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가족끼리 여행을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 주말에는 거의 항상 친구들과 시립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공부 등을 하며 하루를 보내곤 했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느라 잠시 책과 거리를 두고 있었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학원과 독서실에서 입시준비를 했을 뿐 도서관에 갔던 기억은 없다. 그러다가 대학에 입학해서 대학도서관을 경험하고 그 규모와 분위기에 감탄한 이후로, 나는 대학도서관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게다가 지금까지도 대학을 떠나지 않고 생활을 하다보니, 내가 대학도서관 이외에 다른 도서관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작년부터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면서 마침 집밖으로 나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거의 2년 동안 집 근처 외에는 돌아다니지 않고 있는데, 이런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대학도서관이 내 생활반경에 없다는 점이었다. 집에서 반드시 나가야만 하는 의무적인 사건이 없는 상황에서 단지 책 때문에 학교 도서관에 다녀오기에는 의지력이 발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될 책이라도 한번 읽어봐야 한다면 그 책을 일단 구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에 비교적 최근에서야 지역의 공공도서관을 생각하게 되었다. 집에서 걸어서 방문할 수 있는 거리에 공공도서관이 있으면서도, 대학도서관처럼 공공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떠올리기까지 일년 반이 넘게 걸린 것이다. 너무 집안에서만 생활하다보니 생각이 닫혀있었던 것 같다. 집에서 나가서 적어도 공공도서관이 시야에 보일 정도까지의 거리는 생활반경으로 삼고 있었어야 했다. 


  막상 확인해보니 나의 어린 시절과는 세상이 또 달라져서, 공공도서관이 정말 편리하게 발전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각 지역의 공공도서관이 서로 연계되어 있기도 하고, 필요한 책이 없을 경우 희망도서신청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전자책과 오디오북도 대여가 가능하다. 게다가 전자도서관도 지역마다 있어서, 일부 전자도서관에서는 놀랍게도 학술논문까지 받아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물론, 코로나로부터 일상이 회복되면서 어차피 내년부터는 다시 학교에 가고 주로 대학도서관을 이용하기는 하겠지만, 지역의 공공도서관을 정말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왜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을까 아쉬운 마음이 든다.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라면, 지역의 공공도서관을 활용하여 홈스쿨링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홈스쿨링이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정규 교육보다 더 빠르거나 더 느린 속도의 학습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에게는 홈스쿨링이 유의미한 대안이지 않을까 싶다. 현재 미국에서는 홈스쿨링과 관련하여 수잔 와이즈 바우어와 그녀의 저서들이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의 세부전공 분야가 아니어서 홈스쿨링이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 상황인지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그리고 굳이 홈스쿨링이 아니더라도, 지역의 공공도서관이 학교교육과 연계해서 주목되고 활용되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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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02 00: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공공 도서관 정말 쾌적 해졌습니다
디지털화 되어서 좋고!
책 소독기 아주 좋아합니다 ㅎㅎ
라파엘님 11월 건강하게 🍁

라파엘 2021-11-02 00:51   좋아요 3 | URL
저도 책 소독기 좋아하는데, 한편에서는 관리자들이 이용자들에게 책의 소독과 관리 업무를 떠넘기려고 설치해둔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ㅎㅎ
스콧님도 즐겁고 건강한 11월이 되시길 바랍니다~ ^^

지유 2021-11-02 01: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공공도서관의 희망도서신청을 자주 이용하고 있어요~ 새 책을 빌려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

라파엘 2021-11-02 01:06   좋아요 4 | URL
맞아요!! 세금 내는 게 아깝지 않도록, 공공도서관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잘 활용해야겠어요~ ^^

붕붕툐툐 2021-11-02 07: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어려서부터 지역도서관을 이용하면 라파엘님처럼 연구하는 사람이 되는군요!! 어릴 때부터 멋지십니다~ 책을 잘 사지 않는 저로서는 도서관이 너무 소중한 곳입니다!!

라파엘 2021-11-02 09:10   좋아요 3 | URL
툐툐님이 정말 지혜롭게 잘 생활하고 계신 것 같아요!! 굳이 집에 책을 쌓아두지 않아도, 도서관이 내 서재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니까요 ㅎㅎ

잉크냄새 2021-11-02 12: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지역 공공 도서관에 처음 가게 되었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책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더군요.
주말에 산책삼아 슬슬 도서관에 가서 책 한권 빌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네요.

라파엘 2021-11-02 15:35   좋아요 3 | URL
서울에 인구가 집중되는 가장 큰 이유가 교육과 일자리의 문제일텐데, 이번 기회에 비대면 기술의 장점을 잘 살리면 다른 지역에서도 서울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교육과 업무가 가능해져서 전국의 균형있는 발전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공공도서관 등 각 지역의 생활과 문화가 활성화되고 다양화되었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