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철학자 - 떠돌이 철학자의 삶에 관한 에피소드
에릭 호퍼 지음, 방대수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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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호퍼의 자서전인 길 위의 철학자는 에릭 호퍼의 사후에 출간되었다. 총 11권의 책이 출간되었는데 마지막 책일 것이다. 생전에 그를 만나 본 사람들은 그의 범상치 않은 매력에 자서전을 써보라고 졸라보기도 했다는데 여든 한살의 그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 전에 자서전을 쓴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에릭 호퍼는 독일계 출신의 미국인으로 그의 어머니가 다섯살 된 그를 안고 있다가 계단을 굴렀는데 그 여파로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2년뒤인 일곱살에 호퍼는 눈이 멀었다고 한다. 그 후 열다섯의 나이에 기적적으로 시력을 되찾았고 그 때문에 정규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천재적인 지능으로 다섯살 이전에 익힌 독일어와 영어를 바로 읽을 수 있었고 한번 되찾은 시력을 조만간 다시 잃기 전에 책을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한다. 그때 읽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의 시작부분을 최고로 꼽고 일년마다 다시 읽어서 거의 외울 지경이었다는데.. 그의 나이 18살.. 그의 아버지마저 마흔살이 되기전에 죽었고 그의 집안 사람들이 마흔을 넘기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어려서부터 들었던 호퍼는 삶에 연연하지 않는 생활을 하게 된다. 떠돌이 노동자로 살다가 28살의 나이엔 일년 동안 책만 읽고 지내다 돈이 다 떨어지자 자살을 결심하고 (마흔에 죽나 지금 죽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으로) 자살을 결행하였으나 독약을 한모금 마시자마자 혀가 타는 듯해서 바로 뱉고 다행히 삶을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다. 그때 자살에 성공했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에릭 호퍼라는 인물은 없었을 테니까. 이후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남을 돕고자 하는 인품은 타고 났는지 그로 인한 여러 인연을 기억을 더듬어 썼기에 마치 소설과도 같은 그의 인생을 엿볼 수 있었다. 식당의 웨이터로 사금을 채취하는 노동자로 목화를 따는 노동자로 그는 끊임없이 노동자로서 일했고 엄청난 독서를 했다. 그의 사상들은 점점 그의 머리속에서 열매를 맺어갔을 것이고 당시 히틀러같은 독재자나 2차 세계대전을 목도하고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도전하는 사람 개척자같은 이들이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했고 1951년에 <맹신자들> 같은 자신의 대표작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러한 멋진 저작물을 내놓으면서도 부두노동자로서 살아갔고 대학교수로서도 생활했으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차이나타운의 시끄러운 소음을 끔직히 여기자 약간의 고급스런 아파트에서 살아갔는데 아마도 인세로 살아가지 않았을까..나이 들어서 릴리 페이빌리를 만나서 그녀가 그의 뒤를 돌봐주기 시작했던 것 같다. 비서처럼 말이다. 책을 출간하고 그 돈으로 생활하고 말년까지 그를 돌보는 일들을 했지만 호퍼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릴리의 이야기는 없다. 그가 젊었을때 단 하나의 인연으로 여겼던 헬렌이라는 여성을 끝까지 그리워 했다. 마음이 아팠다. 그녀와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녀가 먼저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하고 키스를 했건만. 한 여성에게 귀속되어 자신의 존재를 잃게 되는 것이 싫었던 그는 스스로 그녀를 떠나고 말았다. 그로 인해 수년간 이별의 고통을 혼자 겪었다고 한다. 건강도 마음도 많이 상했던 것이다. 그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반드시 그의 인생이 영화화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 꼭 영화관에서 그 영화를 챙겨 볼 것이다. 자서전의 말미에 생전에 그를 인터뷰했던 이야기들이나 릴리와의 이야기 등 호퍼의 자서전으로 알 수 없었던 부분들까지 읽고 나니 더욱 그가 그리워졌다. 결코 몰랐던 한 사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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