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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연금술 - 인간의 열정에 관한 아포리즘
에릭 호퍼 지음, 정지호 옮김 / 이다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에릭 호퍼의 아포리즘 280여개를 담고 있는 아포리즘집이다. 에릭 호퍼는 '맹신자들'이라는 저서로 유명해진 현대의 철학가이자 사상가이며 부두노동자이기도 하다. 말년에 대학교수로서 안정된 삶을 살게 되면서도 부두노동자로서도 살았다가 노동자로서는 은퇴했지만 그가 걸어온 고단한 길들이 가족도 없는 외로움이 살짝씩 엿보이는 것 같다. 가족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사상들이 보인다. 5세때 어머니가 안고 있다 계단에서 같이 넘어져 2년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에릭 호퍼는 눈이 멀게 된다. 15세에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할 때까지 정규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시력을 회복한 후에 다시 시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도서관에서 수많은 책을 읽었다고 한다.
평생에 걸쳐 읽은 독서력과 노동자로서의 떠돌이삶 그리고 부두노동자로서 노조를 알게 되고 또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체화된 사상들이 특징적이다. 파이오니아같은 선구자들, 개척자들 같은 인간의 열정에 관한 아포리즘들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과 사회에 대한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이 책들은 전후 미국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덜 알려진 것 같지만 이 책이 나온 후에 읽은 독자들의 반향은 컸다고 한다. 책의 말미에 이르면 좀 더 쉬운 아포리즘들도 실려 있는데 '위대한 사람에게 최고의 행운은 적당한 때에 죽는 것이다' 라는 것이나 '우리는 고통을 가할 때,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 고통을 가할 때조차 권력 의식을 가진다' 라는 글들은 촌철살인적 글귀이다. 개인적인 아픈 개인사들을 내재하는 것 같은 '과거의 불행한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마치 불굴의 정신을 비축하는 것과 같다' 라든지 '행복의 추구야말로 불행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라는 글이 그렇다. 1983년에 사망할 때까지 책을 읽고 펜을 놓지 않았던 불굴의 사상가 에릭 호퍼는 사후에 미국 대통령의 자유훈장을 받았다.
이 책의 수많은 아포리즘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이것 또는 저것만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해지리라고 믿는 것은, 우리 불행의 원인이 불완전하고 결점 많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과도한 욕망은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사실을 억누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2. 모두가 알다시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인간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충동도,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나 완벽을 위해 분투할 충동도 없는 것 같다. 완전한 사회는 결국 정체될 가능성이 항상 내재해 있다
3.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고의 자극은 도망가야 할 대상을 찾는 것이다.
4. 우리는 영웅적으로 행동할 때 십중팔구 뭔가를 증명하려고 한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는 실제 이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던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실제 우리 자신은 하찮고 탐욕스러우며 겁쟁이에다 불성실하고 악의투성이다. 그리고 죽음을 거스르고 경멸하면서, 우리는 자기를 거창하게 부정할 기회를 잡고 있는 것이다.
5. 인간은 실로 매혹적인 피조물이다. 치욕과 나약함을 자부심과 믿음으로 바꾸는 짓밟힌 영혼의 연금술만큼 인간에게 매혹적인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