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님의 <순이> 를 읽어 보았다. 순이, 영희, 철이, 분이...우리네 이름들이다. 어릴적 교과서에서 익히 보는 이름들이다. 그 중에서도 순이는 어딘지 해방과 6.25시기를 거쳐서 어린시절을 보낸 대한민국만의 순이들로 자연스럽게 부합된다. 그래서 저자인 이경자님도 순이라는 제목을 붙였나 보다. 안타까운 일들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도 살짝 기억나게 하고 구수한 사투리와 할머니의 말투가 시종 우리 할머니를 생각나게 하기도 하고 줄거리는 정말 순식간에 읽어나갈 정도로 단순하지만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사계절의 1318 청소년 문고로 나왔지만 오히려 30대 중반 이상의 성인들이 읽으면 어릴적 추억도 되살아나고 킬킬거리다 눈물짓다 그렇게 읽어나갈 것이다. 엄마는 어린 딸인 순이만 보면 그 아이의 애교도 싫고 밀쳐내기 바쁘다. 그런 순이의 상대는 매번 할머니가 된다. 할머니는 입냄새도 나고 욕도 많이 하시고 싫을때도 있지만 그래도 순이를 가장 이뻐라 하는 분이다. 아버지는 술만 먹었다 하면 순이엄마를 삼일에 한번씩은 개패듯이 패고 살림을 망가뜨리는 위인이다. 그저 농사일이 싫고 자신이 더 배웠다면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속에서 울화가 터지는 인물이다. 그걸 애꿎은 가족에게 화풀이를 한다. 할아버지는 말없이 묵묵히 농사를 짓고 자식을 키우고 손주들도 보았지만 이런 아들을 볼 수만은 없을 터이지만 그렇다고 아비를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못한다. 할머니는 할아버지 뒤에서는 온갖 욕을 퍼붓지만 실상 할아버지가 쯧 소리만 내도 꼼짝을 못하고 쉬이 수그리는 양반이다. 며느리인 순이엄마에게서도 폭력을 휘두르는 아들땜에 위신이 살지 못하고 며느리가 독한 소리를 하면 눈물만 흘리며 또 욕을 하는 우리네 참고 어려운 일만 했던 할머니 그대로이다. 순이는 내년이면 학령기에 접어드는 아이이다. 할아버지는 중대 결심을 하시고 아들내외를 떠나 산으로 떠날 계획을 하신다. 할머니는 순이를 데려가고 싶어하시고 순이는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알면서도 외면해 버린다. 얼마전에 방송에서 한 아빠가 이혼을 하고 세살밖에 안된 딸아이를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께 맡기고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이를 이제는 데려간다고 했다. 할머니는 이제 정이 있는대로 든 상태...매일 손녀만 보면 눈물이 난다. 이 녀석이 없으면 어찌 살꼬...그 할머니의 눈물이 순이 할머니의 눈물과 겹쳐진다. 친정어무이도 내 딸이 어렸을 때 키워주셨는데 아기때 한번 커피잔을 엎은 아이를 두고 더 이상은 못 키우겠다고 니 딸 얼굴에 화상 입을 뻔 했다고 하셔서 그 얼마후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은 아이 둘의 엄마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우리 어무이도 아마 더 정이 들면 나중에 떼기 힘들 까봐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때는 엄마가 야속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백번 이해가 간다. 엄마가 딸을 키워야지 나이 드신 할머니들이 키우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 사회가 그걸 도와주지 못한다. 암튼 순이는 빨갱이가 있고 군인이 있는 그 시대 어린 아이들과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인 이경자님이 1948년생이니 어린 시절의 기억이 어느 정도 들어갔을 것이다. 순이는 지금 우리 할머니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 손주인 우리 딸들이나 아들들이 알아야 할 이야기이고 말이다.
