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는 동네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하는 S슈퍼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가게다. 이 동네 꽤 오래 살고 있는데 그 이전부터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가게였으니 오래되긴 진짜 오래된 가게임에 틀림없다. 위치상 이 주택단지 중 가장 넓은 주도로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장사가 안 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에 걸맞게 이 가게의 주인이었던 사람들 또한 어찌나 장사들을 잘하는지 동네 사람들과 아무 터울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지금 가게를 차지한 아주머니 역시 오랫동안 이 가게를 운영해 오시고 있는 입장이다. 그 집 딸을 초등때 처음 만났는데 이젠 쌍둥이 엄마가 되어 있으니 나 역시 이 가게와 인연이 깊긴 깊나 보다.

이런 S슈퍼 주변을 살펴보면 바로 대각선 방향에 몇 년 전 미장원이 하나 들어섰다.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한 번 갔었으나, 어찌나 커트를 맘에 안 들게 쳐주셨는지, 그 후로는 다신 발길이 가지 않았었는데 요즘 이 미장원이 동네에서 사고 아닌 사고를 치고 있는 모양이다.

일종의 겸업이라고 해야 하나. 미장원 밖에 과일상자들을 겹겹이 쌓아 올려놓고 청과물 판매를 겸하고 있다. 처음엔 기껏해야 한 줄로 세워 논 박스는 어느덧 이층으로 올려지고 곧이어 삼층, 사층이 돼 버리더니만 이젠 미장원 전면 유리창을 다 가릴 지경으로 과일박스를 쌓아놓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너편 신축 원룸 주차장 입구에 까지 구정 설을 맞이해 과일 뿐이 아닌 온갖 종류의 청과물과 건어물까지..더 나아가 상태가 의심스러운 울진(영덕)대게까지 판매하는 모습까지 목격하게 되었다.

이어지는 선전 전략은 진입도로 바닥에 형형색색의 종이로 판매하는 청과물과 건어물의 신선도를 강조하는 문구로 가득한 조악한 전단지를 붙이기에 이르렀다. 한번은 S슈퍼에서 물건을 살 때 여간해선 싫은 소리 하지 않는 가게 아주머니 역시 볼 멘 소리를 하기에 이르렀다. 미장원인지, 청과물점인지 대체 정체를 알 수 없게 되었다며 불평을 하신다. 하긴 S슈퍼와 변종미용실이 판매하는 물품 중에 2~3가지 정도가 겹치긴 하지만서도 슈퍼아줌마가 강조하는 건 상도보다는 무분별하게 쌓아놓고 파는 물품의 진열로 인해 정신 산만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장사가 될까? 라는 의구심은 있었으나 팔리니까 저리 진열하겠거니 생각은 들었다지만 나 역시 차량 진입 시 산재되어있는 과일박스가 신경 쓰이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뭐라 그러겠는가. 자기 가게 앞에다가 자기가 받아 온 물건 팔겠다는데 대놓고 뭐라 할 순 없지 않은가.

얼마 전, 동네에 꽤나 소란스러웠다는 후문을 듣게 되었다. 그 변종 미장원에 정체불명의 여인이 찾아와 육두문자와 쌍욕을 날리며 미장원 주인과 꽤나 과격하게 싸웠다고 한다. 어찌나 시끄럽게 떠들었는지 그 주변을 지나는 동네 사람들 싸움 내용을 다 알게 되었고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어 내 귀에까지 도달하게 돼버렸다.

간단명료하게 표현하자면 미장원 주인과 맞짱을 뜬 아주머니는 남편을 뺏긴 여자였고 미장원 주인은 흔히 말하는 남편을 빼앗은 정부였던 모양이다. "내 서방 뺏어 가더니만 사는 꼴 봐라"로 시작한 싸움은 오랫동안 과격하게 이어졌었나 보다. 동네가 동네인지라 그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게 되었고 분명 그 싸움으로 인해 변종 미장원 주인은 매출에도 어느 정도 타격을 받았을 듯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미장원의 과일상자 마천루는 꿈쩍 하지 않는다. 건너편 트원타워 개념으로 쌓아올린 또 다른 과일상자 역시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의 서방 뺏고 가정을 박살낼 정도의 "독한 여자"이기에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시곤 한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그 길에 과일상자는 갑절로 쌓이던가. 깨끗하게 치워지던가. 둘 중 하나의 상황은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 나야 당연히 전자보다는 후자 쪽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변종미장원 주인의 가정사가 문제가 아니라 보고 있자면 그 상자덩어리들이 너무나 불안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뜩이나 좁은 진입로가 더더욱 좁아지는 건 원치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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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3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08-02-1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그렇게 두 업종을 같은 점포에서 하면 불법일텐데요. 특히 '음식'은 까다롭고..
'청과물 장사'는 사업자등록도 안한거 같은데 그냥 신고해버리시지 그래요?
자동차들이 다니는 진입로를 그렇게 막는다면 차후 안전사고도 염려되는데.

Mephistopheles 2008-02-15 11:54   좋아요 0 | URL
별로 그러고 싶진 않아요. 요즘은 동네에서 말 좀 들었는지 조금 자제하는 듯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