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 중국사 20 : 청 1 - 21일간의 이야기만화 역사 기행 만리 중국사 20
쑨자위 글.그림, 류방승 옮김 / 이담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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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크기가 삼분의 일은 차지하는 삼등신의 만화 중국사 만리 중국사를 만났다. 초등학생인 아들이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집에 있던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시절의 시대만화를 보고서는 한국의 근대사에 푹 빠져 안중근 위인전까지 찾아보는 어린이가 되었다. 너무나 뿌듯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근현대사와 관련있는 청나라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해 하던데 마침 만리 중국사가 나와서 정말 다행이었다. 오늘도 또 만리 중국사 청나라 편 20권과 21권을 탐독하더니 정말 재미있단 말이야 하고 씩 웃는 것이다. 과연 어린아이가 다 알겠냐만은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 신기하고 기특하다.

 

내가 읽어보니 정말 잘 만들어진 중국사이다. 일단 잔인한 장면도 없고 야한 장면도 없고 스토리는 삼국지를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니 정말 초등학생들에게도 거침없이 권해줄만한 학습만화서이다. 중국에서 원래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해 만들어진 저작물이라니 거기에 중국문화예술정부상 애니메이션출판물 최우수상을 수상한 저력이 있는 만화 중국사이다. 우리나라 만화서들도 이렇게 만들면 참 좋으련만 무슨 마법이니 괴물들이 잔뜩 나와서는 게다가 쓸데없는 개그가 많이 등장하는 질 떨어지는 만화서들이 무슨 유행처럼 너무 많으니 말이다. 이렇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군더더기없이 아이들 눈에도 탐관오리는 벌을 받고 충신들은 상을 받는 것을 알 수 있고 청을 건국하는 중에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과 역사적인 이야기들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와중에 아까도 썼지만 삼국지연의를 읽는 듯한 각종 전법들과 전쟁과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술과 귀여운 만화체가 어우러져 읽는 재미까지 더하고 있어서 나와 남편까지 빠져들어 읽었다.

 

한족이 다수인 중국에서 이민족이 세운 나라로서 한족을 잘 다루며 다스려야 하는 위치에 있는 왕의 고뇌가 돋보인다. 강희제의 이야기가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이는 청의 4대 황제로 중국 역사상 가장 재위기간이 길었고 그를 이은 강건성세를 연 위대한 정치가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왕이기 때문이다. 청 초기의 권신으로 왕조차도 자기 밑으로 두려 했던 오만해진 오배를 산채로 잡게 되는 강희제의 책략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오배는 그래도 나라에 세운 공을 생각해 죽이지는 않고 평생 감옥에서 늙었다고 한다. 이로서 강희제는 정권을 손안에 장악하게 되었다. 지방의 한족들이 반란을 일으키려는 삼번의 난에서는 상지신과 경정충에게는 회유책을 쓰면서 오삼계에게는 집중 토벌 명령을 내려 삼번의 난을 평정한 일들도 만화로 보니까 더욱 생생하고 재미있었다.

 

한편 당시에도 대만은 중국에서 떨어져서 다스리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들도 재미있었다. 1686년 청은 대만에 대만부를 설치하고 그 아래 3개 현을 두어 정식으로 영토에 편입시켰다는 내용이다. 이미 중국에는 1600년대에도 러시아나 영국등이 왔던 사실들이 신기했다. 그 중 러시아와는 아극살 전투가 반년 가까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마침내 네르친스크에서 국경 문제를 담판 짓기로 했는데 현명한 중국관리가 중국에 이로운 쪽으로 광대한 지역이 중국 영토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한 조약을 맺었다는 내용도 그 지혜가 놀라웠고 재미있었던 역사이야기였다. 영국과의 아편전쟁도 말로만 듣고 세계사의 일부로 공부했던 기억만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상세히 알 수 있어서 뒤늦게 읽는 중국사의 참재미를 느꼈다. 생각같아서는 1권부터 만리 중국사를 다 탐독하고 싶고 이 책의 저자인 쑨자위 글/그림의 영웅 삼국지도 있다는데 국내에 2011년에 출간된 적이 있다고 하니 삼국지 만화는 이 쑨자위의 책으로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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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연금술 - 인간의 열정에 관한 아포리즘
에릭 호퍼 지음, 정지호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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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호퍼의 아포리즘 280여개를 담고 있는 아포리즘집이다. 에릭 호퍼는 '맹신자들'이라는 저서로 유명해진 현대의 철학가이자 사상가이며 부두노동자이기도 하다. 말년에 대학교수로서 안정된 삶을 살게 되면서도 부두노동자로서도 살았다가 노동자로서는 은퇴했지만 그가 걸어온 고단한 길들이 가족도 없는 외로움이 살짝씩 엿보이는 것 같다. 가족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사상들이 보인다. 5세때 어머니가 안고 있다 계단에서 같이 넘어져 2년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에릭 호퍼는 눈이 멀게 된다. 15세에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할 때까지 정규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시력을 회복한 후에 다시 시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도서관에서 수많은 책을 읽었다고 한다.