조선 8도에 제일 가는 거상이 된 임상옥은 99칸 대궐같은 집을 지었다. 사치하려는 것이 아니라 선조의 묘소 아래에 집을 지어 조석으로 조상들을 모시고 살고 싶고 모든 친척들이 한데 모여 거처하게 함이었는데 이를 시기한 나라에서 조상영이라는 인물에 의해 국법을 어긴 죄로 벌을 받았다. 전설의 잔인 계영배는 2권에서 조상영에 의해 깨어져 버렸는데 3권에서는 계영배의 탄생비화를 그린 계영배의 비밀로 이어져 간다. 2권에 이은 3권 역시 계영배의 비밀과 그 계영배를 임상옥에게 준 석숭스님에 대한 이야기가 또 다시 액자소설처럼 나오는데 이 이야기들 때문에 시간 가는줄 모르게 된다. 그러다 보면 두꺼운 상도 3권의 거진 반이 좀 못되게 읽게 되고 다가오는 결말이 아쉽기만 하다. 아껴읽는 재미가 있는 3권이었다. 1836년 병신년에 안치형 즉 유거형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 임상옥은 거만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 조상영었지만 남의 가보(계영배)를 깨트린 실수를 만회하려고 극히 우호적으로 상소를 올려 일년만에 풀려나게 된 것이었다. 임상옥은 유형지에서 돌아오자마자 심복인 박종일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종자 하나만을 데리고 길을 떠난다. 이미 깨져버린 계영배를 안고서. 경기도 광주 사옹원이라는 곳은 관영 사기제조장이었다. 사옹원은 임금의 식사와 대궐 안의 식사 공급에 관한 일을 맡아 하는 관청으로 대궐에서 쓰이는 식기들을 전국의 자기소와 도기소에서 만들어 올리도록 임명해 두고 있었는데 바로 이 광주에서 계영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퇴촌면에서 아흔살이 넘은 지씨 노인을 찾게 되는데 바로 그가 계영배를 만든 인물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정말 왠만한 전설과 소설속 이야기만큼이나 재미있고 슬프다. 길고 긴 지노인의 회상을 거쳐 계영배의 근원을 알게 된 임상옥은 이번에는 석숭 스님께로 간다. 계영배가 깨어졌을때 피가 나왔고 바로 그 순간 석숭스님이 열반에 드셨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게 된 임상옥이었다. 석숭 스님이 바로 지노인의 아들 우명옥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임상옥은 그 자리에서 일천배를 시작하고 일천배를 겨우 끝마치자 삼라만상을 깨우는 종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리던 임상옥은 삶에 있어서 엄청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중생의 번뇌가 없어지고 지혜가 자라며 한 줌의 미혹도 없이 모든 것이 천지광명과 같이 밝게 되는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그가 어떻게 됐을까? 사실 욕심과 과시욕도 어느 정도 들어갔던 99칸 집도 허물라고 하고 송이와의 관계도 청산하려 한다. 송이와의 가슴 아픈 이별을 하고 시간은 흘러흘러 베푸는 삶을 살고 있던 임상옥이 다시 송이를 만나게 되었을 때 그녀는 천주교인이 되어 있었다...12년이 흘러 적중일기를 쓰며 한가로이 여생을 살고 있던 그...송이는 천주교도로서 순교자가 되어 버리고 그 장면은 정말 말이 필요없다. 최인호만의 글쓰기는 여기서도 여전히 발휘된다. 임상옥과 그의 문집들에 대한 이야기로 마지막으로 달려가며 후대의 사람인 나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읽는 독자인 나 역시 진짜 임상옥이 살아 숨쉬는 듯 그렇게 믿겨지려고 한다.
