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가 직접 뽑은 오에 겐자부로 상 수상작이라. 이미 '흙 속의 아이'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저력이 있는 젊은 작가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쓰리'는 과연 어떤 소설일까. 책을 읽기 전에 둘러본다. 만화로 그려진 표지도 강렬하고 어딘가 하드보일드적이다. 천재 소매치기와 절대 악의 화신이라니 대체 어떤 소설이길래...책을 펼쳐 본다. 잠깐만 볼까 했었는데 순식간에 책을 읽어나가고 있었다. 여름에 덥기도 하고 해야할 일도 있는 상태에서 이렇게 잘 읽히는 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 과연 천재적이다.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원빈의 '아저씨' 라는 영화가 얼마 후에 개봉된단다. 주말에 본 미리 보는 영화에 대한 방송에서 이상한 엄마 밑에서 불우하게 커가는 한 어린아이와 원빈의 우정과 그 아이를 지키려는 아저씨 원빈의 활약이 돋보이는 프리뷰였다. 어라라..쓰리와 어딘지 일치되는 내용이다. 쓰리의 젊은 소매치기 주인공 역시 내성적이고 말수없고 사람들과의 '관계' 랄 것이 없는 외로운 인물인데다 심하게 천재적이다. 우연히 알게 된 남자아이를 자꾸 신경쓰게 되고 보호하게 되는 이야기고 절대 악의 화신인 어떤 남자에 의해서 겨우 소통의 관계를 가지게 된 그 모자(母子)가 죽임을 당할수도 있다는 위협을 받고 그 모자를 위해서 어떤 일에 뛰어들게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인간 말종같은 그 아이의 엄마도 그렇고.. 소설은 천재 소매치기의 일상을 훑을 때가 많다. 대개는 엄청난 솜씨를 발휘하여 부유한 사람의 지갑만 가져가는데 상황이 어떻든 어디에 지갑이 있든 바지 뒷주머니 안에 있는 것 혹은 코트 안에 있는 휴대폰까지 순식간에 시선을 뺏기게 하며 소매치기를 한다. 그런데도 묘하게 소설 전체의 분위기가 살아있다. 영화화를 위해 특별히 애를 쓴 소설도 아닌 것 같아서 더욱 마음에 든다. 그리고 절대 악의 화신이라는 그 어떤 두목이라고 볼 수 있는 어둠의 남자...정말 꿈에 볼까 무섭다. 정말 그런 악의 화신이 다 있을까. 글만 읽어보아도 절대 만나고 싶지 않는 사람이다. 이 남자가 목표로 하는 모든 것은 다 그 사람의 의중안에 들어가고 때로는 죽음을 맞이한다. 별 것 아닌 가독성만 있는 소설이 아니라 읽다 보면 상을 받을 만 한 걸 하고 중얼거리게 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일본 전문 번역가인 양윤옥씨를 좋아하는데 그분의 번역이라서 더 그런 것일까. 주인공 '나'는 그 무서운 사람의 이상한 요구를 어떻게 들어줄 것인가. 나의 목숨은 살아 있는 것이 될까..독자인 나는 가슴 졸이며 소설의 말미를 향해 치닫는다. 그리고 결말...어이쿠나 이렇게 끝나는구나. 검은 장미처럼 묘하게 독특하고 슬픈 소설이다.