼 굵었는데 어딜...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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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5 15: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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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6 13: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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