"너는 자꾸 멀리만 가려느냐. 보라, 좋은 것이란 가까이 있다. 다만 네가 잡을 줄을 알면 행복은 언제나 거기에 있나니..." - 괴테. 매일 아침 행복을 부탁해! 누군가 매일 행복하라고 외쳐준다면 어떨까? 바로 그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매일 행복에 대한 생각에 빠질 수 있게 해 줄 책이 있다. 행복전도사, 행복지기인 김흥길님은 행복에 대한 강의를 주로 해 온 분이다. 그래서 행복에 대한 여러 경구와 출처를 많이 알고 있고 실제로 강의에 써먹으실 것이다. 우리는 앉아서 그런 행복에 관한 과거나 현재의 훌륭한 석학들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으니 이 또한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 책은 본문만 285 페이지 정도에 걸쳐서 한장 한장에 빼곡히 행복에 대한 아름답고 재미있는 내용이 출처와 함께 적혀 있고 그 아래에는 김흥길님의 생각이 적혀 있어서 제목 그대로 거의 매일 아침 행복에 대한 한 페이지씩을 읽으면 하루가 행복해질 것 같은 책이다. 행복을 뒤로 미루고 하루하루 정해져 있는 것들을 하느라 아둥바둥 살때가 많다. 잠깐 이것부터 해놓고..라는 말을 하느라 어느 때는 아이의 자랑을 놓치고 가족과 함께 하는 보드게임을 아빠에게 양보하고 아이들의 자는 예쁜 모습을 놓친다. 바깥 놀이를 할 시간을 놓치고 함께 만들어 볼 수 있는 여러가지들을 놓친다. 단 카스터는 행복을 뒤로 미루지 말라고 한다. 행복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주는 것도 아니고 당신의 밖에서 발견하는 것도 아니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또한 '선물' 의 유명한 작가 스펜서 존슨은 행복해지고 싶으면 현재를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내 마음을 콕 꼬집는 것 같은 말을 한다. 바로 지금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몰두할때 우리는 더 잘 이끌고 관리하고 지원하고 친구가 되고 사랑할 수 있다고 한다. 언젠가 행복할 거라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렇다, 우리는 흔히 이것만 지나면, 아이가 더 자라면, 내가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얼굴이 나으면 (지금 현재 여드름이 너무 심해져서...) 몸무게를 빼면 그 때...하고 마음 먹은 적이 많지 않은가. 그 언젠가가 되면 과연 행복해질지...아이들을 키워놓고 나면 허무해진다는 어르신들의 말이 괜한 말은 아닐 것이다. 정말 지금 현재 이 순간을 늘 행복하다고 외치며 살아갈 때 어려움은 극복되고 짜증이 줄어들고 머리속이 아닌 행동하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절절이 든다. 이번만큼은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오에 겐자부로가 직접 뽑은 오에 겐자부로 상 수상작이라. 이미 '흙 속의 아이'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저력이 있는 젊은 작가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쓰리'는 과연 어떤 소설일까. 책을 읽기 전에 둘러본다. 만화로 그려진 표지도 강렬하고 어딘가 하드보일드적이다. 천재 소매치기와 절대 악의 화신이라니 대체 어떤 소설이길래...책을 펼쳐 본다. 잠깐만 볼까 했었는데 순식간에 책을 읽어나가고 있었다. 여름에 덥기도 하고 해야할 일도 있는 상태에서 이렇게 잘 읽히는 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 과연 천재적이다.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원빈의 '아저씨' 라는 영화가 얼마 후에 개봉된단다. 주말에 본 미리 보는 영화에 대한 방송에서 이상한 엄마 밑에서 불우하게 커가는 한 어린아이와 원빈의 우정과 그 아이를 지키려는 아저씨 원빈의 활약이 돋보이는 프리뷰였다. 어라라..쓰리와 어딘지 일치되는 내용이다. 쓰리의 젊은 소매치기 주인공 역시 내성적이고 말수없고 사람들과의 '관계' 랄 것이 없는 외로운 인물인데다 심하게 천재적이다. 우연히 알게 된 남자아이를 자꾸 신경쓰게 되고 보호하게 되는 이야기고 절대 악의 화신인 어떤 남자에 의해서 겨우 소통의 관계를 가지게 된 그 모자(母子)가 죽임을 당할수도 있다는 위협을 받고 그 모자를 위해서 어떤 일에 뛰어들게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인간 말종같은 그 아이의 엄마도 그렇고.. 소설은 천재 소매치기의 일상을 훑을 때가 많다. 