 

평생에 걸쳐 읽은 독서력과 노동자로서의 떠돌이삶 그리고 부두노동자로서 노조를 알게 되고 또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체화된 사상들이 특징적이다. 파이오니아같은 선구자들, 개척자들 같은 인간의 열정에 관한 아포리즘들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과 사회에 대한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이 책들은 전후 미국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덜 알려진 것 같지만 이 책이 나온 후에 읽은 독자들의 반향은 컸다고 한다. 책의 말미에 이르면 좀 더 쉬운 아포리즘들도 실려 있는데 '위대한 사람에게 최고의 행운은 적당한 때에 죽는 것이다' 라는 것이나 '우리는 고통을 가할 때,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 고통을 가할 때조차 권력 의식을 가진다' 라는 글들은 촌철살인적 글귀이다. 개인적인 아픈 개인사들을 내재하는 것 같은 '과거의 불행한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마치 불굴의 정신을 비축하는 것과 같다' 라든지 '행복의 추구야말로 불행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라는 글이 그렇다. 1983년에 사망할 때까지 책을 읽고 펜을 놓지 않았던 불굴의 사상가 에릭 호퍼는 사후에 미국 대통령의 자유훈장을 받았다.

 

이 책의 수많은 아포리즘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이것 또는 저것만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해지리라고 믿는 것은, 우리 불행의 원인이 불완전하고 결점 많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과도한 욕망은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사실을 억누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2. 모두가 알다시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인간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충동도,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나 완벽을 위해 분투할 충동도 없는 것 같다. 완전한 사회는 결국 정체될 가능성이 항상 내재해 있다

 

3.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고의 자극은 도망가야 할 대상을 찾는 것이다.

 

4. 우리는 영웅적으로 행동할 때 십중팔구 뭔가를 증명하려고 한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는 실제 이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던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실제 우리 자신은 하찮고 탐욕스러우며 겁쟁이에다 불성실하고 악의투성이다. 그리고 죽음을 거스르고 경멸하면서, 우리는 자기를 거창하게 부정할 기회를 잡고 있는 것이다.

 

5. 인간은 실로 매혹적인 피조물이다. 치욕과 나약함을 자부심과 믿음으로 바꾸는 짓밟힌 영혼의 연금술만큼 인간에게 매혹적인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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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계획의 힘 - 성적을 올리고 싶다면 지금 ‘계획의 힘’을 키워라!
고봉익 외 지음 / TMDbooks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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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 하는 법. 얼마전에 자녀들 라이딩 하느라 너무 힘들다고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운전을 못하는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는데 자녀들을 멀어도 좋은 학교에 보내느라 또 학원가로 실어나르느라 그러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제 때 저녁도 못먹고 차 안에서 간식처럼 먹는다고 하는 방송도 본 것 같다. 부모들도 아이들도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 엄마들 역시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가고 직장을 다녔을텐데 결국은 자녀들을 이렇게 라이드 해주는 일이라니 이건 그 시간비용대비 너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 아닌가. 공부를 잘하는 것. 스스로 공부계획을 잘 세워서 시간 낭비없이 목표를 확고하게 가지고 혼자서 하는 것이 바로 자기주도학습일진대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학원에 가는 것인지 남들이 학원에 가야 성적이 나온다고 하니까 가는 것인지 헷갈린다.

 

중학교 2학년인 딸이 수학은 우열반중에서 우반이기는 하지만 확연하게 잘 하는 것 같지는 않고 다행히 영어나 국어는 자기도 좋아하는 과목이고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곧잘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믿고 혼자 공부하길 원해서 수학학원도 끊고 학습지만 하나 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잘 하는 일인지 나도 확신이 서지 않는데 아이를 믿어주는게 우선일 것 같아서 독려해주고 있다. 그런데 집에서 하다보니 졸립거나 컨디션이 안좋거나 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걸 봐버리면 옆에서 보고 있자니 열불이 나는 것이다. 집중할땐 안 졸고 잘 하는지 정말 제대로 집중하는지 어떨때는 엉덩이가 무겁지 않게 금방 또 나오고 하는것을 보면 다시 학원에 가야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든다. 이 책은 내 딸도 읽어야 하는데 우선은 나부터 읽었다.

