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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 3 - 상업지도 ㅣ 상도 3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 8도에 제일 가는 거상이 된 임상옥은 99칸 대궐같은 집을 지었다. 사치하려는 것이 아니라 선조의 묘소 아래에 집을 지어 조석으로 조상들을 모시고 살고 싶고 모든 친척들이 한데 모여 거처하게 함이었는데 이를 시기한 나라에서 조상영이라는 인물에 의해 국법을 어긴 죄로 벌을 받았다. 전설의 잔인 계영배는 2권에서 조상영에 의해 깨어져 버렸는데 3권에서는 계영배의 탄생비화를 그린 계영배의 비밀로 이어져 간다. 2권에 이은 3권 역시 계영배의 비밀과 그 계영배를 임상옥에게 준 석숭스님에 대한 이야기가 또 다시 액자소설처럼 나오는데 이 이야기들 때문에 시간 가는줄 모르게 된다. 그러다 보면 두꺼운 상도 3권의 거진 반이 좀 못되게 읽게 되고 다가오는 결말이 아쉽기만 하다. 아껴읽는 재미가 있는 3권이었다.
1836년 병신년에 안치형 즉 유거형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 임상옥은 거만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 조상영었지만 남의 가보(계영배)를 깨트린 실수를 만회하려고 극히 우호적으로 상소를 올려 일년만에 풀려나게 된 것이었다. 임상옥은 유형지에서 돌아오자마자 심복인 박종일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종자 하나만을 데리고 길을 떠난다. 이미 깨져버린 계영배를 안고서.
경기도 광주 사옹원이라는 곳은 관영 사기제조장이었다. 사옹원은 임금의 식사와 대궐 안의 식사 공급에 관한 일을 맡아 하는 관청으로 대궐에서 쓰이는 식기들을 전국의 자기소와 도기소에서 만들어 올리도록 임명해 두고 있었는데 바로 이 광주에서 계영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퇴촌면에서 아흔살이 넘은 지씨 노인을 찾게 되는데 바로 그가 계영배를 만든 인물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정말 왠만한 전설과 소설속 이야기만큼이나 재미있고 슬프다.
길고 긴 지노인의 회상을 거쳐 계영배의 근원을 알게 된 임상옥은 이번에는 석숭 스님께로 간다. 계영배가 깨어졌을때 피가 나왔고 바로 그 순간 석숭스님이 열반에 드셨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게 된 임상옥이었다. 석숭 스님이 바로 지노인의 아들 우명옥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임상옥은 그 자리에서 일천배를 시작하고 일천배를 겨우 끝마치자 삼라만상을 깨우는 종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리던 임상옥은 삶에 있어서 엄청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중생의 번뇌가 없어지고 지혜가 자라며 한 줌의 미혹도 없이 모든 것이 천지광명과 같이 밝게 되는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그가 어떻게 됐을까? 사실 욕심과 과시욕도 어느 정도 들어갔던 99칸 집도 허물라고 하고 송이와의 관계도 청산하려 한다. 송이와의 가슴 아픈 이별을 하고 시간은 흘러흘러 베푸는 삶을 살고 있던 임상옥이 다시 송이를 만나게 되었을 때 그녀는 천주교인이 되어 있었다...12년이 흘러 적중일기를 쓰며 한가로이 여생을 살고 있던 그...송이는 천주교도로서 순교자가 되어 버리고 그 장면은 정말 말이 필요없다. 최인호만의 글쓰기는 여기서도 여전히 발휘된다. 임상옥과 그의 문집들에 대한 이야기로 마지막으로 달려가며 후대의 사람인 나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읽는 독자인 나 역시 진짜 임상옥이 살아 숨쉬는 듯 그렇게 믿겨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