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스트리트
산드라 시스네로스 지음, 권혁 옮김, 권보람 그림 / 돋을새김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가난하고 빈민가인 작고 아담한  망고스트리트라는 마을이 있다.
이곳에 에스페란자 가족들이 이사온것이다.
가난해도 자기집.. 우리집이였다. 전에 살전 집은 화장실도 공용으로 쓰고
먹는 물도 항상 우유통으로 날라야하고 주인집에서 맨날 문두들기는 소리를 들어서
급하게 이사했는데 망고스트리트는 양호한 편이다.
이마을에서 일어나는 독립적인 이야기 44개를 엮어 하나의 단편집인것 같으면서 동화책같다.

주인공 에스페란자..
영어로는 희망을 뜻하고 스페인어로는 슬픔,기다림 등 많은 뜻을 지니고 있다.
이 이름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예전에 할머니의 이름이었는데 할머니와 같은 말띠의 해에서
태어나 같은 이름으로 지어진것 같다. 할머니는 강한 분이셨는데 할아버지께서 강제적으로
데리고 살으셔서 평생 할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으셨고 항상 창가에 앉아 슬픈 눈으로 창밖을 보셨다.
이런 할머니 이야기들으며..

p20 "에스페란자...
     나는 할머니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할머니가 앉아있던 창가의 그자리만은 물려받고 싶지 않다."

자기 주장을 뚜렷하고 강한 에스페란자지만 머리카락이 빵굽는 향기가 나는  엄마를 너무나 좋아하는  여린소녀다.

44가지 이야기를 보면 망고스트리트의 진풍경을 볼수 있다. 가난하지만 함께 있어
행복하기도 슬프기도 한 마을.
에스페란자는 어린아이지만 일찍이 철이 들어 생각이 많은 아이다.
언젠가 망고스트리트를 떠나 자기만의 집을 갖고싶어하는 희망을 항상 꿈꾸고 있다.

p173 "허름한 집으 안된다. 뒷골에 있는 공동 주택도 안된다. 남자들을 위한 집도 안되고
      아빠의 집도 안된다.
      오직 나자신만을 위한집.
      언제나 눈처럼 조용한 집.
      나만을 위한 공간.
      시를 쓰기 전의 깨끗한 종이 같은..."

알게모를 신비한 할머니로부터 너는 너가 원하는 대로 될꺼니까 꼭 다시 돌아오라고한다.
인생은 돌고 도니까..
에스페란자가 자기만의 집. 자기만을 위한 깨끗한 종이같이.. 꿈꾸고 하고싶은것이
다시 돌아올수 있는 곳이 있어서 가능한것같다.

망고스트리트의 마을사람들 각각 사연들이 많다.
친구를 갖고 싶어 허풍떠는 친구. 누군가 자기를 데려가기 원하는 사람.
남의차를 가져와 뽐내는사람. 외국말하고 적응하지 않는사람..
하늘이 자기 하느님이라 굳게 믿는 아이..

산드라시스네로스작가는 자기의 경험을 토대로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
여성들의 아픔을 잘표현하고 있다. 아마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던 모양이다.

중간중간 수채화같이 작은그림과 전체적인 이야기를 보면 희망을 메세지를 나타나고있다.
그 찾는 즐거움이 있으며 어려워도 밝고 명쾌하게 이야기한다.
은희경의 <새의선물> 이라는책이 생각난다. 비슷하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다르다.
<새의선물>은 현실적으로 그려냈다고 하면 <망고스트리트>는 명랑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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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5-06-04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낌이 참 좋은책이에요 다른나라 교과서에도 실린정도니까요.. 힘들어도 밝게 살아가는 동화책 같아요^^
 
 전출처 : 하이드 >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소설
너 어디 있니?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마르크 레비의 책은 전혀 내 취향이 아니다. 난 예쁘고 아기자기하고 희망이 몽실몽실 피어나는 책들에 알레르기가 있다. 이 책은 어여쁘고 아름답고 몹시도 사랑스럽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것은 거칠고 대담한 중남미 문학이다.

여기 책 속의 주인공인 수잔은 온두라스에서 남미의 거역할 수 없는 태풍과 맞서 싸우는 평화단의 멤버이다. 마르케스는 '문학과 현실에 관하여'라는 산문에서 '우리 중남미의 거대한 현실이 문학도에게 제안하는 아주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그런 현실에 적합한 단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막상 그 거대한 현실을 중남미 작가의 글에서는 미처 못 느꼈는데 여기 이 곱게 자란 프랑스 작가의 글에서 더 와닿는다.

여기 이 책에서 우리가 보게될  씩씩한 여주인공 수잔이 싸우고자 하는 것이 바로 자기 자신과 태풍이라는 괴물이다.