 

8년간 많은 학부모들 학생들 교사들에게 극찬을 받아온 공부계획의 원리를 이 책으로 배울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주인공 스터디 플래너> 하나 구입해서 딸아이에게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하는 양을 정해서 하다보면 그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남는 시간에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심화를 하면 좋으련만 그래서 '시간일기'를 기록하라고 나온다. 짜투리 시간과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놀땐 놀고 공부할땐 공부하는 시간을 기록하면 자기가 얼마나 시간을 허비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시간의 양과 질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우선순위는? 하고 또 살펴보자. 계획되지 않은 시간의 법칙이 있어서 그 시간들이 낭비가 된다. 20프로의 시간이 80프로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내가 누누히 강조하는 것들이어서 당장 딸에게 읽어보라고 할 생각이다. 급한 일과 덜 급한 일을 나눌 줄 아는 사람 카톡같은 것을 과감히 끊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내 꿈을 향해 한 발자국씩 더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늘어나는 시간을 제대로 계획할 수 있는 것들을 정말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무척 도움이 되었다. 일단 시간을 기록하고 자신이 한 일을 기록하는 기록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생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라는 것에 주목했다. 이 책을 반복해서 읽고 엑기스만 뽑아 딸아이와 함께 잘 해나가려고 한다. 학원의 힘 없이도 중학교 생활은 충분히 잘 할 수 있으리라는 것 그 힘으로 고등학교를 가야 에너지가 남을 것이라는 우리 신념에 더욱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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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꽃 자수 - 정원을 수놓는 아름다운 꽃 63점
아오키 카즈코 지음, 고정아 옮김 / 진선아트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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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예년보다 많이 따뜻해져서 20도를 오르내린다. 덕분에 벚꽃도 양재천에 여의도에 만개하였다는데 벚꽃 보러 나가야 할텐데.. 집에 있는 정원 꽃 자수 책이나 들춰본다. 정원을 수놓는 아름다운 꽃 63점이 수놓인 아오키 카즈코의 멋진 꽃 자수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금새 커피 한 잔 뽑아서 옆에 놓고 한장 한장 가만히 넘겨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지적재산권이 중요한 현대에 아오키 카즈코의 멋진 자수본에 의한 자수들은 정말 아름답다. 이 책을 가지고 있으면 이렇게 멋진 본 63가지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자수를 멋지게 놓을 수 있는 분이기에 실제 꽃들을 보고 스케치를 하고 자수에 맞게 본을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배운다. 초보라도 하나씩 따라해 보면 하나 정도는 할 수 있고 자수를 배워 본 사람들은 정말 유용한 꽃 자수책인 것이다. 실제로 볼 수 없는 꽃들은 세밀하고 섬세한 사진의 꽃도감과 정교하고 치밀한 보태니컬 아트 식물화 도감들이 그녀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직접 볼 수 없는 꽃들은 이러한 도감을 통해서 다시 자수에 맞게 그려보고 실제로 봄부터 수 놓은 자수들은 가을에 이르러서야 끝이 났다고 한다. 키워 본 적이 없는 그러나 애착이 가는 꽃 63가지를 골라서 자수를 놓고 또 책으로 이렇게 자수애호가들의 안내서 노릇을 하고 있으니 저자의 얇지만 어느 페이지를 열어도 예쁜 이 책에서 꽃 자수들을 우리는 쉽게 볼 수 있어서 행운이다. 

 