대개는 엄청난 솜씨를 발휘하여 부유한 사람의 지갑만 가져가는데 상황이 어떻든 어디에 지갑이 있든 바지 뒷주머니 안에 있는 것 혹은 코트 안에 있는 휴대폰까지 순식간에 시선을 뺏기게 하며 소매치기를 한다. 그런데도 묘하게 소설 전체의 분위기가 살아있다. 영화화를 위해 특별히 애를 쓴 소설도 아닌 것 같아서 더욱 마음에 든다. 그리고 절대 악의 화신이라는 그 어떤 두목이라고 볼 수 있는 어둠의 남자...정말 꿈에 볼까 무섭다. 정말 그런 악의 화신이 다 있을까. 글만 읽어보아도 절대 만나고 싶지 않는 사람이다. 이 남자가 목표로 하는 모든 것은 다 그 사람의 의중안에 들어가고 때로는 죽음을 맞이한다. 별 것 아닌 가독성만 있는 소설이 아니라 읽다 보면 상을 받을 만 한 걸 하고 중얼거리게 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일본 전문 번역가인 양윤옥씨를 좋아하는데 그분의 번역이라서 더 그런 것일까. 주인공 '나'는 그 무서운 사람의 이상한 요구를 어떻게 들어줄 것인가. 나의 목숨은 살아 있는 것이 될까..독자인 나는 가슴 졸이며 소설의 말미를 향해 치닫는다. 그리고 결말...어이쿠나 이렇게 끝나는구나. 검은 장미처럼 묘하게 독특하고 슬픈 소설이다.
일년전인가...4주후에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M본부에서 방영되었던..목요일 저녁 시간으로 기억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문제가 많아 보이는 두 부부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을 시청하며 속이 정말 답답해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4주가 끝날 무렵 언제 그랬나 싶게 화해하고 전반적으로 관계가 개선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둘만이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서로 미루고 눈치보고 미워하느라 해결되지 않던 일들이 약간의 개입과 심리치료로 많이 좋아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매주 보기에는 시간대도 맞지 않았고 궁금하기는 했었는데 이렇게 '4주후애' 라는 책이 나와서 그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해 주니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물론 결손 가정 출신의 가장, 어린 시절의 학대를 받았던 경험 등등 일반인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는 여러가지 경중으로 가지고는 있을 것입니다. 아주 완벽한 가정은 글쎄.. 없었을 것 같습니다. 장녀로서 동생들은 귀여움을 받는데 나만 혼났던 기억, 왜 동생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느냐 너는 큰애가 되가지고 왜그리 마음 씀씀이가 그러냐 등등 자라면서 성인이 되어 누구나 성격을 이룰때 약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혀 상반되거나 똑같은 성향의 남편 혹은 아내를 만나 그 상처가 덧나고 오히려 상대방에게 위안을 얻고 따뜻한 가정을 이루려고 했던 꿈들이 산산조각 나면서 더 바깥으로 돌고 술을 마시고 하는 일들이 악순환이 되었던 것이지요. 4주후애는 대부분 그런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상대의 아픈 과거와 눈물을 보고 더 다독여 주려는 마음을 먹습니다. 내가 더 많이 사랑해 주어야 겠다. 바로 이것이 포인트입니다. 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을때 그 부부는 해결점을 찾게 되고 개선이 되었습니다. 4주후애를 마칠때까지도 더 이상 진전이 없이 안타깝게도 서로 소통이 되지 못했던 부부도 있었지요. 상대가 먼저 내가 더 사랑해주고 이 사람의 상처를 어루만져주어야지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4주후애에는 16가지 사례가 방송을 직접 보는 것처럼 이야기체로 되어 있어서 방송을 상상하면서 읽기가 좋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서로를 안아주고 다독여주는 모습을 볼때 우리 부부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구나..내가 더 잘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스킨쉽 자체로 안하게 되고 남편의 눈을 바라본 적이 언제인지...남편을 채근하고 마치 아이를 다루듯이 잔소리를 하고 그러지는 않았는지...오늘부터는 내가 먼저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