이야기는 전혀 내가 원하는대로 진행되어가지 않는다. 다만 작가의 처녀작인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이라는 긴 제목의 고스트로맨스 휴먼드라마의 앤딩을 생각해볼때 해피앤딩이려니 편하게 짐작해볼뿐이다.

작가는 루이라는 아들과 둘이 살고 있다. 잠자리에서 읽어주기 위해 쓴 책이 바로 작가의 처녀작이고 가장 센세이셔널한 데뷔작 중 하나가 되었다.  ' 너 어디 있니?' 라는 두번째 작품에서도 어쩌면 작가는 같은 이야기를 전혀 다른 배경에서 반복하고 있다. '신뢰'와 '사랑'

이 작품은 일단 로맨스 소설의 모양새를 띠고 있다. 어렸을적부터 모든 기억을 공유해온 필립과 수잔은 어린시절의 종지부인 고교졸업후, 서로 자기의 길을 걸어간다. 필립은 미술을 전공하러 대학으로 가고, 수잔은 온두라스를 강타한 태풍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평화단의 일원으로 온두라스라는 나라에 간다. 2년 예정으로 가지만, 자신을 필요로하는 그곳에서 필립과의 사랑을 믿지 못하고 '사랑'보다 '희생'을 택한다.

온두라스에서의 처절함은 수잔을 점점 메마르고 황폐하게 하고 필립과 수잔은 서로를 끊임없이 보고파하며 1년에 한번씩 수잔이 워싱턴에 물품 보조를 받으러 오는 틈을 타서 공항 까페의 구석자리. 그들의 자리에서 잠깐씩 볼 뿐이다.

여기까지가 1부라면 1부이다. 소설은 전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이고 따뜻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전혀 다른 방향에서 진행되는 2부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책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 남겨둔다.

읽는 내내 슬프고 읽고나면 마음에 안드는 결론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뜨거워져 있는걸 느낄 수 있게 한다.

사랑으로 가득하고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그들이 왜 헤어질 수 밖에 없었을까? 이 책이 그저그런 로맨스 소설이었다면 거기까지가 나의 고민이었겠지만,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의 탈을 쓴 몹시 아름다운, 가슴을 꽝꽝 울리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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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스트리트
산드라 시스네로스 지음, 권혁 옮김, 권보람 그림 / 돋을새김 / 2003년 3월
구판절판


언젠가는 나만의 짝꿍을 만들고 싶다. 내 비밀 이야기를 몽땅 해 줄수 있는친구.
일일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내가 하는 농담을 금세 알아들을수 있는
단짝친구말이다.
그때까지 나는 빨간풍선이다. 닻에 매달린 빨간 풍성.....-18쪽

지금쯤 마린은 어딘가의 가로등 불빛 아래서 그때와 똑같은 춤을 추면서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마린은 자기 앞에 멈춰 설 멋진 자동차를 기다리고 있는것이다.
반짝이는 별이 자기에게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것이다.
마린은 자신의 인생을 바꿔 줄 그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것이다.52-45쪽

하늘은 아무리 오래 쳐다보아돠 질리지 않는다.
하늘에선 포근히 잠들 수도 있고 행복에 겨워 깨어날 수도 있다.
하늘은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감싸준다.-52쪽

난 커피가 좋아.홍차도 좋아.
난 그 남자들이 좋아. 그애들도 날좋아해.
진짜로 그럴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79쪽

그러게........... 이모는, 내가 지은 시들을 들어주던 나의 이모는 돌아가셨다.
그때부터 우리는 여러가지 꿈을 꾸기 시작했다.-101쪽

화요일마다 코코넛과 파파야 주스를 마시는 라파엘라는 훨씬 더 달콤한 음료수를
마시고 싶어했다. 텅 빈 그녀의 방처럼 쓰디쓰지 않고
아름다운 섬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그 무엇을.-135쪽

그리고 아무도 널 슬프게 만들 수는 없어. 아무도 네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왜냐하면 너는 그저 꿈꾸는것을 좋아할 뿐이거든.-140쪽

이곳을 떠나게 되거든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돌아와야 한다는 걸
기억하라는거야. 인생은 원과 같은거야. 알아 듣겠니? 넌 앞으로도
언제나 에스페란자일 뿐이거든.-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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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드무비 > 길 떠나는 사람들
유랑가족
공선옥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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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요일 밤에 하는 텔레비전 모 시사 프로를 보다가 불끈불끈 치솟는 울화를 참기가 힘들었다. 고급 민영 아파트와 바로 이웃한 임대 아파트 주민 사이의 반목과 갈등을 다루었는데 임대 아파트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 자기 아파트 앞을 지나지 못하도록 민영 아파트 주민들이 돈을 모아 담을 만들어 막아버린 것이다. 갑자기 가장 가까운 단거리 통학 코스를 잃어버린 임대 아파트 아이들은 바쁜 통학 시간 어찌어찌 뚫린 개구멍인가를 통하여 뛰어넘고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여 그 아파트 앞을 통과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막 화가 치솟았다.