그리고 자수를 하다가 세밀한 표현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때에는 정원에 나가서 꽃의 색깔이나 모양을 확인했다고 하는데 일년 내내 꽃과 함께 있으니 처음에 잎이 벌어지고 봉오리가 점점 커지고 꽃이 활짝 피고 씨를 뿌리는 과정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하는 진정한 꽃박사로서의 저자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함께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의 말미에는 자수본과 함께 각종 스티치 하는 법이 자세히 실려 있다. 러닝 스티치, 백 스티치, 아웃라인 스티치, 카우칭 스티치, 스트레이트 스티치, 스플릿 스티치, 새틴 스티치, 롱 앤 숏 스티치, 플라이 스티치, 리프 스티치(잎맥까지도 동시에 수놓을 수 있는 편리한 스티치), 프렌치너트 스티치(2번 감기), 체인 모양이 생기는 체인 스티치, 보테가 베네타 가방을 보는 것 같은 위빙 스티치 등을 배울 수 있고 와일드 스트로베리로 수를 놓는 순서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꽃들 이름은 적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이름들이다. 비올라, 팬지, 데이지, 물망초, 장미, 스위트 우드라프, 크로커스, 수선화, 무스카리, 와일드 스트로베리, 캐모마일, 은방울꽃, 초콜릿 코스모스, 에리게론, 포피, 제라늄, 니코티아나, 블루 플라워, 플란넬 플라워, 프리틸라리아, 디기탈리스, 에고포디움, 지니아, 리나리아, 버베나, 클레마티스, 라벤더, 알리움, 레이디스 멘틀, 캄파눌라, 아네모네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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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철학자 - 떠돌이 철학자의 삶에 관한 에피소드
에릭 호퍼 지음, 방대수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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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호퍼의 자서전인 길 위의 철학자는 에릭 호퍼의 사후에 출간되었다. 총 11권의 책이 출간되었는데 마지막 책일 것이다. 생전에 그를 만나 본 사람들은 그의 범상치 않은 매력에 자서전을 써보라고 졸라보기도 했다는데 여든 한살의 그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 전에 자서전을 쓴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에릭 호퍼는 독일계 출신의 미국인으로 그의 어머니가 다섯살 된 그를 안고 있다가 계단을 굴렀는데 그 여파로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2년뒤인 일곱살에 호퍼는 눈이 멀었다고 한다. 그 후 열다섯의 나이에 기적적으로 시력을 되찾았고 그 때문에 정규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천재적인 지능으로 다섯살 이전에 익힌 독일어와 영어를 바로 읽을 수 있었고 한번 되찾은 시력을 조만간 다시 잃기 전에 책을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한다. 그때 읽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의 시작부분을 최고로 꼽고 일년마다 다시 읽어서 거의 외울 지경이었다는데.. 그의 나이 18살.. 그의 아버지마저 마흔살이 되기전에 죽었고 그의 집안 사람들이 마흔을 넘기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어려서부터 들었던 호퍼는 삶에 연연하지 않는 생활을 하게 된다. 떠돌이 노동자로 살다가 28살의 나이엔 일년 동안 책만 읽고 지내다 돈이 다 떨어지자 자살을 결심하고 (마흔에 죽나 지금 죽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으로) 자살을 결행하였으나 독약을 한모금 마시자마자 혀가 타는 듯해서 바로 뱉고 다행히 삶을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다. 그때 자살에 성공했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에릭 호퍼라는 인물은 없었을 테니까. 이후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남을 돕고자 하는 인품은 타고 났는지 그로 인한 여러 인연을 기억을 더듬어 썼기에 마치 소설과도 같은 그의 인생을 엿볼 수 있었다. 식당의 웨이터로 사금을 채취하는 노동자로 목화를 따는 노동자로 그는 끊임없이 노동자로서 일했고 엄청난 독서를 했다. 그의 사상들은 점점 그의 머리속에서 열매를 맺어갔을 것이고 당시 히틀러같은 독재자나 2차 세계대전을 목도하고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도전하는 사람 개척자같은 이들이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했고 1951년에 <맹신자들> 같은 자신의 대표작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러한 멋진 저작물을 내놓으면서도 부두노동자로서 살아갔고 대학교수로서도 생활했으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차이나타운의 시끄러운 소음을 끔직히 여기자 약간의 고급스런 아파트에서 살아갔는데 아마도 인세로 살아가지 않았을까..나이 들어서 릴리 페이빌리를 만나서 그녀가 그의 뒤를 돌봐주기 시작했던 것 같다. 비서처럼 말이다. 책을 출간하고 그 돈으로 생활하고 말년까지 그를 돌보는 일들을 했지만 호퍼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릴리의 이야기는 없다. 그가 젊었을때 단 하나의 인연으로 여겼던 헬렌이라는 여성을 끝까지 그리워 했다. 마음이 아팠다. 그녀와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녀가 먼저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하고 키스를 했건만. 한 여성에게 귀속되어 자신의 존재를 잃게 되는 것이 싫었던 그는 스스로 그녀를 떠나고 말았다. 그로 인해 수년간 이별의 고통을 혼자 겪었다고 한다. 건강도 마음도 많이 상했던 것이다. 그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반드시 그의 인생이 영화화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 꼭 영화관에서 그 영화를 챙겨 볼 것이다. 자서전의 말미에 생전에 그를 인터뷰했던 이야기들이나 릴리와의 이야기 등 호퍼의 자서전으로 알 수 없었던 부분들까지 읽고 나니 더욱 그가 그리워졌다. 결코 몰랐던 한 사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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