가난도 보면 상대적인 가난이 있고 절대적인 가난이 있다. 인간의 고통도 마찬가지다. 조금 엉뚱한 예지만 마이 도러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 우리 부부는 키작은 아이가 1,2,3,4번 말고 제발 5번 정도만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2번이라고 자랑을 했는데 알고봤더니 1번은 왜소증 아이였다. 그 사실을 알고나서 우리 부부는 아이의 키가 작아서 큰일이라느니 하는 말은 되도록이면 입에 올리지 않는다. 

가난도 그런 것이 아닐까? 가끔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끔찍한 사고로 드러나는 어떤 참혹한 가난 앞에서 평소 쓸 돈이 없다고  징징대던 우리들은 할 말을 잃는다. 오늘 읽은 공선옥의 연작소설  <<유랑가족>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보고서이다.   이 작가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가난한 사람들 혹은 밑바닥 인생에 대한 일관된 관심과 천착으로, 여배우를 능가하는 세련된 화장과 차림으로 문화의 세례를 흠뻑 받으며 고독이니 허무니 사랑이니 입만 열면 나불대는 몇몇 여성작가들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겨울의 정취'   '가리봉 연가'  '그들의 웃음소리'  '남쪽 바다 푸른 나라'  '먼 바다'의 다섯 편의 연작소설들은 모자이크식 구성으로 등장인물들을 스치게 하고 엇갈리게 하고 또 결정적으로 만나게 한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한'이 그 모자이크 속의 중심인물로 그가 어느 사보에 실을 사진을 찍으러 간 시골에서 만난 아이들과 주민들 그리고 꾀죄죄한 그 사돈의 팔촌들이 주인공이다. 한  시골 마을로 시집 온 조선족 여인의 꾐에 빠져 서울로 도망간 여인, 아내를 찾아 상경하여 공사판을 떠도는 남자, 그 조선족 여인의 기구한 사연, 쫓고 쫓기는 그들이 떠도는 가리봉동 노래방과 여인숙과 싸구려 식당 풍경......'가리베가스'라는 웃기는 이름의 초라한 환락가.

특별한 개성을 부여받지 못한 인물들의 인생은 하나같이 엉망으로 꼬여 있고 남자건 여자건 늙었건 젊었건 그들이 툭하면 내뱉는 말은 낮이고 밤이고 "에이, 술이나 한잔하자!"이다. 조금 더 예쁘고 조금 더 착하고 조금 더 성실하다고 해서 달라질 인생이 아니다. 그것만큼 사람을 절망하게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용을 써봤자 뛰어봤자 벼룩인 인생이라니! 이 세상에서 가족이나 친구가 가장 소중하다는 이데올로기도 이들 앞에서는 무색할 수밖에 없다. 당장 내가 죽겠는걸. 어떻게 입에 풀칠을 하느냐의 문제로......

왜 인생은 밑바닥을 힘겹게 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우려했던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것일까? 그런데 어쩌면 소설뿐만 아니라 사실이 그렇지 않나?

"어디서들 오셨습니까?"

"천지사방 헤매는 자들이올시다."

"지금은 어디로 가시는데요?"

"천지사방 헤매어봐도 우리가 살 땅 한 뼘을 찾지 못했소이다. 카아, 허면 바다는 우리를 받아줄까 하여 지금 그 바다가 있는 쪽으로 가고 있던 참인데 차가 멈춰버리네여,  껄껄."(250쪽)

<유랑가족>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도 이렇게  꽤나 서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하나같이 거칠고 신산스럽기 짝이 없는 주인공들의 삶의 풍경보다  '한 '의 예전 직장(잡지사)  동료로서 지금은 신문사 기자로 대학 강단에도 서고 한다는 '정'이라는 인간이 보여주는 꼬락서니가 제일 인상깊었다. 할머니마저 죽어 고아가 돼버린 소녀 영주의 친척을 찾아주기 위해 나선 길,  하룻밤  신세를 지려고 찾아갔더니 우국지사연하면서 온갖 똥폼 다 잡고 술을 마시는데......한의 눈에 들어온  고급가죽소파랑, 골프채 가방이랑, 조기유학 보낸 자식 사진......

모두가 그런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임대 아파트 아이들이 못 지나다니게 담으로 막아버린 민영 아파트 주민들 중에도 분명 그런 놈과, 또  백화점 문화센터에 나가 수필 강좌를 듣는 것이 자부심이라 '쓰레기 소각장' 문제로 한자리에 모인 이웃 주민들을 눈아래로 내려보며 떠들지만 사실 쓰레기도 분리하지 않고 몰래 내놓는  샘밭아파트 605호 여인 같은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하나도 흥분하지 않고 구구하게 설명하지 않고 빠안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이 작가의 균형감각이 꽤 마음에 든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소개한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죄인처럼 살아간다. (...) 나는 가난한 작가일 뿐. 가난하여 이 땅 어디에도 삶의 터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떠도는 유랑민처럼 나 또한 가난한 유랑작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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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5-08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 글 퍼간 것 보면 반가워서 추천 꼭 누릅니다.^^

실비 2005-05-08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너무 잘쓰셨는걸요^^
 
 전출처 : 날개 > 나는 전생에 뭐였을까...
인연 -상
정지원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세 권이나 되는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처음.. 여덟 남녀의 전생과 현생에 얽힌 이야기라는 소릴 들으면서 걱정했던 '정신없겠다~'란 생각은 어느새 쑥 들어가 버렸다. 상권 중반까지만 누가누군지 조금 헷갈렸을 뿐, 거길 넘어서면서 부터는 어찌나 인물 하나하나에 몰입했던지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읽는 내내, 가슴아프고 떨리고 숨막혔다.  전생과 현세가 교차되는 속에,  현세의 인물이 전생의 누구인가를 짚어내기도 해야했고, 직접 나타나지 않은 그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일도 필요했다.

드라마 작가인 소진은 자신이 기억하는 전생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만든다.  드라마 방영과 함께 서서히 전생을 기억하는 이들이 모이기 시작하는데....  주나라 왕세자였던 벽안군, 벽안군의 오른팔인 연청과 상검명, 벽안군과 정치적 대치관계였던 승상의 딸 난란과  승상의 은혜로 자란 영소..  여기에 아청, 아소 공주, 의관 제은형까지..  이들 여덟 남녀의 얽히고 설킨 인연의 끈은 현세에까지 이어진다.

전생을 기억하고 있다면,  전생의 연인이나 적을 만났을때 그 사람은 과연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자칫 기억에 얽매여서 현재의 자신을 망각해 버리지는 않을까?

현세에서 다시 만난 그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약간씩의 거짓말을 한다. 그런 거짓말들은 쌓여서 오해를 낳고,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생에서의 가슴아팠던 사랑, 비참했던 시절, 고통스러웠던 전쟁까지.. 그들에게 풀어야 할 과제는 너무나 많았다.

이 책의 중심인물인 소진은 전생에 영소였다. 다른 이들이 기억하기에 아름답지만 차갑고 냉철했던 인물..  그러나, 자존심과 이성적인 모습을 꼿꼿이 유지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을 전혀 돌아보지 않는 연청을 사랑했다. 입 밖으로 내어보지 못한 사랑, 전쟁으로 헤어져 죽을 때 까지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줄도 몰랐다.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남녀다.

한을 가진 사람이 어디 그들 뿐이랴..!  아청공주를 사랑했던 의관 제은형은 공주가 당에 공녀로 바쳐지고, 정략에 의해 사형당하자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 이루지 못한다.  아소공주를 사랑했던 상검명은 짝사랑에 괴로워하고, 벽안군과 연인이었던 난란은 전쟁으로 인해 아기와 함께 고통스럽게 죽는다.

끈질긴 인연들..   어쩌면 인간만의 끊어버릴 수 없는 미련들이 전생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전생으로 인해 모인 이들이 넘어서야 할 것은 바로 그 전생이란 기억이다.

여러가지 오해와 불신과 위험한 과정을 거쳐.. 그들은 과거의 기억을 마무리한다. 

- 과거는 지나갔어. 현재에 영향은 미칠 수 있겠지만, 과거 자체는 바뀌지 않아. 만약 과거로 인해 뭔가가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지금부터 노력해서 고치면 돼.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으니까..

책을 읽으며 사키 히와타리의 <나의 지구를 지켜줘>를 생각했는데, 역시나.. 작가가 그 책을 모티브로 사용했다 한다.  물론 전생 때문에 모인다는 것만 같을 뿐, 이야기의 진행 자체는 전혀 다르다.  흥미진진했다. 작가의 전작들인 <여름의 끝>이나 <깊은밤을 날아서>, <푸른 바다의 노래>도 좋아했지만, 이번 작품은 더 깊어진 느낌이다.  로맨스 팬이라면 필수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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